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

안진환

회복력 시대

인문

<blockquote class="quotation_blockquote">
진보의 시대는 사실상 이미 끝났고 적절한 사후 평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회복력 시대 / 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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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은 우리 시대의 예언자 같은 인물입니다.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위기를 제시한 &lt;노동의 종말&gt;과 &lt;소유의 종말&gt;, 공유와 접속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경제의 도래를 알린 &lt;한계비용 제로 사회&gt;와 같이 &nbsp;리프킨이 그 동안 저술한 책들은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이자, 지구를 집어삼키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대한 문명 비판서, 더 나은 미래 가치를 제시하고 경제와 사회, 생태계 전반을 재설계하려는 미래학의 모범적인 사례로 널리 읽혀왔습니다. &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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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lt;회복력 시대&gt;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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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회복력 시대&gt;는 리프킨이 지난 40여년 동안 펼쳐왔던 저술 작업과 새로운 시대를 향한 그의 비전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리프킨은 인류를 지구의 지배적인 종으로 만들고 무한한 성장과 진보의 시대를 이끈 효율성의 원칙에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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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현재 지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경제에 대한 이해, 거버넌스의 유형, 시공간의 개념, 인간의 기본적 욕구, 지구라는 행성과의 관계 등 우리 삶의 모든 측면과 인간 종의 세계관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합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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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회복력 시대 / 13p</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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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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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을 추구하는 현 시대에 대한 리프킨의 진단은 정확하고 신랄합니다. 그는 기후위기나 팬데믹과 같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외부효과와 단기이익만을 추구하다가 저성장과 부채라는 딜레마에 빠진 자본주의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살아온 문명의 전제조건들이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음을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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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목격한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전 세계적 소득 격차,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 짧은 주기로 나타나는 팬데믹과 급격히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는 인간이 규모와 범위 면에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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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리프킨은 우리가 인간의 주체성과 자연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과학철학적 논의를 이어갑니다.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고대 문명의 조상들과 다르게 과학과 이성중심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의 시대에 이르러, 인간은 스스로를 자유를 향유하는 존재이자 자기 소유와 사회적 성취를 지향하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주체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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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한 자율적 인간은 다른 생물 종과 자연을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어 살아 있는 지구에 대한 지배와 다른 생명 종에 대한 착취, 환경 파괴와 자산화가 진행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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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팬데믹과 지구 온난화로 인류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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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은 자아를 자율적이고 유일무이한 존재로 여겨온 인간의 의식이 착각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인간의 몸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수많은 생명체들이 공존&middot;공생하는 일종의 생물학적 공동체에 해당하고, 우리 모두 지구라는 행성의 생체시계와 전자기장을 통해 매순간 동기화되고 있는 개방적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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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항상 엔트로피성 폐기물을 늘린 결과로 지구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존재할 수 있는 소산 시스템이기에, 인간 역시 스스로를 동료 생물체들과 같은 생물군계&middot;생태계&middot;지구 권역에 속해 있는 생태적 자아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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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quote class="vertical_blockquote">
우리는 끊임없이 물이 흐르는 강에 있는 소용돌이일 뿐이다. 우리는 머무르는 무엇이 아니라 스스로 영속하는 패턴이다.
P. 187&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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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 시대로의 전환을 꾀할 실행 방법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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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시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생태적 자아로서 인간 존재를 다시 인식하였으니, 이제 어떻게 회복력 시대로의 전환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실행방법이 문제입니다. 이에 리프킨은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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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방법은 디지털 3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인프라 혁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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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냉소주의자들은 비웃을지 몰라도 현실은 광대역과 재생에너지,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가 저렴해짐에 따라 더 많은 분산형 경제가 계속 확대된다&rdquo;
P. 250&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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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지역에서만 풍부하게 발견되는 화석연료와는 달리 태양이나 바람과 같은 재생 에너지는 간헐적이고 분산된 에너지로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그 결과 과거 화석연료의 시대처럼 단일 국가나 연합이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lsquo;에너지 인터넷&rsquo;을 통한 재생에너지 공유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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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공유 경제의 확산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및 유통 과정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고, 글로벌 대기업보다는 민첩한 중소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리프킨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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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방법은 생태 지역 거버넌스의 부상입니다. 리프킨은 과거 산업혁명 시기 미국 거대 기업들이 태동하면서 극심한 산업 오염이라는 부정적 외부 효과가 발생했던 오대호 지역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관할 지역 주지사와 수장들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생태 지역을 공동 관리하고 환경을 보존한 사례를 들어,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전 세계의 생태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거버넌스가 출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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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방법은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로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입니다. 대의민주주의 한계 속에서 양극화와 반향실 효과의 결과 나타난 포퓰리즘이 전세계적 정치 현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재난이 발생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시민의 대응과 협력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난 팬데믹을 통해서 여실히 목격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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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리프킨은 같은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놀고, 삶을 영위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과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직접민주주의적 방식으로 현실의 민주주의 제도를 재설계하는 정치혁명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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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를 넘어 생명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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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회복력 시대를 향한 모든 논의는 결국 &lsquo;생명애(Biophilia) 의식의 출현&rsquo;으로 귀결됩니다. 어떤 인간도 혼자만의 섬이 될 수 없고, 완벽한 자율적 행위자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며, 자연과 동료 생명체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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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당연시되었던 노예제, 고문, 집단학살이 인간 종의 공감 능력이 진화되면서 사라져 간 것처럼, 지구라는 행성에 함께 체류하는 생명에 대한 &lsquo;공감&rsquo;과 우리 모두의 집인 자연 환경에 대한 &lsquo;애착&rsquo;이 새로운 시대를 향한 문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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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에 놓여 있는 거대한 투쟁에 새로운 자세로 나서기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장도에 올라야 한다. 생명의 숨결을 되살리기 위한 전투태세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지구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nbsp;
3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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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리프킨은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지구 생명력과 하나가 되는 생명애 의식을 자각하는 방향으로 근본적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확장된 생명 가족과 함께 번성할 수 있는 회복력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 결론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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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애 의식으로 채워진 회복력 시대를 향한 리프킨의 예언자적 외침은 절박한 실존적 물음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인간 종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를 멸종 위험에 몰아넣고 있는 효율적 자본주의 시스템을 재설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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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PMbta4cRnUOakqtdnTJSlBxyiJ7bVFHcSl8x0faB.jpg?q=20&amp;f=webp" alt="">
<figcaption>포격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한 제철소. 인류는 생존을 넘어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번영할 수 있을까?</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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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의 태동, 공조와 협력보다는 다극화와 분열로 흘러가는 세계 질서,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 목표를 두고 높아지는 피로감과 선진국-개발도상국 간의 갈등 상황 속에서 이 책을 읽으며, 리프킨의 절박한 제안이 모두가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도 대응하지 않았던 카산드라의 예언처럼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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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와 체념, 무관심이 아닌 생존과 회복를 향한 우리 모두의 집단적인 상상과 과감한 실천이 필요한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읽어야 할 책, 제러미 리프킨의 &lt;회복력 시대&gt;였습니다.

https://seosa.io/episode_text/16819827241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