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노동자의 기쁨과 슬픔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아도, 별 탈 없이 오늘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그렇게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며 또 만나자는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것.
그 안에 숨겨진 소중함을 잊은 나와 당신, 우리는 도시의 노동자다."
손수현 작가
이노션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에세이를 씁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날', '지극히 사적인 하루','어쩌다보니 사중인격'을 출간했습니다.
아침 9시. 7년째 같은 시간, 같은 플랫폼에 서 있는 나는 도시의 노동자다. 나와 비슷한 표정을 가진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먼저 열차에 오르기 위해 준비 태세를 갖추지만, 이미 사람들로 가득한 열차는 금방이라도 옆구리가 터질 것만 같다. 우리는 다음 열차를 타기로 마음먹는 동시에 손목시계를 내려다본다. 회사가 있는 역까지 15분. 계단을 오르는 데 5분. 개찰구까지 걷는 데 다시 5분. 혼잡할 엘리베이터까지 감안해 조금 넉넉하게 시간을 잡는다. 그러는 동안, 내 등 뒤로 다시 긴 줄이 늘어뜨려진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느라 분주하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듯한 여자는 못다 한 화장을 마무리하고, 검은 머리, 흰머리가 뒤섞인 중년 남자는 못다 읽은 문서를 빠르게 훑는다. 그 옆에 편안한 자세로 앉은 젊은 남자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외국 드라마를 시청 중이다. 이 시간이 꽤 귀하다는 듯 다른 곳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수도 없이 몸을 실었을 이 열차에서 그는 몇 편의 드라마를 보았을까. 앉기보단 매번 서있기를 택하는 나는, 문 앞에 자리를 잡고 곧 마주할 한강을 기다린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또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이 계절을 잠시나마 두 눈에 담아두기 위해 한강 곳곳을 훑어본다.
회사에 출근하고 나면, 우리 모두의 시간엔 날개가 달린다. 한자리에 모여 간단히 미팅을 하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흩어져 문서 정리를 한다. 쌓여있는 메일함까지 모두 확인하고 나면 어느새 점심시간. 이제 하루 중 가장 어려운 선택의 순간과 맞닥뜨린다. 메뉴와 위치, 시간에 따라 얼만큼 사람들이 몰려 있을지 빠르게 가늠해야 하는데, 이때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무난한 선택지들을 제시하는 건 대부분 막내의 몫. 어느 정도 연차가 쌓였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두둑히 배를 채우고 나면, 머리보다 발이 먼저 기억하는 단골 카페로 향한다. 사장님은 누가 어떤 음료를 먹을지 훤히 꿰고 있다. 오후에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만 ‘조금 더 진하게’라는 요청사항을 덧붙인다. 카페인은 퇴근 시간까지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을 준다. 퇴근 후의 맥주보다 끊기 어려운 게 있다면, 바로 점심 후에 먹는 커피가 아닐까? 그렇게 또 오후 시간을 살아낸다.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은 다시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저마다의 집으로 향한다 . 하루 종일 소음에 시달린 귀엔 수고했다는 가사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라디오 DJ는 “내일 또 만나요”라는 말을 끝으로 코너를 마무리한다.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아도, 별 탈 없이 오늘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그렇게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며 또 만나자는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것. 그 안에 숨겨진 소중함을 잊은 나와 당신, 우리는 도시의 노동자다.
도시 노동자의 기쁨과 슬픔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아도, 별 탈 없이 오늘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그렇게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며 또 만나자는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것.
그 안에 숨겨진 소중함을 잊은 나와 당신, 우리는 도시의 노동자다."
아침 9시. 7년째 같은 시간, 같은 플랫폼에 서 있는 나는 도시의 노동자다. 나와 비슷한 표정을 가진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먼저 열차에 오르기 위해 준비 태세를 갖추지만, 이미 사람들로 가득한 열차는 금방이라도 옆구리가 터질 것만 같다. 우리는 다음 열차를 타기로 마음먹는 동시에 손목시계를 내려다본다. 회사가 있는 역까지 15분. 계단을 오르는 데 5분. 개찰구까지 걷는 데 다시 5분. 혼잡할 엘리베이터까지 감안해 조금 넉넉하게 시간을 잡는다. 그러는 동안, 내 등 뒤로 다시 긴 줄이 늘어뜨려진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느라 분주하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듯한 여자는 못다 한 화장을 마무리하고, 검은 머리, 흰머리가 뒤섞인 중년 남자는 못다 읽은 문서를 빠르게 훑는다. 그 옆에 편안한 자세로 앉은 젊은 남자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외국 드라마를 시청 중이다. 이 시간이 꽤 귀하다는 듯 다른 곳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수도 없이 몸을 실었을 이 열차에서 그는 몇 편의 드라마를 보았을까. 앉기보단 매번 서있기를 택하는 나는, 문 앞에 자리를 잡고 곧 마주할 한강을 기다린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또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이 계절을 잠시나마 두 눈에 담아두기 위해 한강 곳곳을 훑어본다.
회사에 출근하고 나면, 우리 모두의 시간엔 날개가 달린다. 한자리에 모여 간단히 미팅을 하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흩어져 문서 정리를 한다. 쌓여있는 메일함까지 모두 확인하고 나면 어느새 점심시간. 이제 하루 중 가장 어려운 선택의 순간과 맞닥뜨린다. 메뉴와 위치, 시간에 따라 얼만큼 사람들이 몰려 있을지 빠르게 가늠해야 하는데, 이때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무난한 선택지들을 제시하는 건 대부분 막내의 몫. 어느 정도 연차가 쌓였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두둑히 배를 채우고 나면, 머리보다 발이 먼저 기억하는 단골 카페로 향한다. 사장님은 누가 어떤 음료를 먹을지 훤히 꿰고 있다. 오후에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만 ‘조금 더 진하게’라는 요청사항을 덧붙인다. 카페인은 퇴근 시간까지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을 준다. 퇴근 후의 맥주보다 끊기 어려운 게 있다면, 바로 점심 후에 먹는 커피가 아닐까? 그렇게 또 오후 시간을 살아낸다.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은 다시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저마다의 집으로 향한다 . 하루 종일 소음에 시달린 귀엔 수고했다는 가사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라디오 DJ는 “내일 또 만나요”라는 말을 끝으로 코너를 마무리한다.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아도, 별 탈 없이 오늘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그렇게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며 또 만나자는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것. 그 안에 숨겨진 소중함을 잊은 나와 당신, 우리는 도시의 노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