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참미 | 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 잘하고 싶은 마음과 피하고 싶은 마음

서사


흑백요리사에서 고기깡패님이 에드워드리를 보고, 가장 대결해보고 싶은 사람도 에드워드 리고 피하고 싶은 사람도 에드워드 리라고 하는 게…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죠. 특히, 에드워드리를 보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우리의 피부와 외모는 나이를 먹어가겠지만 마음과 표정은 늙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기깡패의 표정을 보니, 저 역시도 '잘하고 싶지만 피하고 싶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Joy in Work입니다. Joy in Work는 2019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조직문화 워크숍입니다. 미국의 IHI라는 기관에서 만든 조직문화 프레임인데, 이 프레임을 바탕으로 책을 기반으로 한 워크숍을 만듭니다. 주로 병동간호사님들이 대상입니다. 부서별로 조직문화 리더가 선발되면, 그 분들과 일터의 긍정성을 높이는 워크숍을 합니다. 주제를 뽑는 일부터, 워크숍 내용을 구성하는 일까지 정말 어마어마어마어마하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책에서 메시지, 근거, 사례 등을 뽑아내다보니, 책도 굉장히 많이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에도 다정함의 과학, 프렌즈, 미래중독자, 친밀함의 과학, 칼의 노래, 자전거여행, 완벽에 관하여,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나홀로 볼링 등등등


솔직히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걸 계속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때만해도 워크숍 한 번 준비할 때, 한 달에 100시간은 갈아 넣는 기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병원에서 근무를 해본적이 없는데, 병원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게 저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상상하지 못하면 실행할 수 없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뭘안다고 이 일을 할까라는 생각이 컸죠. 오죽 힘들면, 그 당시 병상에 누워계시던 아버지에게도 너무 힘들어서 못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아마,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2달 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병원에 있어 보니, 간호사 선생님들이 하는 일이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영혼까지 치유하는 일이다. 그 분들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하나님을 위한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참고로 아버지가 목사님이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냥 했던 일이 아버지의 유언에 순종하는 일처럼 변하더군요. 아버지와 마지막 대화는 아니었지만, 일과 관련된 대화로선 마지막이었거든요. 아버지 말씀을 듣고나니,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워크숍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야 겠다는 마음이 강해졌습니다. 뭐.. 아버지의 유언 같은 말씀이 붙잡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어쨌거나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일을 하면 일의 무게감이 덜어집니다. '잘 한다'라는 말 속에는 ‘빛나고 싶다’라는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말에는 타인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2019년에 아버지와의 대화를 기점으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꾸준히 해왔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패턴이 익숙해지니, 좀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익숙과 능숙은 다릅니다. 익숙은 단순히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만, 능숙은 익숙함에 능력이 더해집니다. 매번 해오던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새로움을 더할 때 능숙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겠죠. 4년 정도 하다 보니, 이제 겨우 능숙해지고 있는 게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네요.


능숙해졌어도, 여전히 이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한 번의 워크숍을 진행하면, 수많은 책을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의 긍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가 긍정성을 찾아가는 여정과 항상 맞물려 있습니다. 책을 통해 삶의 방향을 세우고, 시행착오를 해왔던 여정들이 워크숍에 담겨 있습니다. 흔히 표현하는 갈아 넣는 것에 가깝습니다.하지만 조금씩 능숙해지면서 느껴지는 효능감, 누군가는 변화될 것이라는 약간의 희망, 아버지의 유언 같았던 충고,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과의 유대감, 한 번 하고 끝나고 나면 검증된 콘텐츠가 여러 개가 나온다는 위로 등등이 뒤섞여서 계속해서 잘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피하고 싶기도 합니다.



두서 없이 레터를 쭈욱 쓰다보니, 피하고 싶은 마음이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나 근원은 ‘좋아하는 마음’ 이었던 것 같습니다. 피하고 싶었어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었죠. 

콘텐츠로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 보니, 잘하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피하고 싶고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어 노력도 하겠죠. 이렇게 갈팡질팡할 때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도 내려놓고, 피하고 싶은 마음도 내려놓은 채로 좋아하는 마음만 생각해야겠습니다. 문창미 작가님이 쓴 ‘좋아하는 마음에는 실패가 없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일에 대해 좋아하는 마음에만 집중한다면 딱히 실패할 일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0 0
주식회사 서사 대표 정도성, 이민희
주소: 서울 서초구 동작대로 138 2층
이메일: seosa@seosa.co.kr l 전화번호: 02-332-9948
사업자등록번호: 773-88-01352
통신판매업번호: 2023-서울강남-02185


개인정보처리방침   이용약관

주식회사  서사  l  대표 정도성, 이민희  l 서울 서초구 동작대로 138 2층

이메일: seosa@seosa.co.kr  l 전화번호: 02-332-9948

사업자등록번호: 773-88-01352 l 통신판매업번호 2023-서울강남-02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