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바빠서, 밤에 서사레터를 쓰다가 마무리를 못하고 임시 저장 해놓은 게 너무 많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주말이지만 할 일이 많아서 교회 다녀 왔다가 계속 일을 하고, 밤에 레터를 부지런히 썼습니다. 쓰고 나서 발송을 하려는데 무슨 숙제 하듯이 쓴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재미나서 쓴 게 아니라, '이걸 설명해야지 설명해야지 설명해야지'라는 의무감으로 쓴 느낌이요.
발송을 안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다시 펜을 아니 키보드를 붙잡았습니다.
점심시간에 레터를 쓰는 게 가능한 이유는, 제가 요즘은 점심밥으로 두부를 사서 먹기 때문입니다. 두부 2모를 먹는데, 생각보다 살이 좀 빠집니다. 제가 2019년에 코로나 걸린 이후에 처음으로 97kg 대로 진입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나면 10년 넘게 99키로와 102키로를 오가던 사람이었습니다. 박스권에 갇힌 주식처럼 꼼짝을 안 하던 몸무게가 드디어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것이죠.

과연 두부만 먹는다고 살이 빠지겠냐 라고 의심하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데 정말 빠집니다. 다이어트로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점심만 두부를 먹고, 나머지는 맘대로 먹기. 정말 효과가 좋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책은 수전 베리 교수의 '내게 없던 감각' 입니다. 시각장애인들과 청각장애인들이 시각과 청각을 회복할 때, 겪는 어려움에 대해 쓴 책입니다.
우리는 시각 장애인들이 눈을 뜨게 되면, 청각 장애인들이 듣게 되면 마법 같은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태어날 때부터 시각을 잃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시각을 회복하게 되면, 그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들은 갑자기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시각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심지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청각 장애나 시각 장애에 적응하여 잘 살고 있던 이들이 새롭게 눈을 뜨게 되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힘든 도전이 시작되죠.
"나는 사람들이 침묵이라고 부르는 것 속에서 40년을 보낸 후 그 상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내일 청각이 돌아오면 좋기보다는 괴로울 것 같다. 그것을 청각의 회복이라고 해야 할지, 청각 장애의 상실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듣게 된다면 손이 잘리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p.15)
시각이 회복된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길을 걸을 때에도 굉장한 불편함을 겪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선이동안진'(optokinetic nystagmus)이라는 기능이 약해서, 휘청거리거나 넘어지기 쉽습니다. 시선이동안진은 우리가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에는 무의식적으로 목표물에 시선을 고정하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면, 운전을 하거나 기차를 타서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빠르게 뒤로 지나갈 때...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사물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그 사물이 사라질때쯤 되면 다시 시선을 옮기죠. 우리는 시선이동안진이 너무 자연스럽지만, 시각을 이제 막 회복한 사람들에게는 훈련의 대상입니다. 특히, 상점에 들어가서 양쪽 매대에 물건이 쌓여져 있는 곳을 지나가는 경우에는 물건들이 쏟아질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마트에 가면 설레는 편인데, 시선이동안진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지나갈 수도 없는 길입니다. 물건이 쏟아지고, 바닥이 솟구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죠.]
시선이동안진 기능이 약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은 또 있습니다. 장애가 있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배려를 해주지만, 장애가 회복될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배려가 사라집니다. 난 볼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인식할 수가 없는데... 사람들의 배려가 사라지면 보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는 다시 장애인처럼 안내견과 지팡이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사람은 평생에 걸쳐 각자의 환경과 필요에 맞춰 감각 체계를 끊임없이 조정합니다. 수많은 착오 속에서 가장 관련성이 높은 요소와 패턴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시각적 자극들에 의해 학습되어 발달하면서,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내적 모델'이 형성됩니다. 우리는 신체적인 능력 혹은 감각이라고 생각했던 것 마저 학습된 결과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학습을 했던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이제 막 감각을 회복한 장애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진돗개를 보고 닥스훈트를 봐도, 둘 다 '개'라는 것을 인식합니다. 그러나 시력을 이제 막 회복한 사람은 '개'라는 개념을 알고 있어도, 닥스훈트와 진돗개가 같은 개라는 것을 매칭시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삼각형과 사각형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념적으로 이 도형들을 알고 있지만, 직관적으로 삼각형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각을 세어봐야 겨우 알 수 있습니다.

'내게 없던 감각'에 등장하는 리엄은 어린 시절 조금 볼 수 있는 시력이 있었지만, 백색증으로 앞을 못보게 됩니다. 그 후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죠. 리엄 역시 일반 사람들처럼 내적 모델을 학습할 기회를 충분히 가지지 못했습니다. 볼 수 있으나, 해석하지 못하는 게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풍경화입니다. 유년기에 넓은 지역을 본 경험이 없어서 풍경화를 해석할 내적 모델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해석하는 내적 모델의 중요성은 비장애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수전 배리 교수는 나뭇잎의 외피를 벗겨낸 후 학생들에게 현미경으로 관찰하게 하였습니다. 학생들이 무엇이 보이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초록색'이라고 대답합니다. 그 후, '플라스틱으로 만든 나뭇잎의 3차원 모델과 잎의 내구 구조'를 보여주고 나뭇잎의 외피를 거둬낸 시료를 보여주면 학생들은 복잡한 나뭇잎의 세포 구조를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시각을 처리하는 방식에는 '상향식'과 '하향식'이 존재합니다. 상향식은 시각 정보의 작은 조각들로부터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고, 하향식은 앞선 경험, 과거의 일, 나의 목표 등이 뉴런의 발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조차도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하향식 정보처리가 내적모델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내적 모델을 풍부하게 갖춘 사람일 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자동차 엔지니어는 자동차에 대한 내적 모델이 충분히 발달한 사람들입니다. 경찰은 범죄자에 대한 내적 모델이 발전한 사람들이겠죠.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지닌 내적 모델은 도대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약간 무서운 건 내적 모델이 '나의 의지'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 의해 얻어진 것들도 많고, 내가 무심코 선택했던 것이 나의 내적 모델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많습니다. '내게 없던 감각'을 읽다보면, 내가 가진 내적 모델이 무엇인지,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내적 모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내적 모델이 뭐가 있지?'를 고민해 봅니다. 솔직히 시원하게 떠오르지는 않는데요.
몇 가지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는데...이번 한 주 동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밤에 서사레터를 쓰다가 마무리를 못하고 임시 저장 해놓은 게 너무 많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주말이지만 할 일이 많아서 교회 다녀 왔다가 계속 일을 하고, 밤에 레터를 부지런히 썼습니다. 쓰고 나서 발송을 하려는데 무슨 숙제 하듯이 쓴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재미나서 쓴 게 아니라, '이걸 설명해야지 설명해야지 설명해야지'라는 의무감으로 쓴 느낌이요.
발송을 안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다시 펜을 아니 키보드를 붙잡았습니다.
점심시간에 레터를 쓰는 게 가능한 이유는, 제가 요즘은 점심밥으로 두부를 사서 먹기 때문입니다. 두부 2모를 먹는데, 생각보다 살이 좀 빠집니다. 제가 2019년에 코로나 걸린 이후에 처음으로 97kg 대로 진입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나면 10년 넘게 99키로와 102키로를 오가던 사람이었습니다. 박스권에 갇힌 주식처럼 꼼짝을 안 하던 몸무게가 드디어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것이죠.
과연 두부만 먹는다고 살이 빠지겠냐 라고 의심하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데 정말 빠집니다. 다이어트로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점심만 두부를 먹고, 나머지는 맘대로 먹기. 정말 효과가 좋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책은 수전 베리 교수의 '내게 없던 감각' 입니다. 시각장애인들과 청각장애인들이 시각과 청각을 회복할 때, 겪는 어려움에 대해 쓴 책입니다.
우리는 시각 장애인들이 눈을 뜨게 되면, 청각 장애인들이 듣게 되면 마법 같은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태어날 때부터 시각을 잃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시각을 회복하게 되면, 그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들은 갑자기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시각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심지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청각 장애나 시각 장애에 적응하여 잘 살고 있던 이들이 새롭게 눈을 뜨게 되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힘든 도전이 시작되죠.
"나는 사람들이 침묵이라고 부르는 것 속에서 40년을 보낸 후 그 상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내일 청각이 돌아오면 좋기보다는 괴로울 것 같다. 그것을 청각의 회복이라고 해야 할지, 청각 장애의 상실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듣게 된다면 손이 잘리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p.15)
시각이 회복된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길을 걸을 때에도 굉장한 불편함을 겪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선이동안진'(optokinetic nystagmus)이라는 기능이 약해서, 휘청거리거나 넘어지기 쉽습니다. 시선이동안진은 우리가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에는 무의식적으로 목표물에 시선을 고정하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면, 운전을 하거나 기차를 타서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빠르게 뒤로 지나갈 때...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사물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그 사물이 사라질때쯤 되면 다시 시선을 옮기죠. 우리는 시선이동안진이 너무 자연스럽지만, 시각을 이제 막 회복한 사람들에게는 훈련의 대상입니다. 특히, 상점에 들어가서 양쪽 매대에 물건이 쌓여져 있는 곳을 지나가는 경우에는 물건들이 쏟아질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마트에 가면 설레는 편인데, 시선이동안진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지나갈 수도 없는 길입니다. 물건이 쏟아지고, 바닥이 솟구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죠.]
시선이동안진 기능이 약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은 또 있습니다. 장애가 있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배려를 해주지만, 장애가 회복될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배려가 사라집니다. 난 볼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인식할 수가 없는데... 사람들의 배려가 사라지면 보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는 다시 장애인처럼 안내견과 지팡이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사람은 평생에 걸쳐 각자의 환경과 필요에 맞춰 감각 체계를 끊임없이 조정합니다. 수많은 착오 속에서 가장 관련성이 높은 요소와 패턴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시각적 자극들에 의해 학습되어 발달하면서,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내적 모델'이 형성됩니다. 우리는 신체적인 능력 혹은 감각이라고 생각했던 것 마저 학습된 결과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학습을 했던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이제 막 감각을 회복한 장애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진돗개를 보고 닥스훈트를 봐도, 둘 다 '개'라는 것을 인식합니다. 그러나 시력을 이제 막 회복한 사람은 '개'라는 개념을 알고 있어도, 닥스훈트와 진돗개가 같은 개라는 것을 매칭시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삼각형과 사각형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념적으로 이 도형들을 알고 있지만, 직관적으로 삼각형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각을 세어봐야 겨우 알 수 있습니다.
'내게 없던 감각'에 등장하는 리엄은 어린 시절 조금 볼 수 있는 시력이 있었지만, 백색증으로 앞을 못보게 됩니다. 그 후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죠. 리엄 역시 일반 사람들처럼 내적 모델을 학습할 기회를 충분히 가지지 못했습니다. 볼 수 있으나, 해석하지 못하는 게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풍경화입니다. 유년기에 넓은 지역을 본 경험이 없어서 풍경화를 해석할 내적 모델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해석하는 내적 모델의 중요성은 비장애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수전 배리 교수는 나뭇잎의 외피를 벗겨낸 후 학생들에게 현미경으로 관찰하게 하였습니다. 학생들이 무엇이 보이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초록색'이라고 대답합니다. 그 후, '플라스틱으로 만든 나뭇잎의 3차원 모델과 잎의 내구 구조'를 보여주고 나뭇잎의 외피를 거둬낸 시료를 보여주면 학생들은 복잡한 나뭇잎의 세포 구조를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시각을 처리하는 방식에는 '상향식'과 '하향식'이 존재합니다. 상향식은 시각 정보의 작은 조각들로부터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고, 하향식은 앞선 경험, 과거의 일, 나의 목표 등이 뉴런의 발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조차도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하향식 정보처리가 내적모델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내적 모델을 풍부하게 갖춘 사람일 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자동차 엔지니어는 자동차에 대한 내적 모델이 충분히 발달한 사람들입니다. 경찰은 범죄자에 대한 내적 모델이 발전한 사람들이겠죠.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지닌 내적 모델은 도대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약간 무서운 건 내적 모델이 '나의 의지'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 의해 얻어진 것들도 많고, 내가 무심코 선택했던 것이 나의 내적 모델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많습니다. '내게 없던 감각'을 읽다보면, 내가 가진 내적 모델이 무엇인지,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내적 모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내적 모델이 뭐가 있지?'를 고민해 봅니다. 솔직히 시원하게 떠오르지는 않는데요.
몇 가지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는데...이번 한 주 동안 고민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