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품위를 안다
고수리 작가님의 책 이야기입니다.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 사계절/2020)를 통해서,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어른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고수리 작가
Q. 이 책에서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이 책은 독서 교실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김소영 작가가 어린이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며 쓴 에세이입니다.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저는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기' 그리고 '어린이의 품위 지켜주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Q.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우리 곁의 어린이를 보면 아주 작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어른들은 “쟤도 한 명으로 쳐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와요. 우리가 코로나 초기에 약국에서 길게 줄 서서 마스크를 샀던 경험이 있었잖아요. 그때 어떤 할아버지가 이렇게 소리칩니다.
“어이 거기, 그 어린이도 마스크를 사는 거야?”
그때 엄마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럼요. 얘도 한 명인데요”
여기에는 우리의 많은 관점이 들어가 있죠. 우리는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주린이, 요린이 등 미숙하고 어리숙한 사람들을 어린이에 빗대어서 이야기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시선이 옳은 걸까요?
어린이들은 작기 때문에 시야가 좁고, 높이 올라가지 못합니다. 말썽과 소란과 사고의 이면을 보면 어린이들이 대부분 작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손을 높이 뻗을 수 없기 때문에 책장에 올라가고, 땅에 발이 닿지 않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 수없이 발을 흔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어린이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린이가 일으키는 말썽, 장난, 사고의 많은 부분은 어린이가 작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어린이는 어른을 보고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 어린이는 가만히 서서 키만 자라지 않는다.
어린이에게는 성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공공장소에서도 어린이는 마땅히 한 명으로 대접받아야 한다.
어린이라는 이유로 배제할 것이 아니라, 어린이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쪽으로 어른들이 지혜를 모으는 게 옳다.
어린이는 그런 공간에서 배우며 자랄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어른이 어린이에게 해야 할 일은 성을 내는 것이 아니라 몸소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Q.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기'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독서 교실에 어린이들이 오면 김소영 작가님은 외투를 벗는 어린이를 도와준다고 합니다. 가방을 챙기는 것도 도와주고요. 어린이가 기분이 상하지 않게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주의하면서 말이죠. 그러면 간혹 어떤 어린이는 “선생님, 왜 지금 저 도와주세요?”라고 묻는다고 해요. 그럴 때 김소영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나는 네가 다른 곳에 가서도 이런 자연스러운 대우를 받아 봤으면 좋겠어.
이런 대우를 받아본 사람은 자연스럽게 또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거든.”
또 하나의 예로, 마리아 몬테소리의 <어린이의 비밀>이라는 책에 실린 이야기를 가져옵니다. 손수건으로 코를 어떻게 푸는지 작은 수업을 하나 마련해서 몬테소리 선생님이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나 열광적이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이 아주 진지하게 듣고요. 손뼉을 치고요. 그 수업을 듣고 난 어린이들은 가려가면서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코를 풀었다고 합니다. 몬테소리는 이렇게 말을 해요.
“어린이들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어린이들도 품위를 안다.”
어린이들이 지저분한 코 때문에 계속 혼나야 했었잖아요. 그렇게 혼나면서 그 어린이들도 얼마나 마음으로 고생했을까요? 우리는 좋은 대접을 받아야 좋은 대접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좋은 대접을 스스럼없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또한 나쁜 대접을 받았을 때 나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Q. 그 외에 추가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아마 많은 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어렸을 때를 떠올리실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작가 김소영 선생님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나와요. 6살이던 시절 만원 버스에 탔는데 어떤 어른이 김소영 작가를 지키기 위해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이런 말을 했대요. ‘애가 짜부라질까 봐 내가 지켜야겠다.’고요. 그때 김소영 선생님은 생각했대요. '나는 짜부라질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이렇게 지켜줄 사람이 있구나.' 1923년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 선언문을 선언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 자세 타일러 주시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너무 답답하다고, 작다고, 느리다고, 미숙하다고 쉽게 성만 내는 어른이 아닌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늘 어린이가 있고, 그런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마음은 곧 우리를 향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어른,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도 품위를 안다
고수리 작가님의 책 이야기입니다.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 사계절/2020)를 통해서,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어른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고수리 작가
Q. 이 책에서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이 책은 독서 교실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김소영 작가가 어린이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며 쓴 에세이입니다.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저는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기' 그리고 '어린이의 품위 지켜주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Q.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우리 곁의 어린이를 보면 아주 작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어른들은 “쟤도 한 명으로 쳐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와요. 우리가 코로나 초기에 약국에서 길게 줄 서서 마스크를 샀던 경험이 있었잖아요. 그때 어떤 할아버지가 이렇게 소리칩니다.
“어이 거기, 그 어린이도 마스크를 사는 거야?”
그때 엄마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럼요. 얘도 한 명인데요”
여기에는 우리의 많은 관점이 들어가 있죠. 우리는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주린이, 요린이 등 미숙하고 어리숙한 사람들을 어린이에 빗대어서 이야기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시선이 옳은 걸까요?
어린이들은 작기 때문에 시야가 좁고, 높이 올라가지 못합니다. 말썽과 소란과 사고의 이면을 보면 어린이들이 대부분 작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손을 높이 뻗을 수 없기 때문에 책장에 올라가고, 땅에 발이 닿지 않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 수없이 발을 흔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어린이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린이가 일으키는 말썽, 장난, 사고의 많은 부분은 어린이가 작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어린이는 어른을 보고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 어린이는 가만히 서서 키만 자라지 않는다.
어린이에게는 성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공공장소에서도 어린이는 마땅히 한 명으로 대접받아야 한다.
어린이라는 이유로 배제할 것이 아니라, 어린이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쪽으로 어른들이 지혜를 모으는 게 옳다.
어린이는 그런 공간에서 배우며 자랄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어른이 어린이에게 해야 할 일은 성을 내는 것이 아니라 몸소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Q.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기'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독서 교실에 어린이들이 오면 김소영 작가님은 외투를 벗는 어린이를 도와준다고 합니다. 가방을 챙기는 것도 도와주고요. 어린이가 기분이 상하지 않게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주의하면서 말이죠. 그러면 간혹 어떤 어린이는 “선생님, 왜 지금 저 도와주세요?”라고 묻는다고 해요. 그럴 때 김소영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나는 네가 다른 곳에 가서도 이런 자연스러운 대우를 받아 봤으면 좋겠어.
이런 대우를 받아본 사람은 자연스럽게 또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거든.”
또 하나의 예로, 마리아 몬테소리의 <어린이의 비밀>이라는 책에 실린 이야기를 가져옵니다. 손수건으로 코를 어떻게 푸는지 작은 수업을 하나 마련해서 몬테소리 선생님이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나 열광적이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이 아주 진지하게 듣고요. 손뼉을 치고요. 그 수업을 듣고 난 어린이들은 가려가면서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코를 풀었다고 합니다. 몬테소리는 이렇게 말을 해요.
“어린이들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어린이들도 품위를 안다.”
어린이들이 지저분한 코 때문에 계속 혼나야 했었잖아요. 그렇게 혼나면서 그 어린이들도 얼마나 마음으로 고생했을까요? 우리는 좋은 대접을 받아야 좋은 대접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좋은 대접을 스스럼없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또한 나쁜 대접을 받았을 때 나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Q. 그 외에 추가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아마 많은 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어렸을 때를 떠올리실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작가 김소영 선생님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나와요. 6살이던 시절 만원 버스에 탔는데 어떤 어른이 김소영 작가를 지키기 위해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이런 말을 했대요. ‘애가 짜부라질까 봐 내가 지켜야겠다.’고요. 그때 김소영 선생님은 생각했대요. '나는 짜부라질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이렇게 지켜줄 사람이 있구나.' 1923년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 선언문을 선언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 자세 타일러 주시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너무 답답하다고, 작다고, 느리다고, 미숙하다고 쉽게 성만 내는 어른이 아닌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늘 어린이가 있고, 그런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마음은 곧 우리를 향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어른,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