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렌 랭어 |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 명절에 살 안 찌고 먹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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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엔 트레이더스!!]


저는 명절에 마트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스스로를 '명절마트남'이라고 부를 정도죠. 명절 전에 붐비는 인파 속에서 음식을 고르고 있는 순간이 너무너무 행복하다. 아 내가 이 순간에 이곳에 있다니, 미세하게 섞인 시식용 만두 기름 냄새를 흡입하기 위해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우선인 것은 그냥 좋아서죠. 쌓여 있는, 뭔가 잘 살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명절이 오기 전까지 수많은 고민도 있고, 좌절도 있고, 고생스러움도 있지만 그 시간들을 무사히 건너서 다시 명절까지 도달했다는 안도감이 있습니다. 이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마트에 가는 것이, 왠지 제 머릿속에 남겨져 있는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가족의 모습과 맞닿아 있거든요. 힘들었지만, 어쨌거나 익숙한 명절의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안도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안도감을 뒤로 하고, 이제는 폭발적으로 먹어대는 시간이 옵니다. 모두가 그러겠죠. 추석이 되면 긴장감도 풀어져서 아주 신나게 먹어댈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먹어대는데.. 살이 찔까요? 안 찔까요? 당연히 찝니다. 우리는 명절 때, 끝없이 먹어대니까요. 끝없이 먹어대는데, 좀 덜 찔 수 없을까라는 모순되는 고민을 하는 분들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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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랭어'의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

앨런 랭어는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죠. 마음챙김 분야의 시조에 해당하는 분입니다. 이번에 나온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를 읽으면, 먹으면서도 살이 안 찔 수 있는 힌트가 담겨 있습니다.


앨런 랭어 교수는 2002년, 처음으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먹었다고 합니다. 이때, 이 설탕 범벅의 달콤한 도넛을 먹으면서, 눈으로 보기만 하고 먹는 상상만으로 혈당이 올라갈까를 상상했다고 합니다. 이 상상을 실험을 통해 증명합니다. 2형 당뇨환자들에게 사흘 간격으로 방문해서 음료를 마시게 했습니다. 똑같은 성분의 음료지만, 영양 정보표를 바꿉니다. 설탕이 많이 함유되었다는 정보표를 읽은 실험 참가자들은 혈당이 치솟지만, 설탕이 적게 함유되었다는 정보를 읽은 참가자들은 혈당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아....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우리는 먹을 때, 마음가짐을 바꿔야 합니다. 살찔까봐 걱정할 게 아니라, 살이 안 찐다고 확신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속이듯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가 아니라, 그냥 0칼로리입니다. 우리가 먹고 살이 찐다면, 살이 찔지 모른다고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앨런 랭어는 심신일원론을 주장하는 학자입니다.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고, 마음가짐에 따라 건강에 아주아주 치명적이고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의 마음가짐이, 실제 음식의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그녀가 심신일원론을 주장하게 된 배경에는 어머니 때문입니다. 앨런 랭어 교수의 어머니는 암환자로 판정을 받은 후에, 생기 넘치는 모습을 잃습니다. 삶의 통제력을 앗아가고, 암이 사라진 후에도 어머니를 치료를 기다리는 나약한 환자로 만들었습니다. 앨런 랭어 교수는 건강을 대하는 접근법이 우리를 더욱 병들게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품죠. 그의 의심은 '마음챙김' 연구의 기틀이 되었습니다.

암환자들의 건강이 급속하게 나빠지는 것 역시, '암환자'라는 라벨링이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만약 A라는 수치가 20을 넘으면 암이라고 판정한다고 할 때, 20.1은 암이겠지만, 19.9는 암이 아니겠죠. 앨런 랭어는 이런 판단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과연 그 차이가 실제로 얼만큼 유의미한 차이인지를 의심합니다. 오히려 '나는 암이야'라는 라벨링이 스스로를 암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의료진과 주변 사람들이 암환자로 대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고 봅니다.


앨런 랭어의 심신일원론을 약간 의심하며 읽었습니다. 아무리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의 플라시보 효과를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마음챙김을 중심으로만 세상을 보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 앨런 랭어 역시 '마음챙김'이라는 라벨링으로 모든 세상을 보고 있네 라고 하다가 떠오르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2022년에 심장 통증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원래 저는 10대 때부터 심장에 통증이 주기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잠깐 1~2초 동안 통증이 강하게 찾아오는데, 너무 겁났지만.... 그냥 참았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 통증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았는데, 건강검진을 하다가 정밀 검사를 권유받았습니다. 좀 이상하다고요.

심장 주변에 아주 복잡한 기계를 달고 검사를 했습니다. 부정맥이 발견되어, 다시 홀터라는 것을 달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부정맥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겁이 나더군요. 심지어 통증의 횟수도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24시간 동안 홀터를 달고 생활하는 동안에는 정말 잦은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홀터를 반납하고 검사 결과를 듣는 날. 진료실 들어가기 직전에도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담당 교수님이 검사 결과를 말하려고 하는데.. 정말 너무 긴장되더군요.

검사 결과를 보던 교수님은 '부정맥인데, 별거 아니네요. 흔히들 착한 부정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 부정맥이긴 한데, 큰 영향 없으니까 그냥 가세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시더군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습니다. "정... 정말요? 정말 약 같은 거 안 먹어도 되나요?"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받으면 얼마나 겁이 날까 오만 생각을 하게 되고 교수님 말이 믿기지 않더군요.

"정 불안하시면 약 처방해 드릴게요. 받아가셨다가, 혹시 아프거나 정 불안하면, 드시고 싶으면 드세요." 라고 하시더군요. 진료실을 나오는데,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검사 받기 전 몇 개월 동안은 수시로 통증에 시달렸는데, 정말 0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떠오르니... 이제야 앨런 랭어의 심신일원론에 믿음이 갑니다. 아, 저는 심신이원론에 엄청나게 경도된 사람이었습니다. 경험하고서도, 믿지 못하니까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여기고 있는 심신이원론에 대한 반박을 젊은 학자가 했더라면, 저같은 사람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앨런 랭어 같은 '거장'이라고 느껴질만한 학자가 이야기하니, 저의 인식이 조금 바뀌게 됩니다. 앨런 랭어니까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주장같기도 하고요. 나이와 경력이 쌓여가면 이런 일을 해야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후배들과 경쟁하지 않고, 자신이 일해왔던 분야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는 일. 혹은 자신이 믿는 신념과 발견했던 진리 혹은 지혜를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 전에 '서사레터'에서도 다뤘던 영국의 의사이자 교육학자인 로저 니본이 일의 고수(Master)가 된다면, 영역을 확장하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게 떠오릅니다. 이번에 출간된 앨런 랭어 교수의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는 로저 니본이 말한 master가 출간할 법한 책이었습니다. 


앨런 랭어와 로저 니본의 책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마스터는 자신의 삶에 애정과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같습니다. 앨런 랭어가 마음챙김을 연구하게 된 계기도 어머니의 죽음이었습니다. 심신일원론에 대한 연구도 2002년에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먹다가 시작했죠. 자신의 삶에서 만나는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질문을 던지고 연구를 하고 답을 찾습니다. 일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저는 '삶'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삶에서의 질문을 일을 통해 해결해가고 있으니까요. 


참 이번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앨런 랭어가 더이상 '명상'을 언급하지 않고,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만 쓴다고 합니다. 마음챙김에 도달하는 데, 명상이 아닌 '능동적인 인식'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음챙김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명상으로만 소비되는 게 아쉬웠는데 앨런 랭어의 이러한 언급이 너무 반갑습니다.


다들 즐겁고 행복한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먹을 때, 이건 0칼로리다. 곤약으로 만든 고기다! 라고 외치면서 마음껏 드세요. 절대 살이 찌지 않을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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