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댄워스 | 우정의 과학] 친구가 아니어도

지난 월요일, '퇴근 후 책 읽기 월요반'의 마지막 책모임이 용산에서 열렸습니다. 아니. 용산에서의 마지막 모임이 있었습니다. 서사레터를 구독하시면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서사,당신의 서재가 다음 주에 방배동으로 이사를 가거든요. 마지막을 기념하며 소시지를 구워 먹었죠. 저는 소시지를 준비했고, 다른 분들은 마시멜로우, 파인애플, 떡 등을 가져와 정겹게 바베큐 그릴에서 구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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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월요일 모임반 단체사진, 오른쪽은 서사 개근회원(?)님이 직접 만들어서 전달해주신  초코렛 선물이었습니다!]



서점을 세 번 옮겼습니다. 처음 서교동에서 시작했고, 코로나 시절에는 한남동으로 옮겼습니다. 지금은 용산 서빙고동에 있고 이제는 방배동으로 갑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그 시절들은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마치 응답하라 1988이 1994시리즈가 사람으로 기억되듯이 말입니다. 서교동에서 친해진 분들, 한남동에서 새롭게 알게 된 이들, 그리고 현재 서빙고동에서 만난 분들까지, 시간이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점은 '친구'와 '친한 사람'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월요일 책모임에 참석한 분들, 자주 서점을 찾아 이야기를 나눈 분들에게 친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주저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서점에서 사장과 손님으로 만나다보니, '친구'라고 하면 제가 선을 넘는 기분이 들죠. 그래서 친구는 아니라고 하지만, '친하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한 사이니까요. 어쩌면 서사에서 반복적으로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저의 생각을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친구들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그분들의 생각을 친구들보다 더 잘알고요. 이 사람과 나의 관계를 '친구냐 아니냐'로 판단하지 않고, '친한 사이일까?'로 판단하게 되면, 생각보다 인간관계가 넓어집니다. 특히, 사회적 지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따뜻한 관계들이 쉽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리디아 댄워스의 '우정의 과학'을 보면, 일에서 만난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지를 3가지로 분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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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지는 정서적 지지에 해당하고, 도구적 지지는 일을 도와주는 지지, 정보적 지지는 정보를 교환하는 관계입니다. 리디아 댄위스의 이 분류가 정말 일터에서만 생기는 관계일까 고민해봤습니다. 일터가 아닌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단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일이 아닌 관계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확률은 줄어드니까요.

저의 경우에는 일터에서만 생기는 '지지'는 아닙니다. 일터를 떠난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죠. 관계가 하나의 '지지'로 정의되지는 않고 혼재될 수 있죠. 사회적 지지와 도구적 지지가 혼재할 수 있고, 하나의 관계에서 사회적+도구적+정보적 지지가 모두 합쳐져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서점에서 만난 관계는 사회적 지지였습니다. 친구는 아니지만, 친한 관계죠. 서점에서 손님과 사장 혹은 독서모임에서 만났다면 시작은 '정보적 지지'로 시작했을 지 모르지만, '사회적 지지'로 발전했습니다. 서로의 삶에 깊숙이 개입해있지는 않지만, 댓가없이 응원하는 사이겠죠. 사회적 지지를 주고 받는 관계가 늘어나면, 삶이 조금은 더 따뜻하고 재미있겠죠. 그외에도 '내가 보낸 시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의 삶을 승진이나 성취를 기준으로 보면 내가 쓴 시간의 방향이 명확하고, 실패와 성공의 시간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나의 시간을 성공과 실패로 평가하지 않고,  경험한 시간의 결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평가가 아닌 이야기로요.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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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속의 한 문장을 읽고, 서빙고에서의 시간을 돌이켜보았습니다. 사회적 지지를 주고받는 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성취를 기준으로 한 성공한 시간들은 내가 노력한다고 만들 수 없지만, 좋은 시간은 내가 노력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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