[뉴스레터]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려면

Date: 2025년 8월 11일 (월) 오전 12:53

보낸사람: 정도성 서사 대표


1. 

우연히..페북에서 2010년 초반...제가 근무했던 사무실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저 때는 책을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하루에 10분씩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리 늦게 집에 들어가도, 설령 그 시간이 한 두시더라도 꼭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아침 6시에 일어났죠. 일을 시작하기 전에 10분이라도 꼭 책을 읽고요. 점심시간에도 읽고..정말 짜투리 시간을 긁어모아서, 하루에 6번은 책은 읽고, 한 번은 꼭 글을 쓰던 시절이었습니다. 일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무의미해 보이는 회사 생활에서 의미를 찾아내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저런 생활을 아주 길게 했습니다. 그때에는 제가 일의 의미를 찾아야겠다는 목적의식이 뚜렷해서, 혹은 열정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서였습니다.

교통사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나니,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글자가 눈에 보이지 않고, 글쓰기가 너무 어렵더군요. 의사가 회복에 최소한 6개월은 걸릴 거라고 했는데, 그게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운동을 하기 위해 조깅을 하면, 너무 어지러워서 가끔 주저앉을 때도 있었는데...이제는 15분 정도는 뛸 수가 있습니다. 조금씩 더 뛰고, 조금씩 더 사고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회복에 비례해서, 책을 읽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고요.


2.
최근에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탐구 보고서’를 읽고 있습니다. 행복을 탐구한다는 책인데,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인생은 행복 그 이상이다’ 입니다. 책의 초반에 나옵니다. 이 책의 저자들(로버트 윌딩거, 마크 슐츠)은 하버드에서 85년째 진행하고 있는 이 연구의 책임자입니다. 연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책도 냈는데, 초반에 인터뷰이의 말을 인용해서, 이 문장이 나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그렇지 그렇지'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내 삶이 행복하면 정말 좋지만, 행복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은 삶입니다. 교통사고가 나니... 삶 그 자체로 충분히 감사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약간 의문이 생겼습니다. 행복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가, 굳이 이 문장을 책에서 소개했을까요. 물론 이 책은 인터뷰이의 말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쓰윽 인용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안 담을 수 있던 문장인데, 굳이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를 열심히 상상해 봤습니다. 저는 왠지 부담감을 덜고 싶은 저자들의 마음이 담긴 것 같았습니다. 인생에서 행복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이걸 연구하는 사람의 마음은 무거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냥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해 본다면, 조금은 마음이 가볍지 않겠느냐고요. 이런 마음이 숨겨져 있어서...자신도 모르게 책의 목적과 상반된 문장을 소개한 것이라고요.  


일이든 삶이든, 어깨에 힘을 빼고 그냥 해야 하는 시간은 분명히 있습니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는 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겠죠.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을 지나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을 때는 오히려 힘을 좀 빼야 할 것 같습니다. 잘해야 하는 부담, 당장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서, 그냥 해보자는 태도. 특히나 호기심을 바탕으로 그냥 해보는 태도가 내가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해 나가게 합니다.

3.
실은 서사레터를 여러 차례 쓰다가 발송을 못 했습니다. 전에도 썼듯이,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쓰려니 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다가. 이 문장을 보고, 이상한 용기를 얻었습니다. 글을 잘 쓰면 좋겠지만, 그냥 두서없이 쓰는 쓰면서, 생각을 나누는 것도 서사레터의 일부라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작년에 시작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서사레터를 꼽습니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쓰는 동안 즐거워서죠. 이 즐거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냥 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