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장은 여행과 다릅니다. 여행은 '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려고 하지만, 출장을 오게 되면 '일'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됩니다. 장소가 바뀐만큼 다른 시선으로 고민을 하게 되죠. 출장을 다녀오면, 유난히 피곤한 이유 같습니다. 출장의 피로를 부드럽게 중화시켜주는 것이 바로 '음식'입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만나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설레임은 출장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집니다.
9월에간 부산 출장도 그랬습니다.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서부터 일에 대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도착해서도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점심을 못먹었습니다. 실은 일이 많아서보다는, 교통사고 후에 입맛을 상실한 이유도 큽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많이 먹지도 못하고, 음식에 대한 집착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가끔씩 밥을 제때에 안먹고 빵 같은 것으로 대충 때우는 일도 이제는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부산까지 와서 빵만 먹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에, 급하게 밀면을 먹었습니다.

5천원입니다. 정말 가격이 눈부십니다. 어떻게 5천원일 수가 있을까요. 우리 동네에 이런 밀면 집이 있다면, 지나가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기분으로 밀면 한 그릇을 마시고 갈 것 같습니다.
밀면을 먹고 난 후에, 한 두 시간 정도 일을 하다가 오뎅탕을 먹으러 출발습니다. 늦은 점심으로 밀면을 먹었더니, 괜히 허기가 더 올라옵니다. 갑자기 배가 고파서, 손이 모터가 달린 것처럼 떨여오기 시작합니다. 이러다가 큰 일나겠다 싶어서...오뎅탕집까지 뛰었습니다. 너무 힘드니까, 가는 길에 뭐라도 먹을까라는 고민을 잠깐 했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배고프다가 먹으면, 두 배로 맛있을테니까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뛰어서 겨우 도착한 오뎅탕집.
그런데..불이 꺼졌습니다. 오늘 정전이 발생해서, 장사를 못하신다고 합니다. 눈 앞이 깜깜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실감이 납니다. 중국을 침공하려던 흉노족이 만리장성을 만났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머릿 속이 하얘지면서, 하염없이 만리장성 주변을 배회하듯이... 터벅터벅 가게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그 때...60년 전통의 회국수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옳타구나 하는 생각으로 회국수를 먹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뜨끈한 멸치 육수가 나옵니다. 조심스럽게 그릇에 따라 한 모금을 마셨습니다. 멸치향은 은은하고, 후추향은 강합니다. 잠시 기다리니...회국수가 나옵니다. 주변을 살폈습니다. 건너편 할머니께서 멸치 육수를 국수에 살짝 다라서 비벼먹는 것이 보입니다. 저도 똑같이 해봅니다. 맛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맛이 있지도 않습니다. 마음도 아쉽고, 배도 아쉽습니다. 일단 나와서, 이번에는 생선구이집을 갔습니다.

네이버 평이 좋은 생선구이 집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대구경북집과 한월횟집. 둘 중에 어딜갈까 갈등하고 있는데, 어느 부산시민이 대구경북집을 지나면서 여기 정말 맛있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냉큼 .대구경북집을 갔습니다. 들어가고 나니 이상합니다. 부산에 와서, 대구경북집이라니..심지어 대구는 바다도 없는데. 말이죠. 예전에 동해에 가서 '강남횟집'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비슷합니다. 생선구이는 당연히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먹는 생선구이는 왠만하면 다 맛있습니다. 맛있지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서, 일을 하러 가려는데...이재모피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갈등했습니다. 다시 피자를 먹을 것인가.... 살이 빠지고 있는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안먹을 것인가..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나답게 '이재모 피자'를 한 판 먹자로 결심을 했는데.........이상한 카페가 눈에 들어옵니다. 카페부사노.. 난데없이 식욕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마음의 소리가 들립니다. 일단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그 때도 피자 생각이 간절하면 피자를 먹자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카페에 들어가서 크림프레소를 시켰습니다. 시키는 순간....'아............. 내가 널 만나기 위해 부산에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림프레소의 후기는 정성을 다해 남긴 네이버 영수증 리뷰로 대신하겠습니다.

너무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나니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그냥 그 순간에는 커피와 나만 존재하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죠. 일에 대한 고민이 완전히 끊어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3잔을 마시고 나니, 일에 대한 고민도 감사하고, 앞서 먹었던 음식들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마저 감사했습니다. 일이 아니었다면, 부산에 오지 않았을 것이고...음식이 만족스러웠다면, 이 선물같은 시간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내가 원하는 것을 만나지 못하는 자리에서, 뜻하지 않는 선물도 만나게 됩니다. 원하는 하루를 만나지 못해도, 내일을 기대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에스프레소 3잔을 먹었더니 말똥말똥하지만, 내일을 기대하며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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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타와 비문은, 여전히 저의 친구입니다.
2. 주변에 서사레터를 추천해주세요.
https://forms.gle/4ANmQDBAjqeMc1Cr5
지방 출장은 여행과 다릅니다. 여행은 '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려고 하지만, 출장을 오게 되면 '일'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됩니다. 장소가 바뀐만큼 다른 시선으로 고민을 하게 되죠. 출장을 다녀오면, 유난히 피곤한 이유 같습니다. 출장의 피로를 부드럽게 중화시켜주는 것이 바로 '음식'입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만나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설레임은 출장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집니다.
9월에간 부산 출장도 그랬습니다.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서부터 일에 대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도착해서도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점심을 못먹었습니다. 실은 일이 많아서보다는, 교통사고 후에 입맛을 상실한 이유도 큽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많이 먹지도 못하고, 음식에 대한 집착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가끔씩 밥을 제때에 안먹고 빵 같은 것으로 대충 때우는 일도 이제는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부산까지 와서 빵만 먹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에, 급하게 밀면을 먹었습니다.
5천원입니다. 정말 가격이 눈부십니다. 어떻게 5천원일 수가 있을까요. 우리 동네에 이런 밀면 집이 있다면, 지나가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기분으로 밀면 한 그릇을 마시고 갈 것 같습니다.
밀면을 먹고 난 후에, 한 두 시간 정도 일을 하다가 오뎅탕을 먹으러 출발습니다. 늦은 점심으로 밀면을 먹었더니, 괜히 허기가 더 올라옵니다. 갑자기 배가 고파서, 손이 모터가 달린 것처럼 떨여오기 시작합니다. 이러다가 큰 일나겠다 싶어서...오뎅탕집까지 뛰었습니다. 너무 힘드니까, 가는 길에 뭐라도 먹을까라는 고민을 잠깐 했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배고프다가 먹으면, 두 배로 맛있을테니까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뛰어서 겨우 도착한 오뎅탕집.
그런데..불이 꺼졌습니다. 오늘 정전이 발생해서, 장사를 못하신다고 합니다. 눈 앞이 깜깜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실감이 납니다. 중국을 침공하려던 흉노족이 만리장성을 만났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머릿 속이 하얘지면서, 하염없이 만리장성 주변을 배회하듯이... 터벅터벅 가게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그 때...60년 전통의 회국수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옳타구나 하는 생각으로 회국수를 먹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뜨끈한 멸치 육수가 나옵니다. 조심스럽게 그릇에 따라 한 모금을 마셨습니다. 멸치향은 은은하고, 후추향은 강합니다. 잠시 기다리니...회국수가 나옵니다. 주변을 살폈습니다. 건너편 할머니께서 멸치 육수를 국수에 살짝 다라서 비벼먹는 것이 보입니다. 저도 똑같이 해봅니다. 맛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맛이 있지도 않습니다. 마음도 아쉽고, 배도 아쉽습니다. 일단 나와서, 이번에는 생선구이집을 갔습니다.
네이버 평이 좋은 생선구이 집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대구경북집과 한월횟집. 둘 중에 어딜갈까 갈등하고 있는데, 어느 부산시민이 대구경북집을 지나면서 여기 정말 맛있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냉큼 .대구경북집을 갔습니다. 들어가고 나니 이상합니다. 부산에 와서, 대구경북집이라니..심지어 대구는 바다도 없는데. 말이죠. 예전에 동해에 가서 '강남횟집'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비슷합니다. 생선구이는 당연히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먹는 생선구이는 왠만하면 다 맛있습니다. 맛있지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서, 일을 하러 가려는데...이재모피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갈등했습니다. 다시 피자를 먹을 것인가.... 살이 빠지고 있는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안먹을 것인가..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나답게 '이재모 피자'를 한 판 먹자로 결심을 했는데.........이상한 카페가 눈에 들어옵니다. 카페부사노.. 난데없이 식욕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마음의 소리가 들립니다. 일단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그 때도 피자 생각이 간절하면 피자를 먹자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카페에 들어가서 크림프레소를 시켰습니다. 시키는 순간....'아............. 내가 널 만나기 위해 부산에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림프레소의 후기는 정성을 다해 남긴 네이버 영수증 리뷰로 대신하겠습니다.
너무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나니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그냥 그 순간에는 커피와 나만 존재하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죠. 일에 대한 고민이 완전히 끊어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3잔을 마시고 나니, 일에 대한 고민도 감사하고, 앞서 먹었던 음식들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마저 감사했습니다. 일이 아니었다면, 부산에 오지 않았을 것이고...음식이 만족스러웠다면, 이 선물같은 시간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내가 원하는 것을 만나지 못하는 자리에서, 뜻하지 않는 선물도 만나게 됩니다. 원하는 하루를 만나지 못해도, 내일을 기대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에스프레소 3잔을 먹었더니 말똥말똥하지만, 내일을 기대하며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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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타와 비문은, 여전히 저의 친구입니다.
2. 주변에 서사레터를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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