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직선이 아니다_김범석] 암세포에게 자기계발을 배웠습니다.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_김범석] 암세포에게 자기계발을 배웠습니다.


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시선 바꾸기입니다. 

내가 아닌, 타인 혹은 전혀 다른 존재의 눈으로 내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는 그런 책입니다. 그것도 무려 '암세포'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제목에 '죽음'이 들어가 있고, 저자는 서울대병원의 종양내과 교수입니다. 

병원에서 만난 수많은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MBTI가 T일 것 같은 저자는, 암세포와 면역계의 작동 방식을 빌려 우리 삶과 성장에 대해 아주 냉정하고도 흥미롭게 이야기합니다. 암세포를 통해 자기계발을 배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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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류는 실패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세포들이 분열할 때 DNA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이 역시 유전적 다양성의 토대가 된다. 만일 DNA 염기 서열이 복제될 때 오류 발생률이 완벽하게 0퍼센트에 수렴한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생명체가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p.200)


분열하는 세포 입장에서 오류는 실패입니다. 하지만 '종'의 관점에서 보면, 오류는 다양성의 씨앗이자 가능성입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제가 세운 계획 중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은 실패였습니다. 

일종의 오류입니다. 계획에 없었는데 난데없이 찾아온 실패는, 그 순간만큼은 완전한 오작동처럼 느껴지죠.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 오류였던 사건들이,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새로운 방향을 열어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삶의 가능성은 종종 우리가 '오류'라고 느낄 만한, 달갑지 않은 실패 안에 숨어 있습니다.

2. 문제는 대부분 나였다


"간혹 이 일이 왜 진행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 내가 붙잡고 있어서, 나 때문에 일이 진행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면 조직 내에서 문제는 나였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자괴감만큼이나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힘들다." (p.144)


이 문장을 읽으며 '맞아, 맞아'를 반복했습니다. 내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8할은 나 때문입니다.

이 책은 성공의 가장 큰 원인으로 우연과 행운을 꼽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연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상수입니다. 상수는 일단 인정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변수는 결국 '나'입니다.

'나를 안다'는 것은 이 변수의 변동성을 줄이는 일입니다. 내가 자주 저지르는 오류와 편향이 무엇인지를 아는 길이, 어찌보면 불운과 실패를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3. 계속한다는 것의 무게

"면역관문억제제는 그렇게 수많은 우연이 쌓여 우리 곁에 왔다.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수많은 우연이 쌓여야 성공이라는 필연이 된다. 희박한 확률이지만 그 잠재력을 알아보는 사람을 우리는 선지자라 부르고, 잠재력을 실행에 옮긴 사람을 우리는 천재라 부른다." (p.125)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는,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연구자들이 낮은 확률에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탄생한 약입니다. 저자는 그 역사를 통해 천재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낮은 확률 앞에서도 계속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삶에서 항상 천재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잘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가능성을 믿고 계속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계속한다'는 말을 가볍게 썼습니다. 

요즘은 그 표현을 꺼내는 것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말로는 단순하지만, 그 두 글자 뒤에는 수많은 시간과 고민이 쌓여 있으니까요.

특히 몸이 약해지거나 체력이 줄어들면, 계속하고 싶어도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힘이 없어서 못할 때가 있습니다.
시간과 체력이 충분할 때 '계속한다'는 의지의 문제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것은 선택의 문제로 바뀝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인지, 그것을 따지게 됩니다.

4. 온실과 야생 사이에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능력은 척박한 환경에서 쌓인다. 평온하고 안락한 환경에서는 발전하기 힘들다. 나쁜 환경이 좋은 환경이었고, 좋은 환경이 나쁜 환경이었다." (p.208)


내가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환경과, 능력이 쌓이는 환경은 항상 일치하지 않습니다.

능력을 발휘하려면 조건이 필요합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 호흡이 맞는 동료, 익숙하고 좋아하는 주제. 이렇게 조건이 완벽한 곳을 우리는 '온실'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너무 척박하고 낯선 곳에 있다면 우리는 지금 야생에 있는 겁니다. 죽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버티고, 적응하고 있는 것이죠.
지금 내가 너무 힘들다면, 야생에 있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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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야생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스스로 가스라이팅하고 싶지만................. 솔직히 온실에서도 잘만 성장합니다.
야생말고, 온실에서만 좀 있어보고 싶네요. 야생은 좀 지긋지긋합니다. 우리가 뭐 자연인도 아니고, 왜 항상 야생일까를 고민해봅니다.
지금은 야생이지만, 언젠가는 온실로 들어가기 위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봐야겠습니다.
우리는 식물과 달리 선택도 할 수 있고, 걸어다닐 수 있으니까요.

올 해는 꼭 온실 속의 화초가 되보고 싶습니다.
다들 온실 속의 화초처럼 평화롭게 성장하시는 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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