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지은이), 조현욱 (옮긴이)

우리가 게을러야하는 이유

이런 시선으로 읽었어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지구를 지배하게 된 인간은 과거보다 행복할까요?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이 더 나아지겠지.' 계획은 그랬다.

사피엔스 / 133p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매력적이고, 아주 논쟁적인 책이다. 논쟁적인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생각을 뒤집으며, 세 개의 혁명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7만 년 전에 시작된 인지혁명, 1만 2천 년 전의 농업혁명, 마지막으로 5백 년 전의 과학혁명으로 나누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제시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7만 년부터 3만 년 사이에 걸쳐 진행된 인지혁명은 우연히 발생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에 영향을 미쳐서, 새로운 방식의 사고와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류는 허구의 존재를 상상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 최초의 문명발상지를 살펴보면, 모두 신화가 존재했다. 신화라는 허구를 공유하면서, 사람들은 집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통된 방향으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연약했던 사피엔스가 집단, 즉 ‘종의 힘’으로 도전적인 자연환경에 응전함으로써 살아남는데 성공한다.  

 

인류는 농업혁명을 통해서는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킨다. 농사를 짓기 위해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피엔스의 생산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개체수 역시 증가했다. 또한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번영하기 시작한다. 과학혁명 5백년의 기간에 이르러서 인류는 엄청난 성장의 속도를 보여준다.

 

 농업혁명 이후 인류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1500년경 호모 사피엔스의 숫자는 5억 명이었으나, 오늘날에는 78억 명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인류는 과학연구에 투자하면 인류의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에 확신을 갖게 된다. 1500년 이전까지는 지배층들은 사제와 철학자, 시인들에게 돈을 주면서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기대했다. 1500년 이후 인류는 무지에 대한 인정을 바탕으로 더 진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사회의 자원을 연구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연구의 결과는 권력을 강화하는 데 다시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유발 하라리는 5백 년 간 결정적인 순간으로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를 말한다. 이 시간은 미국의 앨라모고도 사막에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이 터진 시간이다. 역사의 진로를 과학의 힘으로 변화시킬 능력을 갖게 되고, 역사를 끝장낼 능력마저 보유한 순간이었다. 이제 사피엔스는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이용하는 단계를 넘어서, 통제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삶은 피폐해진다?


<사피엔스>의 매력은 ‘종’의 번영이 사피엔스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인류의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삶은 피폐해진다는 것이었다. 사치품이 필수품이 되면 새로운 의무를 만든다고 한다.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은 이것에 의존하고 그것 없이는 살지 못하게 된다. 

 

우리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기계, 대표적으로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을 떠올려보자. 일의 생산성은 높여주지만, 우리 삶을 더 여유있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일을 더 빠르게, 더 많이 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것들이 없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한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삶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발명품이 오히려 불행을 야기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136p


 

기술적인 진보는 삶의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선과 진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불행의 시작일 수 있다.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업혁명이다. 우리는 보통 수렵채집 생활을 하다가, 정착을 해서 농업을 시작하게 되면 안락한 시대를 맞이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환상에 불과했다. 오히려 수렵채집 생활이 ‘종’이 아닌, 개인으로서는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할 수 있었다. 

 

고대의 수렵채집인은 수십 가지의 다양한 식품을 먹게 된다. 아침에는 다양한 과일이나 버섯, 점심에는 달팽이를 먹었을 수도 있고, 거북이까지도 먹었을 것이다. 저녁에는 낮에 사냥한 토끼를 먹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전혀 다른 음식을 먹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식단은 수렵채집인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확실하게 섭취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한 가지 식량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가뭄이나 화재, 지진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기근에 휩싸일 일이 없었다. 심지어 전염병의 영향도 덜했다. 수많은 전염병들이 가축에게서 오지만, 농업혁명 이전의 가축은 개밖에 없었으므로 전염병으로 인한 괴로움은 없었다. 농업 및 산업사회에서는 위생적으로 불완전한 환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살다보니, 오히려 전염병이 퍼지기 쉬웠다.  

 

유발 하라리는 건강과 행복이 생산성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렵채집인들은 소규모의 인원들로 떠돌아다니다보니 전염병이 퍼질 수가 없었다. 수렵채집은 가장 이상적인 영양소를 제공했다. 자연에서 공급되는 다양한 음식들을 섭취함으로써 균형잡힌 식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수렵채집인들은 농부들에 비해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에 걸리는 일이 적었다고 한다. 화석 뼈를 살펴보면, 키도 더 크고 신체도 건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피엔스의 신체는 농업보다는 수렵채집에 더 어울린다고 한다. 고대 유골을 살펴보면, 농업을 시작하면서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 많은 병들이 시작되었다. 농업은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 하루에 3~6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었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보내거나,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농사를 지으려면 밭 옆에 영원히 정착해야 했다. 유발 하라리는 이를 두고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라고 표현한다. 농업 이후 잉여자원이 발생하고, 여기서 계급이 생겨났다. 개인의 삶을 희생한 댓가는 인류의 개체수 증가였다. 개인은 얻은 것이 적지만 호모 사피엔스종은 밀 경작을 통해 단위 토지당 식량생산을 크게 늘리고, 호모 사피엔스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인류의 발전은 누군가가 희생한 행복 위에 세워진 거대한 탑이다.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한 회사의 경제적 성공은 직원들의 행복이 아니라 오직 은행 잔고의 액수로만 측정된다.

마찬가지로 한 종의 진화적 성공은 그 DNA의 복사본 개수로 측정된다.

126p 


 

성실함에 따른 생산의 증가는 인류의 성장에는 기여했지만 개인의 행복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인류의 진화적 성공이 인간의 행복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성실함이 행복을 가져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나의 ‘종’ 혹은 내가 속한 집단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본능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지금보다 더 강력했던 적은 없지만 우리가 선조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성취할지만 고민했다. 그 성취로 어떤 삶을 만나게 될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단순히 성취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내가 세운 목표와 성취가 내 삶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변화를 줄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써먹을 포인트


  • <사피엔스>의 매력은 ‘종’의 번영이 사피엔스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놓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인류의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삶은 피폐해진다고 말하고 있죠.
  • 사피엔스의 신체는 농업보다는 수렵채집에 더 어울린다고 합니다. 고대 유골을 살펴보면, 농업을 시작하면서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 많은 병들이 시작되었습니다.
  • 농업으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 종은 식량생산을 크게 늘리고,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은 더 피폐해졌죠.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지금보다 더 강력했던 적은 없지만 우리가 선조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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