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철

기후미식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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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이제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맛과 취향, 영양학적 고려를 넘어 환경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까지로 확대되어야 한다.&rdquo; 
기후미식 / 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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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를 일주일에 최대 두 번, 총 500그램 미만으로 먹을 것을 권고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인데요. 네덜란드 영양센터(Netherlands Nutrition Centre)는 2016년 이러한 내용이 담긴 식이지침을 발표했습니다.&nbsp;
 여기에서 말하는 고기에는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이 포함되는데요. 지침에서는 육류뿐 아니라 어류, 달걀, 유제품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의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신 견과류, 콩류 등 식물성 식품 위주로 단백질을 섭취할 것을 권고합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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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bu74bJ8HTNR1vgJ1YNGd7CigNq09lEtfaKN1L8on.png?q=20&amp;f=webp" alt="">
<figcaption>최근 인기가 높아진 휴식형 템플스테이의 식사.</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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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기후미식&gt;의 저자 이의철 전문의는 네덜란드가 이처럼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는 배경에는 국토의 60퍼센트가 해수면보다 낮은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동물성 식품에서 식물성 식품으로 식단을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죠.&nbsp;
 이처럼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음식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것을 &lsquo;기후미식&rsquo;(klimagourmet)이라고 부르는데요. 캐나다에서는 2019년 발표한 식이지침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할 때 식물성 식품을 더 자주 먹을 것을 권했고, 포르투갈에서는 2017년 법률을 제정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구내식당과 매점에서 채식 메뉴를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했습니다. 저자는 기후미식이 &lsquo;뉴노멀(New Normal)'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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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파괴하는 축산업&nbsp;
 &lt;기후미식&gt;을 쓴 이인철 작가는 직업환경의학, 생활습관의학 전문의입니다. 저자는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lsquo;기후미식 주간'이라는 깃발을 발견하고 기후미식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는데요. 기후위기와 식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음식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nbsp;
 대형산불, 폭염, 태풍, 홍수, 해수면 상승&hellip;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우리는 흔히 &lsquo;온실가스 배출&rsquo;이라고 하면 화석연료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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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wrLSQf42qIh9tJxOVuckfpZ1ievHMNQqauPtwKqd.jpg?q=20&amp;f=webp" alt="">
<figcaption>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lt;옥자&gt; 포스터. 옥자와 한 몸처럼 붙어있는 공장이 연기를 내뿜고 있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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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축 사육은 숲을 파괴합니다. 현재 인류는 불모지를 제외하고 지구 지표면의 71퍼센트를 차지하며 살고 있는데요. 이 중 37퍼센트는 숲, 50퍼센트는 농지입니다. 이 농지의 무려 77퍼센트가 가축을 방목하고 가축용 사료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nbsp;
 1961년 이후 전 세계 1인당 육류와 식물성 기름(팜유, 대두유, 유채씨유 등) 섭취가 2배 증가하면서 산림이 농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식용유라고 부르는 식물성 기름 역시 축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기름을 짜고 나온 대두박이 가축 사료로 활용되거든요.&nbsp;
 축산업과 식용유 산업은 공생하며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숲을 없애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사라진 전 세계 숲의 41퍼센트는 소고기 생산을 위해, 13퍼센트는 식물성 기름 생산을 위해 손실되었다고 하는데요. 경제성장과 함께 육류와 식용유 섭취가 늘어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죠.&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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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BtNYP1yOsTb6RKbtdeT9wYdoB7u1l8zrZmU3uqOc.jpg?q=20&amp;f=webp" alt="">
 숲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처럼 숲이 흡수하는 탄소를 &lsquo;그린카본(Green Carbon)&rsquo;이라고 부릅니다. 숲이 사라지면서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손실된 그린카본은 49억 톤에 달한다고 해요. 우리가 동물성 식품을 더 많이 먹을수록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인류가 손쓸 수 없는 자연재해는 더욱 증가하게 되겠죠.&nbsp;
 축산은 산림을 없앨 뿐만 아니라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라는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주로 가축 분뇨로 인해 발생하는데요. 2021년 현재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는 10억 마리입니다. 소, 돼지, 닭 등 가축은 매일 사료를 먹고 분뇨를 배설하고 이 분뇨가 발효되고 처리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죠.&nbsp;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와 비교했을 때 지구를 온난화시키는 능력이 훨씬 높은데요. 메탄은 80배, 이산화질소는 무려 298배라고 해요. 가축을 키우고 먹이는 모든 과정이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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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해치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동물성 단백질은 지구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해롭습니다. 저자는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면서 한국에서 오랫동안 유행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강한 의문을 제기합니다.&nbsp;
 언제부턴가 &lsquo;다이어트=닭가슴살'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았는데요. 저자는 진료 현장에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체중 감량에는 성공했지만 콜레스테롤, 혈압, 혈당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관찰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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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네덜란드 로테르담 지역에 살고 있는 당뇨병이 없는 45세 이상 성인 6,822명을 1993년부터 2014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nbsp;
*인슐린 저항성 : 인체 내 세포들이 인슐린에 내성 또는 저항성을 보이는 상태. 이때 혈당 조절을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된다.&nbsp;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 단백질은 식물성이 아닌 동물성 단백질이었다는 것입니다. 육류(소, 돼지, 닭 등), 어패류, 우유 및 유제품 등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 것이죠.&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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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OPEbCUXvGePCxqOpodMM5oYnfMFCq0vjuEI9Wswy.gif" alt="">
<figcaption>저탄고지에서 동물성 단백질로 단백질을 보충할 경우, 오히려 당뇨병의 위험도가 높아진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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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 단백질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게 만들어서 인슐린을 분비를 촉진하는데요. 그 결과,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간효소 수치 등이 상승합니다. 저자는 아무리 설탕과 탄수화물을 줄이더라도 동물성 단백질을 계속 먹게 되면 만성 질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nbsp;
 저자는 &lsquo;멸종저항 영양학'을 제안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영양학도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영양학적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식단을 위한 영양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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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자연식물식&rsquo;과 &lsquo;비건&rsquo;의 차이점&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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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음식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우리의 음식 선택에 의해 기후위기가 악화될 수도, 완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로 인해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갖게 된 것이다. 어쩌면 기후위기 시대엔 이 의미가 다른 모든 의미를 압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lsquo;기후미식'의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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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서는 2014년부터 매년 &lsquo;기후미식 주간'이라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2021년부터는 &lsquo;기후미식 축제'로 이름이 바뀌었는데요. 캠페인에 참여하는 식당, 카페 등은 창의적인 채식 주요리를 최소 한 가지 이상 갖고 있어야 합니다.&nbsp;
 이 요리는 순 식물성인 것은 물론이고, 지방 함량이 제한되고 가공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주최 측에서는 요리 과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조리법과 가공법을 사용하고 쓰레기 발생도 최소화할 것을 장려하는데요. 음식을 먹을 사람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죠.&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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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GoLFNA12W2RYbdcDYdSZFCoMDVwlTgVvWWwar0Pn.jpg?q=20&amp;f=webp" alt="">
<figcaption>독일의 '기후 미식 주간' 에서 나온, 당근과 사과로 만든 케이크</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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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와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lsquo;자연식물식(WholeFood, Plant-Based diet, WFPB diet)&rsquo;을 제안합니다. 자연식물식은 동물성 단백질과 식용유, 설탕을 배제한 식단입니다.&nbsp;
 자연식물식과 비건(Vegan Diet)은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탄생 배경이 다른데요. 동물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삶의 태도인 비거니즘에서 시작된 비건은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nbsp;
 자연식물식은 건강에 좀 더 초점을 맞춥니다. 저자는 자연식물식을 &lsquo;최고로 건강한 식단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과정에서 다듬어진 식단'이라고 정의하는데요. 식물성 가공식품을 허용하는 비건과 달리 자연식물식에서는 식물성 가공식품 섭취를 최소화하고자 합니다. 식물성 가공식품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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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아닌 채소를 기본으로&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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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중요한 것은 능동성과 상상력이다. 등 떠밀리듯이 억지로 동물성 식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선 기후 미식은 반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여유가 있을 때 능동적으로 맛있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식물성 식품 중심으로의 기후미식 전환은 새로운 맛을 향한 즐거운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후위기를 조금씩 늦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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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스스로도 10년 넘게 자연식물식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책에는 밥, 김치, 나물, 쌈 등 한식 재료를 활용한 자연식물식 실천 방법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nbsp;
 자연식물식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달걀이나 고기 고명을 뺀 비빔밥, 밥에 쌈장을 곁들여 쌈 채소에 싸 먹는 방식도 자연식물식이 될 수 있습니다. 닭 대신 다양한 버섯을 써서 삼계탕을 끓일 수 있고, 멸치 육수 대신 채소 육수를 활용해서 된장찌개를 끓이는 방식도 있죠.&nbsp;
 자연식물식은 자연 상태의 식물성 식품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필요에 따라 경미한 가공 식품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고도의 가공 식품도 가끔은 먹을 수 있고요. 설탕이나 식용유 역시 &lsquo;절대' 안 되는 것은 아니고 최소화하는 것이죠. 저자는 환경과 내 몸을 위해 &lsquo;고기를 기본'으로 하기보다는 &lsquo;채소를 기본'으로 능동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식단을 구성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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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2w3kyicixnbmm.cloudfront.net/episode/n5buqRg7SdTtEEbuLJ2nTAFWzpV6FNJ02Ro1kyV7.jpg?q=20&amp;f=webp" alt="">
<figcaption>유럽의 '기후 미식 주간'은 아이들로 하여금 어릴때부터 채식도 맛있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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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lsquo;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를 마음속에 품고 살던 사람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먹는 음식이 단순한 식재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동물성 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생태계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기더라고요.&nbsp;
 음식 소비에 따른 생태 발자국을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한국인처럼 동물성 식품 위주로 식사를 하려면 2.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속가능하지 않은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얼마 전 카레에 고기를 넣지 않고 끓였는데 의외로 깔끔한 맛이 나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동안 너무 고기를 기본값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게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고기를 먹을 때마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상상하게 됩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지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되새기며 조금씩 &lsquo;기후미식&rsquo;을 실천해보려 합니다. 여러 개의 지구가 필요하지 않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요.&nbsp;

https://seosa.io/episode_text/16849061599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