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침묵/엔도 슈사쿠] 삶의 허무가 밀려 올 때.


누구나 삶을 지탱하는 가치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누군가에게는 성취나 성장이 그 역할을 하죠. 또 어떤 이에게는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이타적인 가치가, 혹은 신앙처럼 초월적인 믿음이 삶의 중심을 이룹니다.

저는 이런 가치들을 표현할 때 '추동하다’'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립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물체에 힘을 가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다’입니다. 즉,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밀려 나아가는 것이죠.

내 삶을 지탱하는 가치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머리로는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 게 편하고, 변화를 피하는 것이 더 평화로울 것 같지만, 삶을 지탱하는 가치는 결국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익숙함을 깨고, 나를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어디론가 이끌어주는 힘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치들도 언젠가는 시험의 시간을 맞이합니다. 그 가치를 믿고 실천하는데도, 삶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때. 그 가치에 내 인생을 걸었는데, 아무런 변화도 없고 마음의 평안조차 없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애써 붙잡았던 신념이 무력하게 느껴지고, 시간과 노력은 헛되이 느껴지면서.... 오히려 나와 다른 선택을 하는 이들의 삶이 빛나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 순간, 삶을 지탱하던 기반이 흔들리며 그 빈자리를 '무의미'와 ‘허무;라는 감정이 서서히 메워갑니다. 더 이상 나를 추동하던 힘이 느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아니 다시 일어서기보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들을, 저는 엔도 슈사쿠의 작품들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무서울 정도로 정직하게 응시했습니다. 믿음이 흔들리는 극한의 순간에 우리를 데려감으로써,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합니다.

내 삶에 허무가 찾아온 분들은 엔도 슈사쿠의 '사무라이','침묵','깊은 강'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3권을 읽는 순서도 사무라이 - 침묵 - 깊은 강 순서로 추천드립니다. 저는 반대로 읽었습니다. 깊은 강을 먼저 읽고, 그 다음이 침묵, 마지막으로 사무라이를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순서가 아쉽더군요. ㅎㅎ 만약에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침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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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를 읽은 덕분에, 2025년 추석은 정말 잊지 못할 추석이 되었습니다. 엔도 슈사쿠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레터에 쓰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스포가 될 수도 있고, 각자의 질문과 답을 만나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모두가 꼭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3권다 남산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모두 사서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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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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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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