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병렬독서의 신봉자입니다.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편입니다. 보통 이동할 때 읽는 책, 사무실에서 짬짬이 읽는 책, 그리고 집에서 저녁에 읽는 책. 이렇게 3권을 동시에 읽습니다.

어제부터 밤마다 읽는 책은 '음식의 제국'입니다. 에번 프레이저와 앤드루 리마스가 쓴 책입니다. 에번 프레이저는 영국의 농경학자. 앤드루 리마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입니다. 음식이 문명의 흥망성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하는 책입니다.
로마의 흥망성쇠를 식량 공급의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로마가 한창 팽창하던 시기에는 일단 기후가 좋았습니다. 우리는 기후가 좋고, 땅이 비옥하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기후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습니다. 다만, 이 기후의 주기가 몇 백년에 달하기 때문에 평균 수명이 백명이 안되는 인간은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참 책에 과거의 기후를 알아차리는 방법이 나왔는데, 신기했습니다. 고대의 나무와 목재, 석순, 호수 밑 바닥의 진흙에 있는 꽃가루 검사, 암석을 끓여 녹이는 방법들을 통해 과거의 기후를 추측한다고 합니다. 이런 분석을 통해 기후가 몇 백년을 주기로 온난화와 한랭화를 오고 갑니다. 곡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력', 땅의 비옥함도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몇 백년을 경작하고 난 후에는, 지력이 절대 회복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는 있지만, 생산량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로마는 생산량 저하를 정복으로 해결했습니다. 이탈리아 반도를 벗어나서, 비옥한 시칠리아를 정복하고, 북아프리카도 정복하고, 아시아도 정복하는 식으로 해결합니다. 수입한 곡물을 로마로 들여오기 위해, 로마에서 25km 떨어진 오스티아에 항구를 만듭니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국력이 한창 치솟던 시절에 해적이 오스티아를 급습해서 모든 것을 약탈해가죠. 로마의 밀 가격이 원산지인 시칠리아보다 10배 이상으로 치솟습니다. 로마는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즉, 정복과 물류를 통해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합니다.
[기원전 1세기, 해적을 토벌하고, 제해권을 장악한 장수가 카이사르의 라이벌인 폼페이우스입니다]
그런데, 지력고갈이 심해지고, 국력의 쇠퇴로 물류가 위협받을 즈음에 로마의 온난기가 끝납니다. 그리고, 제국은 그 시점부터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하죠.
지난 20세기 대부분 기간동안 평균 기온은 중세 및 로마 식품 제국이 정점에 있었을 때와 흡사했다. 이들 두 문명은 모두 날씨가 나빠지면서 몰락했다. 수도승과 로마인들은 한랭화를 경험했지만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것은 온난화다. 온도계의 어느 쪽 끝이건 간에 농부들로서는 암울한 온도이다.
저자는 로마의 쇠락이 시작한 4세기와 지금이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챕터는 로마의 흥망성쇠와 현대를 비교한 부분이었는데, 그냥 겁만 주고 끝납니다. 해결책은 딱히 보이지 않고,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중얼거리며 마무리합니다. 마치 왕좌의 게임에서 'winter is coming'을 외치듯이요. 아..온난화니까 'summer is coming'이겠군요.

[한 때 좋아했던..왕좌의 게임. 마지막편...정말...]
제가 4세기 로마의 농부였다고 상상해봤습니다. 선조들이 알려준 농사 방법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었을 텐데, 이상하게 선조들처럼 수확이 나질 않았겠죠. 제 성격이라면, 아주 소처럼 가문의 농사법을 따라서 아주 성실하게 일을 했을 겁니다. 그러면서 투덜거렸겠죠. '분명히 우리 가문은 밀농사로 크게 부자가 되었을텐데, 나는 왜 이러지' 라고요. 할머니나 할아버지, 혹은 부모님은 ' 넌 왜 이렇게 농사를 못짓냐'고 뭐라고 하셨을 수도 있고요.
제 성격에는 일을 더 열심히 하거나, 아니면 밀 농사하던 거를 보리로 바꾸거나, 포도로 바꾸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냥 그 자리에서 성실히 일했겠죠.

이게 4세기였습니다.
이렇게 상상하다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4세기 로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지? 라고요.
4세기 로마에는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되고,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합니다. 그리고 수도 역시 지금의 이스탄불인 비잔티움으로 옮깁니다. 제국의 생산력과 경제력이 동쪽으로 옮겨지다 보니, 제국의 중심도 옮겨진 것이죠.
저는 아마 로마 근교에서 힘들게 농사를 짓다가, 제 후손들은 나중에 고트족들에게 약탈 당할 운명이었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열심히 사는데, 성과가 안 난다면 변해야 합니다. 다만, 변화의 방향을 내가 읽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못읽었을 것 같네요. 지금이야 4세기 로마가 수도를 옮긴 게, 굉장히 큰 일로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원로원도 그대로 로마에 남아있고, 서로마를 통치하던 황제도 남아있어서 힘의 중심이 비잔틴으로 옮겨간 것을 못느끼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저 역시 서로마의 근면한 농부로 계속 살았을 겁니다.

[챗 gpt가 그려준 농사에 실패한 서로마 농부]
힘들겠지만, 애써 시대의 흐름을 읽어보려고 노력을 해봐야겠습니다. 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읽을 지 이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안 그럼 고트족에게 약탈 당한 농부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병렬독서의 신봉자입니다.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편입니다. 보통 이동할 때 읽는 책, 사무실에서 짬짬이 읽는 책, 그리고 집에서 저녁에 읽는 책. 이렇게 3권을 동시에 읽습니다.
어제부터 밤마다 읽는 책은 '음식의 제국'입니다. 에번 프레이저와 앤드루 리마스가 쓴 책입니다. 에번 프레이저는 영국의 농경학자. 앤드루 리마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입니다. 음식이 문명의 흥망성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하는 책입니다.
로마의 흥망성쇠를 식량 공급의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로마가 한창 팽창하던 시기에는 일단 기후가 좋았습니다. 우리는 기후가 좋고, 땅이 비옥하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기후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습니다. 다만, 이 기후의 주기가 몇 백년에 달하기 때문에 평균 수명이 백명이 안되는 인간은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참 책에 과거의 기후를 알아차리는 방법이 나왔는데, 신기했습니다. 고대의 나무와 목재, 석순, 호수 밑 바닥의 진흙에 있는 꽃가루 검사, 암석을 끓여 녹이는 방법들을 통해 과거의 기후를 추측한다고 합니다. 이런 분석을 통해 기후가 몇 백년을 주기로 온난화와 한랭화를 오고 갑니다. 곡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력', 땅의 비옥함도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몇 백년을 경작하고 난 후에는, 지력이 절대 회복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는 있지만, 생산량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로마는 생산량 저하를 정복으로 해결했습니다. 이탈리아 반도를 벗어나서, 비옥한 시칠리아를 정복하고, 북아프리카도 정복하고, 아시아도 정복하는 식으로 해결합니다. 수입한 곡물을 로마로 들여오기 위해, 로마에서 25km 떨어진 오스티아에 항구를 만듭니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국력이 한창 치솟던 시절에 해적이 오스티아를 급습해서 모든 것을 약탈해가죠. 로마의 밀 가격이 원산지인 시칠리아보다 10배 이상으로 치솟습니다. 로마는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즉, 정복과 물류를 통해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합니다.
[기원전 1세기, 해적을 토벌하고, 제해권을 장악한 장수가 카이사르의 라이벌인 폼페이우스입니다]
그런데, 지력고갈이 심해지고, 국력의 쇠퇴로 물류가 위협받을 즈음에 로마의 온난기가 끝납니다. 그리고, 제국은 그 시점부터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하죠.
지난 20세기 대부분 기간동안 평균 기온은 중세 및 로마 식품 제국이 정점에 있었을 때와 흡사했다. 이들 두 문명은 모두 날씨가 나빠지면서 몰락했다. 수도승과 로마인들은 한랭화를 경험했지만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것은 온난화다. 온도계의 어느 쪽 끝이건 간에 농부들로서는 암울한 온도이다.
저자는 로마의 쇠락이 시작한 4세기와 지금이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챕터는 로마의 흥망성쇠와 현대를 비교한 부분이었는데, 그냥 겁만 주고 끝납니다. 해결책은 딱히 보이지 않고,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중얼거리며 마무리합니다. 마치 왕좌의 게임에서 'winter is coming'을 외치듯이요. 아..온난화니까 'summer is coming'이겠군요.
[한 때 좋아했던..왕좌의 게임. 마지막편...정말...]
제가 4세기 로마의 농부였다고 상상해봤습니다. 선조들이 알려준 농사 방법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었을 텐데, 이상하게 선조들처럼 수확이 나질 않았겠죠. 제 성격이라면, 아주 소처럼 가문의 농사법을 따라서 아주 성실하게 일을 했을 겁니다. 그러면서 투덜거렸겠죠. '분명히 우리 가문은 밀농사로 크게 부자가 되었을텐데, 나는 왜 이러지' 라고요. 할머니나 할아버지, 혹은 부모님은 ' 넌 왜 이렇게 농사를 못짓냐'고 뭐라고 하셨을 수도 있고요.
제 성격에는 일을 더 열심히 하거나, 아니면 밀 농사하던 거를 보리로 바꾸거나, 포도로 바꾸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냥 그 자리에서 성실히 일했겠죠.
이게 4세기였습니다.
이렇게 상상하다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4세기 로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지? 라고요.
4세기 로마에는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되고,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합니다. 그리고 수도 역시 지금의 이스탄불인 비잔티움으로 옮깁니다. 제국의 생산력과 경제력이 동쪽으로 옮겨지다 보니, 제국의 중심도 옮겨진 것이죠.
저는 아마 로마 근교에서 힘들게 농사를 짓다가, 제 후손들은 나중에 고트족들에게 약탈 당할 운명이었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열심히 사는데, 성과가 안 난다면 변해야 합니다. 다만, 변화의 방향을 내가 읽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못읽었을 것 같네요. 지금이야 4세기 로마가 수도를 옮긴 게, 굉장히 큰 일로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원로원도 그대로 로마에 남아있고, 서로마를 통치하던 황제도 남아있어서 힘의 중심이 비잔틴으로 옮겨간 것을 못느끼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저 역시 서로마의 근면한 농부로 계속 살았을 겁니다.
[챗 gpt가 그려준 농사에 실패한 서로마 농부]
힘들겠지만, 애써 시대의 흐름을 읽어보려고 노력을 해봐야겠습니다. 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읽을 지 이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안 그럼 고트족에게 약탈 당한 농부가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