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인가요?
내가 밝게 빛나지 않아도, 영광의 시대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정도성 서사 라이브러리 대표
얼마 전, 잠을 자기 직전에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일이나 건강에 상관없이 오직 내 재미를 위해서,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한 게 언제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에는 나의 재미만을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해 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더군요. 질문을 바꿨습니다. ‘나의 재미를 위해서, 최초로 몰입해서 성취한 경험이 언제지?’라고요.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
그 당시에 저는 만화 ‘슬램덩크’를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마치 시험 공부를 하듯이 손에서 놓지를 않았습니다. 읽다 보니 강백호와 저의 키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는 강백호는 덩크슛을 하는데 나는 왜 덩크슛을 못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유 없는 호승심이 찾아왔습니다. 강백호처럼 덩크슛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강백호가 하면 나도 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처음에는 스쿼트를 시작했습니다. 아…… 그 당시에는 ‘스쿼트’라는 표현도 몰랐습니다. ‘그냥 앉았다 일어섰다’를 시작했다고 하는 게 정확합니다. 처음에는 50개 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하루도 빼지 않고 한 달을 하니 50개는 더 이상 힘들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갯수를 늘려갔습니다. 오로지 덩크슛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매일같이 운동을 했습니다. 1년 후에는 200개를 해도 전혀 힘이 들지 않았습니다. 분명 성장했는데, 덩크슛은 여전히 못했습니다. 방법을 바꿨습니다. 200개를 한 후 쪼그려 뛰기를 800개를 추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아하지만, 숫자를 채워가며 성실하게 운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운동했지만, 여전히 덩크슛을 못했습니다. 이제는 이 모든 운동을 하고 난 후에 오리걸음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운동하기를 1년 더 했습니다.
덩크슛을 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지 만 2년이 되던 고 1 체육대회에서, 저는 드디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덩크슛을 성공합니다. 상상 속의 덩크슛은 슬로모션처럼 보였습니다. 슬램덩크의 한 장면처럼 골대가 점점 좁혀져 오는 것이 또렷하게 보이고, 손으로 농구공을 내려꽂는 감각이 생생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현실에서의 덩크슛은 빨리감기였습니다. 덩크슛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점프를 뛴 순간 순식간에 공이 들어갔습니다. 내가 덩크슛을 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주변의 반응을 보고, ‘내가 덩크슛에 성공을 했구나’를 겨우 깨달았습니다. 이제 ‘나의 영광의 시대가 펼쳐지겠구나’라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렸습니다.
기대와 달리, 영광의 시대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얼마 후에 발목 인대를 크게 다쳐서, 영원히 덩크슛을 못하게 됐습니다. 체육대회 때의 덩크슛이 처음이자 마지막 덩크슛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어이없습니다. 2년 동안 운동해서 덩크슛 딱 한 번 하고 끝났다는 게 허망하기도 하고요. 마치 슬램덩크에서 북산이 온힘을 다해 전국 최강 산왕을 물리치고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했던 시간들이니까요.
슬램덩크의 하이라이트인 산왕과의 경기에서, 주인공 강백호는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합니다. 자신을 교체하려는 감독님께 강백호는 질문을 하죠.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강백호는 바로 지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강백호는 코트 위에서 농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기술은 서태웅과 비교도 안 되고, 영향력은 정대만이나 채치수에 미치지 못합니다. 코트 위에서 가장 빛나거나 중요한 선수가 아니지만, 영광의 시대가 지금이라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강백호에게 영광의 시대는 내가 빛나는 시기가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미쳐 있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덩크슛을 했던 성취의 순간이 영광의 시대가 아니라, 농구를 좋아하고 덩크슛을 하고 싶어서 몰입했던 2년의 시간이 영광의 시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의 평가와 상관없이, 보상이나 대가를 계산하지 않고 몰입하며 스스로 빛났던 시기였으니까요. 타인들에게 인정받아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빛났던 시기처럼 느껴집니다.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이라는 강백호의 고백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이 우리에게도 영광의 시대입니다. 그런 의미라면, 우리 모두의 '영광의 시대'는 항상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인가요?
내가 밝게 빛나지 않아도, 영광의 시대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정도성 서사 라이브러리 대표
얼마 전, 잠을 자기 직전에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일이나 건강에 상관없이 오직 내 재미를 위해서,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한 게 언제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에는 나의 재미만을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해 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더군요. 질문을 바꿨습니다. ‘나의 재미를 위해서, 최초로 몰입해서 성취한 경험이 언제지?’라고요.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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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저는 만화 ‘슬램덩크’를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마치 시험 공부를 하듯이 손에서 놓지를 않았습니다. 읽다 보니 강백호와 저의 키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는 강백호는 덩크슛을 하는데 나는 왜 덩크슛을 못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유 없는 호승심이 찾아왔습니다. 강백호처럼 덩크슛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강백호가 하면 나도 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처음에는 스쿼트를 시작했습니다. 아…… 그 당시에는 ‘스쿼트’라는 표현도 몰랐습니다. ‘그냥 앉았다 일어섰다’를 시작했다고 하는 게 정확합니다. 처음에는 50개 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하루도 빼지 않고 한 달을 하니 50개는 더 이상 힘들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갯수를 늘려갔습니다. 오로지 덩크슛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매일같이 운동을 했습니다. 1년 후에는 200개를 해도 전혀 힘이 들지 않았습니다. 분명 성장했는데, 덩크슛은 여전히 못했습니다. 방법을 바꿨습니다. 200개를 한 후 쪼그려 뛰기를 800개를 추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아하지만, 숫자를 채워가며 성실하게 운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운동했지만, 여전히 덩크슛을 못했습니다. 이제는 이 모든 운동을 하고 난 후에 오리걸음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운동하기를 1년 더 했습니다.
덩크슛을 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지 만 2년이 되던 고 1 체육대회에서, 저는 드디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덩크슛을 성공합니다. 상상 속의 덩크슛은 슬로모션처럼 보였습니다. 슬램덩크의 한 장면처럼 골대가 점점 좁혀져 오는 것이 또렷하게 보이고, 손으로 농구공을 내려꽂는 감각이 생생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현실에서의 덩크슛은 빨리감기였습니다. 덩크슛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점프를 뛴 순간 순식간에 공이 들어갔습니다. 내가 덩크슛을 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주변의 반응을 보고, ‘내가 덩크슛에 성공을 했구나’를 겨우 깨달았습니다. 이제 ‘나의 영광의 시대가 펼쳐지겠구나’라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렸습니다.
기대와 달리, 영광의 시대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얼마 후에 발목 인대를 크게 다쳐서, 영원히 덩크슛을 못하게 됐습니다. 체육대회 때의 덩크슛이 처음이자 마지막 덩크슛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어이없습니다. 2년 동안 운동해서 덩크슛 딱 한 번 하고 끝났다는 게 허망하기도 하고요. 마치 슬램덩크에서 북산이 온힘을 다해 전국 최강 산왕을 물리치고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했던 시간들이니까요.
슬램덩크의 하이라이트인 산왕과의 경기에서, 주인공 강백호는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합니다. 자신을 교체하려는 감독님께 강백호는 질문을 하죠.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강백호는 바로 지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강백호는 코트 위에서 농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기술은 서태웅과 비교도 안 되고, 영향력은 정대만이나 채치수에 미치지 못합니다. 코트 위에서 가장 빛나거나 중요한 선수가 아니지만, 영광의 시대가 지금이라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강백호에게 영광의 시대는 내가 빛나는 시기가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미쳐 있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덩크슛을 했던 성취의 순간이 영광의 시대가 아니라, 농구를 좋아하고 덩크슛을 하고 싶어서 몰입했던 2년의 시간이 영광의 시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의 평가와 상관없이, 보상이나 대가를 계산하지 않고 몰입하며 스스로 빛났던 시기였으니까요. 타인들에게 인정받아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빛났던 시기처럼 느껴집니다.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이라는 강백호의 고백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이 우리에게도 영광의 시대입니다. 그런 의미라면, 우리 모두의 '영광의 시대'는 항상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