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올리브 키터리지] 대신 읽어주세요

한 달 전쯤에 ‘대신 읽어주세요’ 신청을 받은 후 드디어 처음으로 글을 씁니다. 

첫 번째는 ‘올리브 키터리지’입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쓴 소설로, 2009년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네요. 

올리브 키터리지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미국의 시골마을에 사는 주인공으로, 사교성은 좀 떨어지고, 때로는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배려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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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읽어주세요’ 요청이 아래와 같이 왔었습니다.


우연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카터리지'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저는 너무 재미있는데 왜 재미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 후기는 일부러 안보면서 계속해서 읽고 있는데, 작가님의 골수팬인 저는 작가님의 후기"만큼은" 궁금합니다!


아.. 여기서 '작가님'은 저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제가 과거에 책을 출간한 적이 있어서요 ㅎㅎ 

이 메일을 읽고 나서, “좋은데 왜 좋은지 모르겠다고? 훗. 내가 그 비밀을 알려주지”라는 건방진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당황했습니다. 저도 왜 좋은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읽다가 저도 모르게 되뇌이더군요. 

“어… 이거 싫은데, 왜 이렇게 궁금하지?”



‘올리브 키터리지’는 제가 싫어하는 정서를 담고 있지만, 호기심이 생겨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자상한 남편도 있고, 사랑하는 아이도 있으며, 시골 마을이다 보니 모든 사람을 다 알고 지냅니다. 그런데, 외롭습니다. 

읽다 보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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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로움은 문학적인 수사로 포장된 외로움이 아닙니다. 우리 삶에서 만날 수 있는 날것의 외로움에 가깝습니다. 신선함 보다는 비린내가 나는 느낌, 외면하고 싶은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을 다루는 책이나 콘텐츠는 보통 이런 삶이라도 살아가는 것이 좋다거나, 살아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겨우 숨 쉬며 불행한 삶을 이어갑니다. 크게 행복하지도 않고, 타인의 불행에 우월감을 느끼며, 애써 자신의 삶은 괜찮다고 위로해가며 늙어갑니다. 그래도 남편이 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뇌졸중으로 쓰러집니다. 외아들은 엄마를 고향에 남겨두고 훌쩍 떠나죠. 남편은 요양원에서 죽고, 아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소설은 끝납니다. 마지막까지 올리브 키터리지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었는데, 저의 희망과는 다르게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렇게 크게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서를 품은 소설,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갖고 끝까지 읽다니… 이것이 길티 플레져인가라고 중얼거립니다. 의문이 올라옵니다. 도대체,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이 소설을 나는 왜 끝까지 읽었을까? 실은 중간에 안 읽겠다고 다짐해놓고는 잠시 후에 너무 궁금해서 다시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뭐지? 왜지? 솔직히 모르겠더군요.



책을 덮고,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그 다음 날 다시 밑줄 그은 부분들을 읽으며 생각해봤습니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삶이 궁금했던 이유는 응원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올리브 키터리지가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요. 다음 챕터에서는 좀 더 한 걸음 나아가겠지. 좋아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내 선택으로 만든 그림자들로 가득한 인생이지만, 조금 더 나아질 거야라는 응원하는 마음이 호기심을 잃지 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외로움은 대부분 그녀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녀가 선택했던 남편, 그녀가 선택한 육아 방법, 그녀가 선택한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 따지고 보면 그녀 삶의 외로움은 선택의 그림자였을 뿐입니다. 모두가 그녀의 선택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탓하기보다는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가 선택한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우리 삶의 달갑지 않은 시간들, 비린내를 맡은 것처럼 외면하고 싶은 순간들의 시작은 내 선택인 경우가 많죠. 그래도, 그런 순간들이 끊임없이 나를 찾아와도 나를 응원하는 마음만은 놓치지 말아야합니다. 응원하는 마음을 놓치는 순간이 내 삶이 심심해지는 순간이 되겠죠. 그런데...맘에 안드는 올리브 키터리지도 응원했는데, 내가 나를 응원하지 못할 이유는 없죠. 내 앞의 달갑지 않은 시간들이 너무 길다면, 그냥 과거의 나를 실컷 비난하면서 오늘의 나는 응원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올리브 키터리지 후속편도 나왔습니다. 2020년에요. 이것도 읽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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