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혜

박소현

《리얼 심플》 《하퍼스 바자》 《미즈 매거진》 《포틀랜드 먼슬리》 선정 2021년 ‘올해의 책’

작은 땅의 야수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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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들은 결코 옥희를 두렵게 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행동으로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건 언제나 인간들이었다. &lt;작은 땅의 야수들&gt;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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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땅에서도, 삶을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
 대한민국의 독립 투쟁, 격동의 세월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lt;작은 땅의 야수들&gt;은 호랑이의 일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 온통 백색의 설원. 사냥길에 올랐던 일본군은 길을 잃는다. 그들은 설원을 헤메다 피골이 상접한 채 눈밭에 쓰러진 조선인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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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때 &lsquo;평안도 호랑이&rsquo;라 불린 대한제국군 출신 남경수였다. 당장 설원을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던 일본군은,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남경수를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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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수를 선두로 험난한 눈길을 전진하던 무리는, 호랑이를 만나게 된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호랑이 고기는 고급 진미였다. 호랑이의 용맹함으로 말미암아, 호랑이 고기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까지 퍼져 있었다. 이에 일본군들은 곧바로 호랑이를 사격할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남경수는 그 앞을 막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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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J2QdtBRhPv7t38jQleUp1D2qnYfnfEzJ89MIRWxZ.png?q=20&amp;f=webp" alt="">
<figcaption>호랑이와 대치하는 일본군 (출처: 다산북스 유튜브)</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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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호랑이가 널 먼저 죽이려 들지 않는 한, 절대로 호랑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이다.&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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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치 상태에 있던 호랑이는, 남경수의 두 눈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린다. 일본군 장교는 호랑이를 놓쳤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이미 그의 부하들은 겁에 질린 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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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작은 땅의 야수들&gt;의 저자 김주혜는 소설 집필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 함박눈이 내리는 공원에서 호랑이와 사냥꾼의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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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외할아버지는 김구 선생님 옆에서 독립 운동을 도운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녀에게 독립 운동의 근대사는 그저 역사뿐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삶에 자리한 현실이었다. 소설 속, 일제 강점기를 살아간 다양한 인물들의 삶에서 고단하고 치열하게 생애를 견뎌낸 &lsquo;야수&rsquo;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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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 가난한 삶을 거절하고 기생이 된 아이
 가난한 농부의 맏딸 옥희는 소설의 중심 인물이다. 옥희는 엄마와 함께 기생집에 품삯을 받는 일을 하러 갔다가, 평양 최고의 기생 은실의 눈에 든다. 은실은 옥희를 기생으로 키우려 했지만, 옥희의 엄마는 거절한다. 그러나 가난이 지긋지긋한 옥희는, 멸시 받을지언정 끼니 걱정 없는 기생이 되는 것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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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실의 밑에서 기생 견습생이 된 옥희는 그녀의 딸인 월향, 연화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어느 날 기방 근처를 지나던 일본인 장교 하야시의 눈에 띈 월향은 그에게 강간을 당하고 원치않는 임신까지 하고 만다. 월향은 하야시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사촌 단이가 있는 경성으로 향하게 되고, 연화와 옥희도 동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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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nVBphxhlgdETgx1OivQ8GIpxNConuBVZQ1EPu5Va.png?q=20&amp;f=webp" alt="">
<figcaption>경성에 들어선 옥희 (출처: 다산북스 유튜브)</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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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은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문물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별천지같은 곳이었다. 단이는 절망적인 시간을 견뎌온 세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기생 수업을 시킨다. 옥희는 특히 춤에 재능이 있었다. 옥희의 춤사위는 대중의 눈길을 끌었고, 그녀는 영화까지 출연하며 유명 배우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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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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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 거지 왕초에서 독립 운동가가 되다
 정호는 소설의 첫 장면에 나왔던 사냥꾼 남경수의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먹고살기가 막막해지자 고향인 평양을 떠나 경성으로 온다. 청계천 주위를 떠돌다 부랑자 아이들에게 공격을 받지만, 타고난 힘과 싸움 실력을 바탕으로 오히려 기존 무리의 왕초를 꺾고 새로운 일인자가 된다. 이후 아이들을 먹여살리고자 근처 상인들의 돈을 뺏는 깡패 두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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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방금 우리 왕초를 이겼잖아. 그건 이제 네가 우리 왕초란 소리야. 우리랑 무리 짓기 싫다고? 그러면 너 혼자서 어떻게 살아남을래? 경성 바닥에 거지새끼가 우리뿐인 줄 알아? 이 구역에만 해도 몇 무리가 있고, 다 큰 어른 흉악범들까지 모인 진짜 깡패들도 있다고. 그런 인간들이 널 가만 놔둘 것 같아?&rdquo;
</blockquote>
 어느 날 정호는 경성의 기방을 알리는 행렬에 나선 옥희를 처음 보게 되고, 연정을 품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끌리는 걸 멈출 수 없다. 둘은 동네에서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동물원에 놀러가기도 한다. 정호는 옥희에 걸맞는 남자가 되기 위해 큰 부자가 되고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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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QFMiwQJBKuN3hDwThPqVhAKojAMBJkZX92cobhIk.jpg?q=20&amp;f=webp" alt="">
<figcaption>드라마 &lt;파친코&gt; 스틸컷 (출처: 애플TV+)</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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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여기서 널 자주 본 것 같은데, 이 동네 사니?&rdquo; 소년이 옥희에게 물었다. 옥희는 주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아이들과 얘기하지 말라는 금지령을 받은 &nbsp;적은 없지만, 단이가 직접 말하지 않았어도 자신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아는 터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권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단이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강력하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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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좌익 단체의 수장 이명보를 만나 정호의 인생은 달라진다. 이명보는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동네 건달로 살아가는 정호를 인격적으로 대우한다. 정호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는다. 정호가 열망하는 것은 그저 돈을 많이 벌어 개인적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돈이 아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신념과 끈끈한 인간 관계에 눈을 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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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누구에게도 이처럼 이해받은 적이 없었는데, 방금 만난 이 낯선 사람에게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그로서는 생소하지 그지없었다. 명보만큼 진실하고 똑똑하고 힘을 가진 사람마저 정호가 가진 작은 소망을 이룰 수 있게끔 이끌어주지 못한다면, 아마 이 세상 그 누구도 할 수 없을 터였다. &ldquo;그래서 공산주의자라는 게 되려면, 뭐부터 해야 합니까?&rdquo; 정호가 물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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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와 정호, 엇갈리는 사랑
 3.1 운동 당시 정호는 패거리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자신은 군중 속으로 뛰어든다. 만세 소리와 열기로 들끓던 거리는 군인들이 발사한 총탄에 날카로운 비명으로 뒤덮이고 정호는 가까스로 그곳에서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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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에 대한 걱정으로, 옥희의 집을 찾아간 정호는 곧 아이를 출산할 것만 같은 월향을 발견한다. 정호는 황급히 길을 나서 산파를 데려온다.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월향은 정호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이를 출산한다. 옥희는 정호에게 비단이불을 건네며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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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생을 이끌고 시위에 참여한 단이는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유치장에서 풀려난 단이는 옥희와 정호의 관계를 알고 분노한다. 최고의 기생이 될 옥희가 거지 왕초 정호와 연을 맺어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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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이는 거지 정호와 더이상은 만나지 말라고 옥희에게 윽박을 지른다. 그럼에도 정호는 매일 옥희의 집 앞에 와서 담장 너머로 조약돌을 던진다. 그러나 옥희는 결코 그를 만나러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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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너, 조그만 게 참 되바라졌구나? 네까짓 놈은 옥희 같은 아이와 어울릴 수 없어. 그애는 기생이 될 거다. 아마 내가 직접 훈련한 아이 중 최고가 될 인재지. 그런데 너는? 가진 것 하나 없고 이름도 없는 고아일 뿐이잖니?&rdquo;&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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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는 단이에게 제 이름 석 자를 대고 싶었지만, 금세 마음을 고쳐먹고 뒤돌아섰다. 옥희가 자신에게 작별의 인사조차 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것이 끝이라는 것을 정호는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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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nTgpgnBewYn8yMPZkbPGljHe3dGZ3t8m9V1ILcVv.jpg?q=20&amp;f=webp" alt="">
<figcaption>영화 &lt;밀정&gt;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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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옥희는 한 극장주의 눈에 띄어 배우로 데뷔하고, 큰 인기를 구가한다. 그 사이 정호는 독립운동을 하는 사회주의자 명보의 심복이 된다. 조금씩 인생에서 다른 그림을 그리던 정호, 하지만 옥희에 대한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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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는 옥희의 극장에서 재회하고 예전처럼 이따금 만나 시간을 보내던 중, 이미 옥희에게 명문가 출신이지만 공부를 하느라 인력거를 끌며 돈을 버는 한철이라는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크게 상심한 정호였지만, 쉽사리 옥희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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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나도 물론 널 사랑해, 정호야. 우리가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나는 항상 너를 동경했어. 왠지 알아? 넌 아무것도 겁내지 않으니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을 때조차 그 당당하고 두려움 없는 모습이 나는 그저 놀랍고 존경스러웠어. 네가 도와준 덕분에 나도 너처럼 더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거야.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정말 미안해.&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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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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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전통예술 속에서 사납고, 익살스럽고, 용맹하고, 착하고, 은혜를 갚는 동물로 묘사되며,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상징이었다.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던 야수들은 한국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 작가는 일제 강점기, 빼앗긴 땅에서도 설움을 딛고 꿋꿋이 살아간 여러 인물들이 상처 입은 호랑이와 닮아 있다고 생각해 긴 이야기를 관통하는 뼈대로 호랑이를 선택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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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는 거지 왕초에서 독립운동가가 되기까지 역동적 삶을 살아간다. 상처입을수록 더욱 강해지고, 좌절의 순간에서 더욱 박차를 가하며 꿋꿋이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간다. 또 다른 주인공인 옥희는 가난을 거부하고, 기생이 되는 삶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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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는 유명 배우가 되어 일제강점기라는 현실 속에서도 독자적 경제력을 갖춘 여성으로 성장한다. 그들의 삶에선 자그마한 한반도 땅이었지만, 번성해 살아가던 야수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일본군들이 총칼을 들이대도, 꿈쩍하지 않던 호랑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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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13tONvHpj3tJCjMKS56tScDImMLHIISFBvF9k63k.jpg?q=20&amp;f=webp" alt="">
<figcaption>드라마 &lt;미스터 선샤인&gt;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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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와 정호는 작지만 소중한 터전이었던 땅을 빼앗기고 핍박받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한 인물들이다. 작가가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꼽은 것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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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원하는 것을 다 얻지 못해도 야수와 같은 생명력으로 생을 끝까지 살아낸 옥희와 정호를 통해 끈질긴 생명력이 현재의 우리 안에 있음을 독자들에게 다시금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우리 DNA 속에도 분명 호랑이와 같은 야수성이 남아 있을 거라고, 그러니 삶의 시련들에 당당히 맞서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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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E.H. Carr는 역사는 &lsquo;현재와 과거의 대화&rsquo;라고 말했다. 옥희와 정호는 소설 속 인물이지만, 우리와 멀리 있지 않다. 2023년 현재의 우리가 삶의 시련에 흔들릴 때, 그들을 떠올린다면 조금은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척박한 현실이었음에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옥희의 독백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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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그 어떤 것에 대한 소망도 동경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마침내 바다와 하나였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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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eosa.io/episode_text/16820593700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