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퇴사를 고민했을 때.

1.

예전에 친구랑 순대국을 먹으며,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퇴사 때문이었습니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점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은 1도 없었습니다. 아주아주 깊은 고민을 하며, 일의 의미를 찾았던 시간들이 쌓여서.........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습니다. 회사 동료들과도 사이가 좋았죠. 그러고보니, 회사의 조직문화도 정말 좋았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회사도 있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고민했던 것은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그만두고 일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회사도 좋지만, 나가서 일을 하면 일이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죠. 한참 이런 고민을 하다가, 친구를 만나서 저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 때,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넌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었어. 이번에도 그럴거야."


친구놈의 고마운 위로와는 달리, 저는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참 많았습니다. 다만, 잘못된 선택과 무모한 도전으로 만났던 실패를 새로운 기회로 잘 활용했을 뿐입니다. 아닙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정말 많은데, 하여튼 친구는 절 오해하고 있습니다. 말이 안되죠.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을리가 없습니다. 너무 괴로워하니까, 친구가 위로한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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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 먹고 돌아오면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찍었는지 모르겠네요]


2.

하여튼, 친구가 저런 오해를 하게 만든 것은 태도였을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은 내게 일어나는 일 10%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90%로 이루어졌다" (스피키오)

저는 저 말을 굳게 믿습니다. 그러다보니, 실패해도 이걸 어떻게 이용하지라는 생각이 더 강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실패해도 패배자의 태도라기보다는 뭔가 계속 도전하는 태도가 있었습니다...(라고 추측합니다.)


3.

개인적으로는 스피키오가 저 말을 정말 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기원전에 살았던 사람이 10%나 90%라는 개념이 있었을까 의심스러워서입니다. 하지만..맥락상 스피키오가 저런 이야기를 한 것은 이해가 됩니다. 스피키오 아프리카누스는 2차 포에니 전쟁때 한니발로부터 로마를 구해낸 명장입니다. 그는 북아프리카 자마 전투에서 한니발을 제압합니다. '망치와 모루' 라고 불리우는 포위 섬멸 전술로 승리하죠. 그런데, 망치와 모루 전술을 완성한 것은 한니발입니다. 한니발이 2차 포에니 전쟁 초기에 '망치와 모루' 전술로 로마를 궤멸직전까지 몰고갑니다. 로마가 패배한 전투 현장 속에서 스피키오도 있었습니다. 스피키오는 실패의 한 가운데에서, 포위 전술을 배웠을거라 생각합니다. 스키피오에게 포에니 전쟁 초반의 패배는 내게 일어나는 일 10%였습니다. 전쟁 후반의 승리는 패배에 대한 반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패배에서, 승리의 실마리를 찾아냈습니다. 난데없이 친구의 위로가 떠오른 것을 보니, 저도 모르게 뭔가 쎄한 선택을 해서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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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늘도 이건 뭔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쎄한 기분이 드신다면, 그냥 일어나는 일 10%일 뿐이라고 여기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90%의 반응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