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2025-01-04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아이가 죽어가는 부모에게 할 말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이 함께 나눈 수많은 시간들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 파트릭 벤 수쌍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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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병원과 함께 임종기 환자와 의료진들의 대화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수많은 책과 논문을 읽고, 인터뷰도 진행하며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모든 죽음에 관한 책이 읽기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힘들었던 책은 파트릭 벤 수쌍의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였습니다. 

 이 책은 가족의 죽음을 통과해야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소식을 전하고 대화를 할 것인가?'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해결책이나 매뉴얼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고민’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의 성격 때문입니다. 저자는 단언하지 않고 제안합니다. 외면하고 싶은 상황에 대응하는 기준은 제시하지만, 이렇게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프랑스의 아동정신의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차이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언제 이야기해야 할까?



아이와 가까운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사람과 아이가
남은 몇 주 동안 함께 지낼 수 있는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아이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반대로 우리가 아이에게서
최후의 순간들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 p.38


 프랑스의 정신분석가이자 소아과 의사인 프랑수아 돌토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반드시 상처를 주고, 후유증을 동반한다고 말합니다. 진실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진실이야말로 최소한의 상처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거짓말은 상처를 덧나게 만들 수 있지만, 진실은 아이들이 아프고 힘들지만 결국에는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만듭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방식입니다. 가족이 죽을 것인지에 대해 묻는 아이에게 자세한 설명 없이 ‘그래, 죽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된 것입니다. ‘치료를 받고 있으니 좋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배려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몹시 아픈 것이 사실이란다. 의사 선생님들이 치료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그분들도 모른단다”라는 대답을 예시로 제시합니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우회적인 표현과 함께, 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죽음은 필연적이지만, 아직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때가 언제인지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원칙을 넌지시 알려줍니다. 임박해서 말하기보다는 아이가 죽음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말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한 이후입니다. 저자는 아이가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주변의 어른들은 아이에게 진실을 던져주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저자 : 패트릭 벤 수쌍 / 출처 파올리 - 칼트메스 연구소


아이가 여러 명이라면, 누구에게 먼저 이야기해야 할까? 

 아이가 여러 명일 경우, 중요한 소식을 전하거나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는 한 번에 모든 아이와 동시에 대화하는 것보다는 각 아이와 개별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는 각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할 시간을 가지게 하여, 상황에 대한 혼란을 줄이고 보다 안정된 상태에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특히 자녀들의 나이 차이가 있을 경우, 대화의 순서를 신중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는 주로 첫째 아이부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첫째 아이는 종종 형제나 자매보다 감정적으로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부모의 말을 깊이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첫째에게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것은 그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드러내고, 소식을 내면적으로 소화할 시간을 줄 뿐 아니라, 이후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이야기가 전해질 때 그들을 보살피거나 이해해 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과 대화하면, 각 아이가 부모의 이야기를 차분히 이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동시에, 첫째 아이가 이후 다른 형제자매의 감정적 반응을 함께 도우며 더 건강한 가족의 소통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남아 있는 어른과 아이들 간의 신뢰와 유대를 더욱 깊게 만들어줍니다.


약해진 가족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줘야 할까? 

 때로는 환자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 때, 어린이들을 배제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죠. 특히, 아이들에게 슈퍼맨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던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모습이 가장 건강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지워버릴까 봐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명확히 이야기합니다.


아픈 이미지가 분명 덧붙여지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그 이전의 이미지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  p.38


기억은 퍼즐과 같습니다. 아픈 가족의 모습은 한 조각 퍼즐이 될 수 있지만, 모든 기억을 덮어버리지는 못합니다.


아이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남은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
환자를 죽을 때까지
항상 살아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 p.55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한 기억은, 어린이들에게도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 성장한 어린이들은 아팠던 순간과 장례식을 통해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됩니다. 갓난아이들은 비록 기억이 전혀 없겠지만, 성인이 된 후에 장례식장에서 찍은 사진을 볼 수는 있습니다. 사진 속에서 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으로서의 연대감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지막 시간에 가족을 외면하는 어린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부모가 아픈 순간에도 사소한 질문을 하지 않고, 죽음을 떠올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장례식장에서도 아이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 음악을 듣고 있을 수도 있고, 무심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도 있습니다.


감정의 표현이 없는 것이
고통과 충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  p.55 


아이들이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어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저마다의 슬픔을 통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은 초조할 수 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가족들에게 표현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드는 것입니다.


아이가 죽어가는 부모에게
할 말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이 함께 나눈 수많은 시간들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전혀 아니다.

또한 그들이 함께 살았던 여러 해 동안,
저마다의 사랑을 증명하고
깊고 중요한 많은 것들을
그들이 나누었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  p.74



솔직히 저자의 의견에 절반만 동의합니다.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후회가 됩니다. 다만, 저는 성인이고, 어린이였다면 조금 달랐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저도 마지막 순간의 아쉬움이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모든 기억을 덮어버리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이 모든 추억을 덮어버리지 않는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깊은 슬픔을 안겨주지만, 그 슬픔 속에서도 소중한 기억과 관계는 간직할 수 있습니다. 슬픔에 매몰되어 그들의 존재를 잊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의 관계가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족이 죽었다는 것이 가족과의 관계가 끊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시간들은 가족의 부재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그 시간들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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