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의성입니다. 내가 만들려는 콘텐츠와 현재의 이슈를 연결해야 합니다.
가령, 몇 주 전에 일본 고시엔에서 한국계 고등학교가 우승을 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된 교가 제창이 일본과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죠. 동해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슈가 있었을 때, 고시엔과 관련된 책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이 부지런한 콘텐츠 제작자의 자세입니다.
만약 그 타이밍을 놓쳤다면, 이렇게 구구절절하고도 노골적으로 '나는 시의성 있는 레터를 쓰지 못했다'라는 것을 자백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교토국제고가 우승하자, 호외가 발간되었습니다. 고시엔이 일본에서 미치는 위상을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오늘 서사 레터 주제는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입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이럴 줄 알았습니다. 결국 8월의 마지막 날에 쓰게 되네요.
7월에 읽고, '와.... 이 책 서사 레터에서 꼭 다뤄야지'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고시엔'은 미루기의 상징 같습니다. 실은 책 읽는 것도 미뤘거든요. 지난 겨울에 발견하고, 여름에 읽고 싶어서 아껴둔 책이죠.
일본의 전국고교 야구 대회인 고시엔(갑자원)은 '청춘'의 상징입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일본에서 왜 고시엔이 청춘의 상징인지, 그리고 고시엔이라는 프레임으로 일본사회와 문화를 들여다 봅니다.
"청춘의 시기를 넘겨버린 어른들은 고시엔을 통해 자신의 청춘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분명 아웃될 수밖에 없는 타구에도 전력 질주하는 모습에선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어버린 순수성을 떠올리게 된다. 경기에서 패한 뒤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실패 경험을 떠올리며 같이 울어줄 것이다. 그러므로 고시엔은 청춘으로 가는 시간 여행이다."
왜 고시엔이 청춘의 상징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이런 청춘을 강조하는 고시엔의 분위기는 포스터에 더욱 잘 나타납니다.

고시엔을 다루는 일본 방송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눈물'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눈물을 흘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적인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극단적으로 장례식장에서도, 우리와 비교했을 때에는 훨씬 눈물을 덜 흘린다고 하죠. 하지만, 고시엔어서는 다릅니다. 청춘들이 최선을 다하고, 아쉬워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고시엔에서는 청춘들이 눈물흘리는 장면을 여과없이, 아니 집중해서 보여줍니다. 평소에 눈물에 엄격했던 일본인들은 고시엔의 청춘들이 흘리는 눈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죠.
일본에서도 이런 시선에 대한 비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은 자신들의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야구를 할 뿐인데, 어른들이 괜히 청춘과 눈물을 결합해서 과도하게 의미부여를 한다고요. 이런 비판들이 있지만, 고시엔에 대한 열광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야구 사랑, 그리고 청춘에 대해 동경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더해질 테니까요. 청춘에 대해 동경하는 분위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고령화 때문입니다. 평균 연령이 48세입니다. 우리도 만만치 않죠. 46세.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이 청춘의 상징으로 고시엔을 소비하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가 청춘을 소비하는 방식이 떠올랐습니다.
사회가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예전에는 당연했던 '청춘'이 아마도 희소성을 가진 재화가 되었습니다.
방송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연애 프로그램 '짝'이 그 이전에는 산장 미팅,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있었죠.

[열심히 살았던 김태희씨 남편]
'천생연분' 방송일이 2002년입니다. 이때 대한민국의 평균 연령은 32세였습니다. '짝'이 시작하던 2008년에는 대한민국의 평균 연령은 38세였습니다. 2002년에는 모두가 청춘이고, 모두가 연애를 하는 시대였죠. 이 시대에는 타인의 연애를 보는 게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겠죠. 나도 할 수 있는 연애고, 직접 내가 연애를 하거나 친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 시절에는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이 아닌, 연예인들의 연애 프로그램이 나올 수 밖에 없었겠죠.
대한민국의 평균연령이 38세에 돌입했을 때, 그러니까 결혼적령기라고 하는 나이를 넘어섰을 때 '짝'이라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등장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평균연령이 46세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청춘의 연애가 과거보다는 희소해졌습니다. 청춘과 연애가 결합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증가하고, 시청자들의 과몰입은 시작됩니다. 과거에는 동료들의 연애를 가지고 대화를 나눴다면, 이제는 리얼리티 쇼에 나오는 일반인들의 연애로 대화를 나눕니다.

트렌드는 결핍에 대한 갈망에서 파생할 때가 많습니다. 일본 사회에서 청춘이 점점 더 희소해질수록 고시엔의 가치가 올라가겠죠.
우리 사회 역시 고령화될수록 청춘이나 청춘들의 연애에 대한 콘텐츠 수요가 늘고요.
이런 관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체적인 능력과 매력을 강조한 프로그램들입니다. 최근에 흥행했던 '강철부대', '피지컬100' 등의 프로그램이 제작되었습니다.

모든 것들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지만, 신체적인 능력과 매력을 사는 것은 돈으로 구매하기 힘든 영역입니다. 아니네요. 돈으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돈이 승패를 결정하지는 못합니다. 개인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성취하고 '부를 등에 업은 사람'과 대결할 수 있죠. 과거에는 개인의 노력이 위로부터 물려받은 부와 대결할 수 있었던 분야들이 있었습니다. 고시도 있었을 테고, 대학 입시도 어느 정도 본인의 노력으로 가능했습니다. 대기업 공채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제는 부모의 지원이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지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인 영역이 '신체적인 능력과 매력'인 곳이겠죠. 굉장히 공정해 보인다는 점에서 사회의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 개인의 신체적인 능력과 매력만큼 각자의 서사를 드러내기 좋은 분야도 없습니다. 여러모로 콘텐츠화하기 좋은 주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텍스트 힙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모두가 읽으면 매력적이지 않겠지만, 읽는 사람이 적다보니... 아니 읽는 사람들이 점점 소멸해가고, 모두가 스마트 기기에 매달려 있는 시대이다 보니 텍스트를 읽는 행위가 힙해진 것이죠.
시대적인 결핍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결핍을 이용하든지 혹은 결핍을 해소하는 사람이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우리 사회의 어떤 결핍들을 해결하거나, 결핍을 이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가장 좋은 경우는 결핍되었는지도 몰랐는데, 결핍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 그리고 해결책까지 제공해주는 사람이겠죠. 저와 서사의 콘텐츠는 어떤 결핍을 해소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지난 호, '과식의 나라'에 보여주신 열광적인 피드백에 모두 감사드립니다. 지난 번 과식의 나라, 정말 신나고 빠르게 썼습니다. 오늘 고시엔....예전에 조금 써놓은 글인데도 속도가 아주 느리네요.
몰입감과 속도를 고려한다면 제가 항상 결핍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책이 아니라 음식이 확실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명언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이거든요. 제가 부자가 된다면 언젠가는 '서사,당신의 주방'을 오픈해야겠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의성입니다. 내가 만들려는 콘텐츠와 현재의 이슈를 연결해야 합니다.
가령, 몇 주 전에 일본 고시엔에서 한국계 고등학교가 우승을 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된 교가 제창이 일본과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죠. 동해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슈가 있었을 때, 고시엔과 관련된 책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이 부지런한 콘텐츠 제작자의 자세입니다.
만약 그 타이밍을 놓쳤다면, 이렇게 구구절절하고도 노골적으로 '나는 시의성 있는 레터를 쓰지 못했다'라는 것을 자백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교토국제고가 우승하자, 호외가 발간되었습니다. 고시엔이 일본에서 미치는 위상을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오늘 서사 레터 주제는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입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이럴 줄 알았습니다. 결국 8월의 마지막 날에 쓰게 되네요.
7월에 읽고, '와.... 이 책 서사 레터에서 꼭 다뤄야지'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고시엔'은 미루기의 상징 같습니다. 실은 책 읽는 것도 미뤘거든요. 지난 겨울에 발견하고, 여름에 읽고 싶어서 아껴둔 책이죠.
일본의 전국고교 야구 대회인 고시엔(갑자원)은 '청춘'의 상징입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일본에서 왜 고시엔이 청춘의 상징인지, 그리고 고시엔이라는 프레임으로 일본사회와 문화를 들여다 봅니다.
"청춘의 시기를 넘겨버린 어른들은 고시엔을 통해 자신의 청춘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분명 아웃될 수밖에 없는 타구에도 전력 질주하는 모습에선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어버린 순수성을 떠올리게 된다. 경기에서 패한 뒤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실패 경험을 떠올리며 같이 울어줄 것이다. 그러므로 고시엔은 청춘으로 가는 시간 여행이다."
왜 고시엔이 청춘의 상징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이런 청춘을 강조하는 고시엔의 분위기는 포스터에 더욱 잘 나타납니다.
고시엔을 다루는 일본 방송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눈물'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눈물을 흘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적인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극단적으로 장례식장에서도, 우리와 비교했을 때에는 훨씬 눈물을 덜 흘린다고 하죠. 하지만, 고시엔어서는 다릅니다. 청춘들이 최선을 다하고, 아쉬워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고시엔에서는 청춘들이 눈물흘리는 장면을 여과없이, 아니 집중해서 보여줍니다. 평소에 눈물에 엄격했던 일본인들은 고시엔의 청춘들이 흘리는 눈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죠.
일본에서도 이런 시선에 대한 비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은 자신들의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야구를 할 뿐인데, 어른들이 괜히 청춘과 눈물을 결합해서 과도하게 의미부여를 한다고요. 이런 비판들이 있지만, 고시엔에 대한 열광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야구 사랑, 그리고 청춘에 대해 동경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더해질 테니까요. 청춘에 대해 동경하는 분위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고령화 때문입니다. 평균 연령이 48세입니다. 우리도 만만치 않죠. 46세.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이 청춘의 상징으로 고시엔을 소비하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가 청춘을 소비하는 방식이 떠올랐습니다.
사회가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예전에는 당연했던 '청춘'이 아마도 희소성을 가진 재화가 되었습니다.
방송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연애 프로그램 '짝'이 그 이전에는 산장 미팅,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있었죠.
[열심히 살았던 김태희씨 남편]
'천생연분' 방송일이 2002년입니다. 이때 대한민국의 평균 연령은 32세였습니다. '짝'이 시작하던 2008년에는 대한민국의 평균 연령은 38세였습니다. 2002년에는 모두가 청춘이고, 모두가 연애를 하는 시대였죠. 이 시대에는 타인의 연애를 보는 게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겠죠. 나도 할 수 있는 연애고, 직접 내가 연애를 하거나 친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 시절에는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이 아닌, 연예인들의 연애 프로그램이 나올 수 밖에 없었겠죠.
대한민국의 평균연령이 38세에 돌입했을 때, 그러니까 결혼적령기라고 하는 나이를 넘어섰을 때 '짝'이라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등장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평균연령이 46세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청춘의 연애가 과거보다는 희소해졌습니다. 청춘과 연애가 결합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증가하고, 시청자들의 과몰입은 시작됩니다. 과거에는 동료들의 연애를 가지고 대화를 나눴다면, 이제는 리얼리티 쇼에 나오는 일반인들의 연애로 대화를 나눕니다.
트렌드는 결핍에 대한 갈망에서 파생할 때가 많습니다. 일본 사회에서 청춘이 점점 더 희소해질수록 고시엔의 가치가 올라가겠죠.
우리 사회 역시 고령화될수록 청춘이나 청춘들의 연애에 대한 콘텐츠 수요가 늘고요.
이런 관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체적인 능력과 매력을 강조한 프로그램들입니다. 최근에 흥행했던 '강철부대', '피지컬100' 등의 프로그램이 제작되었습니다.
모든 것들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지만, 신체적인 능력과 매력을 사는 것은 돈으로 구매하기 힘든 영역입니다. 아니네요. 돈으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돈이 승패를 결정하지는 못합니다. 개인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성취하고 '부를 등에 업은 사람'과 대결할 수 있죠. 과거에는 개인의 노력이 위로부터 물려받은 부와 대결할 수 있었던 분야들이 있었습니다. 고시도 있었을 테고, 대학 입시도 어느 정도 본인의 노력으로 가능했습니다. 대기업 공채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제는 부모의 지원이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지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인 영역이 '신체적인 능력과 매력'인 곳이겠죠. 굉장히 공정해 보인다는 점에서 사회의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 개인의 신체적인 능력과 매력만큼 각자의 서사를 드러내기 좋은 분야도 없습니다. 여러모로 콘텐츠화하기 좋은 주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텍스트 힙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모두가 읽으면 매력적이지 않겠지만, 읽는 사람이 적다보니... 아니 읽는 사람들이 점점 소멸해가고, 모두가 스마트 기기에 매달려 있는 시대이다 보니 텍스트를 읽는 행위가 힙해진 것이죠.
시대적인 결핍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결핍을 이용하든지 혹은 결핍을 해소하는 사람이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우리 사회의 어떤 결핍들을 해결하거나, 결핍을 이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가장 좋은 경우는 결핍되었는지도 몰랐는데, 결핍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 그리고 해결책까지 제공해주는 사람이겠죠. 저와 서사의 콘텐츠는 어떤 결핍을 해소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지난 호, '과식의 나라'에 보여주신 열광적인 피드백에 모두 감사드립니다. 지난 번 과식의 나라, 정말 신나고 빠르게 썼습니다. 오늘 고시엔....예전에 조금 써놓은 글인데도 속도가 아주 느리네요.
몰입감과 속도를 고려한다면 제가 항상 결핍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책이 아니라 음식이 확실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명언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이거든요. 제가 부자가 된다면 언젠가는 '서사,당신의 주방'을 오픈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