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 새의 선물] 제주 곶자왈 환상숲 : 열심히 살지만 불만족스러울 때

얼마 전에 에버노트에 있던 일기를 우연히 읽었습니다. 

2018년에 쓴 일기니까, 굉장히 오래되었네요. 

'서사레터'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이 일기를 공유드립니다.

퇴고를 할까 하다가 그 날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애매한 표현만 몇 개 수정해서 공유합니다.




20180814. [제주/곶자왈 환상숲] 열심히 살지만 불만족스러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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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데, 삶이 불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억울하다. '이렇게 부지런히 사는데 불만족스럽다면 도대체 뭘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며 언짢아진다.


지난 주에는 이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제주도에서 일정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이런 찝찝함이 떨어지지 않고, 내 뒤를 따라다녔다. 이렇게 답답할 때는 글을 끄적이며 해소하는 편이지만 이날은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운전을 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곶자왈 환상숲이라는 곳을 갔다.

제주의 원시림을 걸으며 곰곰이 생각해봤다.

삶이 불만족스럽다는 말은 나의 시간들이 불만족스럽다는 의미다. 내가 최근에 보내고 있는 나의 시간들을 도대체 어디에 흘려보내고 있는지 생각해봤다. 낭비되는 시간은 별로 없었고, 비생산적인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불만족스러운 것은 온전하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적었고, 즐겁게 몰입하는 시간들이 적어서였다. 하루에 20분이라도 나의 발자취를 돌이켜보고, 이틀에 한두 시간만이라도 내가 즐겁게 몰입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한때는 아무리 바빠도 이런 시간들이 분명하게 존재했다.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때라도, 혹은 잠자기 전에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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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 때문에 바쁘다'라는 핑계 때문이다. 이걸 핑계로 삼는 순간 나머지 시간들은 뒤로 밀려버리게 된다.  '나'에 대해 궁리해보고 나의 시선을 점검해보는 시간일지라도, '일때문에 바쁘다'라는 핑계 앞에서는 슬쩍 밀려버릴 때가 많다.


일이 삶의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 되어버리는 교차점은 바로 여기인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 아래 나의 시간들을 일에만 쏟다 보면, 결국 일만 있고 나는 지워진다. 내가 일의 도구가 된다.

 '나의 삶'을 살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는 나의 일상, 나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아주 적은 시간일지라도 꾸준하게 내가 정말 좋아서 몰입하는 시간과 삶의 발걸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살지만 불만족스러운 삶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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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일기를 쓴 지 6년이 지났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의 횟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아침과 저녁, 그리고 일하는 중간중간, 특히 전보다 일을 하는 중간에는 '나와 일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니…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네요. 나와 일과의 관계를 '감각'하는 시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이런 시간들이 쌓여야 일의 의미를 찾아가고, 내 삶의 서사를 정리해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있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정말 싫어합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런 표현을 쓰게 되네요. 저의 경험이 너무 정답인 양 말하고 싶지 않아서요. 하여튼, '나를 들여다보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과거보다는 조금 더 삶의 서사가 안정적인 것을 느낍니다. 열심히 사는데, 불만족스럽다면 나의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한 번 돌아보시기를 아주아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가끔은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소설을 읽으면 좋습니다. 은희경 작가님의 '새의 선물'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들이 작가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읽고, 해석이 되는 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내가 무심코 보내버린 순간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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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보니 '새로운 클래식', 100쇄 기념 개정판이라는 기사가 있네요. 새로운 클래식 맞습니다.  '새의 선물'이 개정판이 나왔다니 저도 이 기회에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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