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작가가 읽은 캐롤라인 냅의 '욕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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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 캐럴라인 냅

 내 감정과 욕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면


정여울 작가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는 내 인생의 진짜 주인은 나라는 믿음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나요?

아니면 내 인생의 진짜 주인공이 나 자신이라기보다는 부모님이나, 내가 잘 보이고 싶은 타인이거나, 돈이거나, 권력은 아닌지요.


사람들은 자기 인생의 진짜 주인공이고 싶어 평생 노력하지만, 돈이나 권력이나 타인의 노예가 될 위험에 처하곤 합니다. 알콜에 중독되거나 다이어트의 노예가 될 위험도 있습니다. 작가 캐럴라인 냅은 좌절된 꿈으로 인한 슬픔을 술로 채우고,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몸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와 거식증에 빠졌습니다. 저자는 자기 인생의 진짜 주인공이 바로 ‘타인의 시선’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완벽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그녀를 끝없는 다이어트의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빼빼 마른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단식을 했지요. 그녀는 그 끔찍한 거식증의 뿌리에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부모나 연인, 친구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 세상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했던 그 모든 결핍의 기억이 그녀로 하여금 술을 갈망하게 했고, 거식증에 빠지게 했습니다.


작가 캐럴라인 냅은 <욕구들>에서 이렇게 질문합니다.


우리가 선택되는 대신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음식이나 옷에 대한 욕구를 이야기할 때처럼 우리의 성적 욕구들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할 수 있도록 양육 되었다면, 신체 부위나 가슴의 모양이나 허벅지 사이즈 같은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적인 몸 자체를, 그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만져질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검토하고 이해하도록 격려 받았다면 우리의 느낌은 어땠을까?” 257p


타인에게 선택되어야 한다는 강박, 타인의 호감을 얻어야 한다는 강박이 그녀를 끊임없이 ‘마른 몸’에 집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그녀만의 고통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 마른 몸을 위해 다이어트에 집착하고, 어린 소녀들까지도 거식증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런 아픔의 밑바닥에는 ‘타인에게 선택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 삶을 내가 이끌어간다는 분명한 믿음이 없었던 시기에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수많은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타인을 향해서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 자신을 향해서는 ‘나의 외모가 나의 경쟁력 이다’라는 이중잣대를 들이댑니다. 거식증의 맨 밑바닥에는 사랑 받고 싶은 갈망이 숨어 있습니다. 오랜 시간 거식증에 시달렸던 캐럴라인은 어머니에게 자신의 뼈밖에 없는 몸을 오랫동안 보여줍니다. 일부러 어머니 앞에서 천천히 옷을 갈아입으며 갈비뼈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자신의 몸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알리는 것. 물론 이것이 굶기의 목표이며, 너무나 조심스레 감춰져 있어서 자기 자신조차 모를 수 있는 숨겨진 의제다. 자해하는 이는 자기 존재의 중심에 있는 고통을 눈에 보이게 만들기 위해 칼로 긋는다. 

자신이 이토록 고통 받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이토록 슬퍼하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그리고 이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굶고 자해를 하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다.” 338p


캐럴라인 냅의 <욕구들>은 바로 이토록 사랑 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우리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고백하고, 슬픔과 절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목숨을 걸고 싸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책입니다.


캐럴라인 냅은 자신의 거식증의 뿌리에 ‘내 욕망에 대한 두려움’, ‘내 욕구는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나는 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하지 못할까요. 나는 왜 내가 원하는 것을 하찮게 여길까요. 캐럴라인 냅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힘들지 않게,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여성들의 아픔을 증언하는 존재입니다. 그녀는 스스로의 신체를 가혹하게 학대하며, 마치 기계로 펌프질을 하듯 다리를 옮기고 또 옮기며 달리기를 했습니다. 1.5킬로미터면 100칼로리를 태웠으니 요거트 반 통 분량이라고 생각하고, 3킬로미터니 200, 점심 식사에 맞먹는 칼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몸은 기계처럼 혹사당했습니다. 차라리 기계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정확하게 검토하고 계산할 수 있는 기계처럼 신체가 작동하기를 바랐습니다. 인풋과 아웃풋을 측정하고 통제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마음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고, 몸이 아프면 마음도 우울해집니다. 캐럴라인 냅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기분 좋은 포만감도, 사랑의 쾌락조차도 잃어버린 자신의 신체가 점점 기계가 되어감을 느꼈습니다. 스스로의 몸을 결코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런 자기 학대의 본질은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자기부정의 감각이었습니다. 캐럴라인도 평생 가족들을 돌보다 정작 자신은 돌볼 수 없게 된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요.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걸 도저히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 심지어 무언가를 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마음이 그녀의 육체를 장악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트라우마 깊은 곳에는 어머니의 트라우마가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어머니가 화가로서의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랐던 캐럴라인은, 항상 행복하지 않은 엄마, 꿈을 포기하고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서만 살아왔던 엄마의 슬픔을 바라보며 자랐습니다. 슬프게도 부모의 트라우마는 자녀에게 유전됩니다. 나의 욕구도 중요하고, 나의 감정도 중요하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자기혐오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마저 같이 미워하게 만듭니다.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당연한 욕구,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구, 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강렬한 의지마저 빼앗아 가버립니다. 그녀의 거식증이 치유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뿌리깊은 자기혐오로부터의 해방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볼 때 무슨 음식을 고르고 싶은지, 영화관에 가서 무슨 영화를 선택할지, 심지어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며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까지도,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온전히 선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기 인생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캐럴라인 냅은 내가 원하는 것을 아무 눈치 보지 않고 발견하는 연습, 아주 작은 욕구라도 진짜 실현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하고,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솔직히 고백할 용기. 그런 욕망을 향한 정직함만이 트라우마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줄 수 있습니다.


당신은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트라우마를 물려받았나요. 혹시 그 트라우마가 당신으로 하여금 술이나, 다이어트나, 도박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것들에 집착하도록 만든 적이 있나요. 그 트라우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우리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돌보고 보살펴야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가치,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킬 수 있도록, 강인하고 지혜롭게 나의 삶을 채워나가는 길이 바로 끝없이 책을 읽고, 공부하고, 배우는 일입니다. 독서는 세상으로부터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든든한 방패입니다. 더 커다란 희망과 꿈으로 우리의 삶이 가득 채워지기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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