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정 | 유령의 시간] 삶의 무의미를 어떻게 극복할까?

서사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 유난히 '교유서가'의 책이 많았습니다. 교유서가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교유서가에서 서포터를 모집하더군요. 냉큼 지원했습니다. 왠지 '서사,당신의 서재' 사장으로 지원하면 좀 민망해서, 개인 계정으로 신청했습니다. 신청했던 서포터즈 활동으로 처음 온 책이 '유령의 시간'입니다.


아주 숨막히는 책입니다. 한국전쟁 시기에 월북을 한 이력이 있던 주인공 이섭의 삶을 다뤘습니다. 읽다보면 너무너무 숨이 막힙니다. 그는 실패한 삶에 가깝습니다. 성취라는 관점을 떠나서도, 불행한 삶입니다. 그는 공산주의를 선택해서 월북을 했지만, 북한의 실상을 보고 다시 남한으로 넘어옵니다. 남한에서는 월북자 딱지가 붙고, 한국전쟁이 발발해서, 가족은 북으로 끌려갑니다.


월북한 이력을 지닌 그가 이남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섭은 평생을 가족들의 귀환을 위해 노력하지만, 정말 택도 없습니다. 당시 남북한의 분단상황이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령의 시간'이라는 제목처럼 그는 유령처럼 부유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처럼 한국전쟁 때 가족을 잃을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여러명의 자녀를 둡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북의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찾으려고 합니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다는 것을 알아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죽습니다. 반전이 없습니다. 너무 현실적인 결말입니다.


내가 이섭이라고 상상해봤습니다. 삶이 무의미로 가득찼을 때,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나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궁극적으로 내 삶은 실패로 가득찼을 때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마음만 답답하고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기분으로 살아갈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저 그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뿐이었죠.


이섭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끄집어 내고 싶었는데, 실패했습니다. '작가님은 왜 이리 우울한 책을 썼을까'라는 약간의 원망 섞인 마음으로 밑 줄 그었던 부분들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주인공은 우울한 삶 속에서 참 주변인들에게 다정했습니다. 과도하게 다정한게 문제였죠. 그러다가 문득, 올 해 읽었던 책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내 삶의 한 조각이 당신 삶의 한 조각이 될 수 있고, 당신 삶의 한 조각이 내 삶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다."

- 마크 앨리슨 / 완벽에 관하여


묘했습니다. 이섭처럼, 불완전하고 실패한 삶이라도 타인의 삶과 만났을 때에는 의미 있는 삶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불행했지만, 자식에게나, 부인에게나, 동네사람들에게 항상 따뜻했습니다. 그의 삶은 실패했으나, 그의 존재는 타인의 삶에서 위로였고 희망이었습니다.



이섭의 삶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내 삶을 어떤 순간에도 폄하해서는 안되는구나'라고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큰 축복이겠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해도 내 삶은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섭이 타인들에게 의미가 있었던 것은 그가 성공해서가 아니라, 따뜻했기 때문입니다. 이섭이 자신에게까지 따뜻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한 점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그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타인들과의 관계 덕분에요. 책을 다 읽고 이틀만에 떠올렸습니다. '타인에 대한 따뜻함은 내 삶의 무의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구나'라고요.



서사 레터를 읽으시는 분들의 따뜻함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서사 라이브러리'입니다. 저희가 그동안 운영하던 '에픽어스'를 '서사 라이브러리'로 개편하였습니다. 접근성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앱이 아닌 '웹' 중심의 서비스로 변화를 했습니다. 아마, 구독 중이었던 분들은 알림톡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에픽어스를 구독하지 않고, 서사레터만 읽고 계셨던 분들은 '서사 라이브러리'를 통해 따뜻함을 표현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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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어스 때와는 다르게, 작가님들의 참여 페이지도 늘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의 참여 페이지도 늘릴 생각이고..제가 쓰는 글도 엄청 늘어날 예정입니다. 아..서사레터도 일부는 윤문을 거친 후에 '서사 라이브러리'에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서사,당신의 서재'에서 '말'로만 돌고 돌던 콘텐츠를 '서사 라이브러리'에 글로도 아카이빙하려고 합니다. 독서모임 내용도 담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모임을 하다 보면, 정말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오고 가는데 그게 휘발되는 게 너무 아쉬워서요. 어떤 방식으로든 '서사 라이브러리'에 담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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