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고도 고결한 사랑
정여울 작가님이 읽은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한겨레출판 / 2023)
너무 다른 존재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까요?
정여울 작가
강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편히 받아들이라고 그녀는 말했지. 하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이제야 눈물 흘리네.
칠드런 액트 / 161p
Q. <칠드런 액트>, 어떤 이야기인가요?
이언 매큐언의 소설 <칠드런 액트>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열일곱 살 소년 아담의 백혈병을 어떻게든 치료하기 위해 분투하는 판사 피오나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아담의 사연은 재판에까지 회부됩니다. 아동법 최고의 권위자로 불리는 판사 피오나는 이 문제가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아담을 직접 만나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아담을 만난 피오나는 그에게서 순수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평범한 소년의 모습을 보게 되죠. 아담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피오나의 모습을 보고, 부모님보다도 나이가 많은 피오나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결국 수혈을 받은 아담은 건강을 되찾게 되고, 본인이 믿던 종교에서 벗어나 피오나를 따라다닙니다. 심지어 피오나의 집에 하숙이라도 하면서 남편과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는 무리한 부탁까지 하죠. 하지만 두려움을 느낀 피오나는 아담을 향해 차갑게 거절하고 아담을 밀어냅니다. 아담은 열여덟 살이 되는 순간 다시 한번 수혈을 거부해요. 성인이 된 아담은 자신의 의지로 수혈을 거부할 수 있었고, 한 여자에게 버림받은 존재가 되기 싫었던 아담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거예요.
화려한 파티가 열린 자리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던 피오나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불러버리고 말아요. 과거 병실에서 아담에게 불러줬던 그 노래입니다. 피오나는 자신이 놓쳐버린 손 때문에 아담이 이 세상 전체를 향한 끈을 놓아버렸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Q. 피오나와 아담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요?
아담은 피오나를 단지 여성으로서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본받고 싶은 인물, 존경하는 인물로서도 사랑했어요. 진정한 보호자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신앙의 공동체에 갇혀 부모님에게서도 진정한 의미의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담에게 있어 피오나는 새 인생을 열어준 사람이었기에, 오직 피오나 단 한 사람의 관심과 친절을 바랐던 것이죠.
피오나는 평생 페르소나를 지키기 위해서 분투해온 사람이에요. 페르소나라는 것은 항상 우리가 남들에게 보여주는 가면이거든요.
훌륭한 판사로서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며 주변 사람들한테 칭찬받으면서 최고의 엘리트로 살아온 것이죠. 그래서 피오나는 자신의 삶을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아담이 자신의 완벽한 삶을 무너뜨릴까봐 두려웠던 거죠.
다르면서도 닮은 존재인 두 사람
아담과 피오나 두 사람은 어떤 측면에서는 아주 닮았어요. 두 사람 모두 순수하고 고결한 사람인 거예요. 아담의 고결함은 내 삶의 결정권을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겠다는, 결코 타인에게 내 삶의 결정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투쟁이거든요. 피오나의 고결함은 판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결코 권력이나 지위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꼭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으로 생각한다는 거예요. 판사로서의 책임, 어른으로서의 책임, 훌륭한 시민으로서의 책임이죠.
아담은 불가능한 꿈을 향해 투쟁하고 피오나는 현실의 책임을 향해서 투쟁했어요.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그러한 고결함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치 영혼의 쌍둥이처럼 닮은 존재예요.
Q. 이 소설에서 어떤 교훈의 메시지를 발견하셨나요?
나와 다른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나와 너무나 많은 차이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인정하고 존중해줄 것인가'라는 문제를 이 소설이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꼭 자기와 잘될 것 같은 사람만을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요. 또래만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이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이 나는 사람들도 좋아해 보고 신분적 격차가 아주 큰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게다가 그 대상이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그의 행복을 멀리서 빌어주는 성숙함을 누군가가 이 아이에게 알려줬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너무 다른 존재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너무 다른 존재가 나를 사랑해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순간에서 사랑을 뛰어넘는 우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어리석고도 고결한 사랑
정여울 작가님이 읽은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한겨레출판 / 2023)
너무 다른 존재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까요?
정여울 작가
Q. <칠드런 액트>, 어떤 이야기인가요?
이언 매큐언의 소설 <칠드런 액트>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열일곱 살 소년 아담의 백혈병을 어떻게든 치료하기 위해 분투하는 판사 피오나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아담의 사연은 재판에까지 회부됩니다. 아동법 최고의 권위자로 불리는 판사 피오나는 이 문제가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아담을 직접 만나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아담을 만난 피오나는 그에게서 순수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평범한 소년의 모습을 보게 되죠. 아담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피오나의 모습을 보고, 부모님보다도 나이가 많은 피오나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결국 수혈을 받은 아담은 건강을 되찾게 되고, 본인이 믿던 종교에서 벗어나 피오나를 따라다닙니다. 심지어 피오나의 집에 하숙이라도 하면서 남편과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는 무리한 부탁까지 하죠. 하지만 두려움을 느낀 피오나는 아담을 향해 차갑게 거절하고 아담을 밀어냅니다. 아담은 열여덟 살이 되는 순간 다시 한번 수혈을 거부해요. 성인이 된 아담은 자신의 의지로 수혈을 거부할 수 있었고, 한 여자에게 버림받은 존재가 되기 싫었던 아담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거예요.
화려한 파티가 열린 자리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던 피오나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불러버리고 말아요. 과거 병실에서 아담에게 불러줬던 그 노래입니다. 피오나는 자신이 놓쳐버린 손 때문에 아담이 이 세상 전체를 향한 끈을 놓아버렸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Q. 피오나와 아담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요?
아담은 피오나를 단지 여성으로서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본받고 싶은 인물, 존경하는 인물로서도 사랑했어요. 진정한 보호자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신앙의 공동체에 갇혀 부모님에게서도 진정한 의미의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담에게 있어 피오나는 새 인생을 열어준 사람이었기에, 오직 피오나 단 한 사람의 관심과 친절을 바랐던 것이죠.
피오나는 평생 페르소나를 지키기 위해서 분투해온 사람이에요. 페르소나라는 것은 항상 우리가 남들에게 보여주는 가면이거든요.
훌륭한 판사로서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며 주변 사람들한테 칭찬받으면서 최고의 엘리트로 살아온 것이죠. 그래서 피오나는 자신의 삶을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아담이 자신의 완벽한 삶을 무너뜨릴까봐 두려웠던 거죠.
다르면서도 닮은 존재인 두 사람
아담과 피오나 두 사람은 어떤 측면에서는 아주 닮았어요. 두 사람 모두 순수하고 고결한 사람인 거예요. 아담의 고결함은 내 삶의 결정권을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겠다는, 결코 타인에게 내 삶의 결정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투쟁이거든요. 피오나의 고결함은 판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결코 권력이나 지위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꼭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으로 생각한다는 거예요. 판사로서의 책임, 어른으로서의 책임, 훌륭한 시민으로서의 책임이죠.
아담은 불가능한 꿈을 향해 투쟁하고 피오나는 현실의 책임을 향해서 투쟁했어요.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그러한 고결함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치 영혼의 쌍둥이처럼 닮은 존재예요.
Q. 이 소설에서 어떤 교훈의 메시지를 발견하셨나요?
나와 다른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나와 너무나 많은 차이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인정하고 존중해줄 것인가'라는 문제를 이 소설이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꼭 자기와 잘될 것 같은 사람만을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요. 또래만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이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이 나는 사람들도 좋아해 보고 신분적 격차가 아주 큰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게다가 그 대상이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그의 행복을 멀리서 빌어주는 성숙함을 누군가가 이 아이에게 알려줬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그 순간에서 사랑을 뛰어넘는 우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