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글러

유영미

주경복

우석훈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인문

<blockquote class="quotation_blockquote">
아빠! 우리나라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하고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도 마구 버리고 있잖아요?&nbsp;그런데 아프리카나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니 정말 기막힌 일 아니에요?
</block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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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gt;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하며 전 세계 빈곤 국가를 돌아다니며 기아문제를 연구한 장 지글러의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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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에서 누군가는 먹을 게 없어 굶어 죽고, 또 다른 나라에서는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실이 기이하고 이상하기만 하다.&nbsp;순수하고 명징한 아이의 질문과 기아 문제의 전문가인 아버지의 답을 통해 사회의 식량 시스템과 잔혹한 신자유주의로 인한 기아 문제 전반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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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WWOMOCK1e5kVocyPok0CNRNo5ba98s8ieeHaBqjV.jpg?q=20&amp;f=webp" alt="">
<figcaption>영국기계엔지니어학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에서 소비되는 음식의 약 50%는 소비자들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고 한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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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이 출간된 2007년으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에 이러한 정보를 책으로 읽는 것이 여전히 유의미할까? 지금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2011년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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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quote class="vertical_blockquote">
이번 판을 찍으면서 나는 본문에는 전혀 손대지 않았다. 이 세계를 지배하는 살인적 체제가 지닌 구조적 폭력성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직 희생자들의 숫자에만 변화가 있을 뿐이다. 끔찍할 정도로 증가했으니까.
</block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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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기아는 15년이 흘렀어도 더 심화되었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우리는 결국 시스템을 바꾸지 못했다. 더불어 구조적 빈곤으로 인해 죽은 희생자들의 숫자만 증가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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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hNNOsjxEnB9qxBTBHfbEZLC8x3XamxEdXZYpOdW1.jpg?q=20&amp;f=webp" alt="">
<figcaption>1993년 케빈 카터(Kevin Carter)가 찍었던 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전 세계가 기아의 참상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장 지글러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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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굶주림은 어떻게 정당화되었는가
 기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석기 시대에는 매일 같이 음식을 찾아 헤맸고, 중세에는 도시인을 비롯한 수많은 농노들이 기근에 시달렸다. 물질적 풍요가 갖춰진 산업혁명 이후에도 기아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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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도래 이래 우리는 지구 인구보다 2배 넘는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사회구조에 있다. 약자들의 굶주림을 정당화하는 자본 시장의 논리 때문에, 오히려 굶주림은 더 비극적인 방식으로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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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quote class="vertical_blockquote">
배고픔은 세계의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아닌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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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 식량이 제대로 분배된다면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게 될 거야.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중략)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한다고 보는 거야. 
52p
</blockquote>
 18세기, 영국국교회 성직자 토머스 멜서스는 인구론을 발표했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인구의 증가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주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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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NdDl6QWwXS1doLiseUULNQJ01nsGwkC1Qzsxrt0v.jpg?q=20&amp;f=webp" alt="">
<figcaption>맬서스는 식량 생산 속도가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굶주리는 자가 나와 인구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약육강식의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법칙'이라 이해되었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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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들은 이를 강자가 살아남고 약자가 도태되는 &lsquo;자연법칙&rsquo;이라 이해했고, 식량을 고루 분배하지 않고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는 것을 정당화했다. 그들에게 기근은 지구 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적정 인구 수준을 조절하는 도구이자, 어느 한쪽은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하는 숙명이었다.
 약육강식의 논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동의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미 지구적 문제인 기근을 애써 외면하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경제 논리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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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quote class="vertical_blockquote">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어.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그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야.&nbsp;
56~57p
</block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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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class="title_dash">
차고 넘치는 식량, 왜 아직도 굶주릴까?
 120억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는데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죽어가는 것은 왜일까. 선진국은 영양 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다.
 프랑스의 농학자 르네 두몽의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피드 롯 지역의 연간 옥수수 소비량의 절반이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잠비아의 연간 필요량보다 많다. 문제는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옥수수의 4분의 1은 소 사료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곡식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시장 논리에 의한 분배의 문제가 야기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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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GwcI97kMs8b3U2yYXDswh5LR052yD83ZJ9fSTpdn.jpg?q=20&amp;f=webp" alt="">
<figcaption>전 세계의 곡식의 상당 부분이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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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두제' 또한 같은 맥락이다. 빈곤 국가에 저렴하게 식량을 배분하고 판매하기보다, 부유한 나라들은 자국의 식량 가격을 유지시키기 위해 남는 식량을 불태워 버리기를 선택한다. 소수의 거대한 금융자본이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를 지배하는 것이다. 식량 가격이나 생산량을 결정하는 시장은 기아 문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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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class="title_dash">
인간이 만들어낸 굶주림,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
 기아 문제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다. 먼저 경제적 기아란 우연히 벌어진 사건 사고로 인해 굶주림에 처한 상황을 의미한다. 자연재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기근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다. 국제적으로 재빠르게 도움을 주지 않으면, 금세 죽음의 위기에 놓이고 만다.
 신속하게 식량을 배급하면 경제적 기아는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갑작스레 벌어진다는 특성 때문에, 경제적 기아 희생자들은 뒤늦게 보고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보고를 받고 긴급 구호 체제에 돌입했다고 해도 인력과 식량이 현지에 도착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원조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피원조국은 원조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소말리아 내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1990년대 미국이 평화유지군을 보냈고 국제적십자와 난민구호기금과 같은 국제조직에서 생필품과 의약품을 나누려 했지만 미군 수십명이 살해당했으며 유엔 역시 소말리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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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7ZvcPp9NiuNsTfxpfKbQZN2zQQvTasASVBYwULGw.jpg?q=20&amp;f=webp" alt="">
<figcaption>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있는 병의 상당수 원인이 깨끗하지 못한 '물'에 있다고 한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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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 기아의 원인이 &lsquo;우연&rsquo;이라면 구조적 기아의 원인은 &lsquo;필연&rsquo;이다. 장기간에 걸쳐 식량 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하며, 주된 원인은 사회 구조에 있다. 한 국가를 지배하는 정치체제를 비롯해, 앞서 언급한 시장 시스템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세계적 식량 생산 체제 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외부적인 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직접 만들어낸 재해라고 할 수 있다.
 불균형한 경제 발전은 구조적 기아로 이어진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은 오직 땅콩만 경작하도록 강요받았고, 지금까지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옥한 땅, 성실한 농민들이 있지만, 부족한 인프라와 열악한 농기구만으로는 해외 플랜테이션 농장의 생산량과 비교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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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헐 값에 수출되는 땅콩과 반대로, 비싼 값을 치르고 곡물들을 수입하는 정부의 기형적인 정책으로 식량 자급도는 낮아지고 해외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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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동일한 인간으로서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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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인간이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경제(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nbsp;
169p
</blockquote>
 먹는다는 것은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자신들의 영토를 정하고, 그 안에서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구해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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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산업 혁명 이후 식량의 생산은 필요의 문제를 넘어 무제한의 영역으로 확대됐다. 돈이 있는 곳이면 그곳을 향해 지구 반대편까지도 운반된다. 누군가의 생존이 아닌 이윤 확대를 위함이다.
 기부, 원조, 긴급구호, 인프라 정비 등 기근에 대응하는 움직임들도 물론 중요하다. 제 때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결국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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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조치들은 결국 일시적인 응급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보다 저자는 우리 세계가 근본적으로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뿌리박힌 사회 구조를 뒤엎고, 각 국이 자급자족의 경제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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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6NLFk7AH9Y9v9CIDxR54d3jylndLtaZMuvGZsCf6.png?q=20&amp;f=webp" alt="">
<figcaption>식량 원조와 같은 대응들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한 한계가 명확하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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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는 철학자 레비나스는 &ldquo;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존재해야 하며, 타자가 무엇이 되었든간에 그의 생명과 윤리를 존중함으로서 나의 고유성이 생긴다&rdquo;라고 말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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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시장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지, 인간 이전에 존재한 것은 아니다. 사회 구조가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결심을 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모두의 생명에 책임을 느끼는 것에서 나의 인간됨이 시작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과 동정에서 오는 원조가 아니다. 동일한 인간으로서의 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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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quote class="vertical_blockquote">
동일성은 다른 사람과의 진짜, 혹은 상상 속 만남. 단결행위 등 한마디로 서로 공유하는 의식에서 생겨난다.
1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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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eosa.io/episode_text/16830914562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