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생각하다ㆍ니콜라우스 브라운(지은이)ㆍ박제헌(옮긴이)

FIRE는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이런 시선으로 읽었어요


최근까지 가능한 한 빨리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자유를 누리는 '파이어족'이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모든 일을 멈추고 나온다는 '은퇴'라는 표현과 재정적 독립을 이르는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가 항상 나란히 붙어 다니거든요. 우리는 이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돈 자체가 목적이 되면, 돈은 개인의 가치를 나타내고 인격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돈을 생각하다 / 37p

어느 날 식당의 한 종업원이 다가와 암호화폐를 권유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암호화폐의 상승과 하락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제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투자자는 상승장뿐만 아니라 하락장에도 매달 기본 6~12%의 수익을 낼 수 있고, 인공지능에 의해 위험은 대체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된다고 말한다.


자, 여기에 1000유로, 우리 돈으로 130만 원 정도를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매달 12%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식당 종업원이 암호화폐 투자금을 6년하고도 1개월간 묶어둔다면 47조 8972억 8751만 1086유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나조차도 제대로 썼는지 다시 확인해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 돈이면 2019년 기준 유로존, 미국, 일본의 국채를 한 번에 상환하고 전 세계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싸우는 세계보건기구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종업원은 이런 수익원이 있으면서 텔아비브의 랄라 해변에서 저녁마다 음식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는 것인가?“
    118p


누가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에 속냐고? 가상화폐 열풍과 루나코인 사태를 떠올려보면 실제로 수 많은 사람들이 저 달콤한 말에 넘어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돈이 인생에서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면, 돈을 벌고 싶단 욕심에 쉽게 흔들리게 된다. 암호화폐 그 자체의 기능과 검증보다 수익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돈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고민과 계획이 평소에 필요한 이유다.




'경제적 자유'라는 표현의 함정


파이어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 MZ세대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 법이다. 가능한 빨리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자유를 누리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키워드가 ‘파이어족’이다. 재정적 독립과 조기 은퇴를 이룬 사람들을 이르는 말로, 자신이 누리는 현재의 생활 수준을 극단적으로 하락시켜 소비를 절제하고 저축을 통해 재산을 모으는 것이다.


20, 30대에 최소 비용으로 생활하며 저축하여 40, 50대에 경제적 자유를 얻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방식은 MZ세대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없을까?’하고 의문이 남는다.


인간을 물질적인 안락함에서 분리한다는 것은 분명히 심한 거부 반응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파이어족들이 추구하는 검소한 생활방식은 문화적 참여와 사회적 참여를 모두 포기해야만 가능한데, 이는 가족이 있다면 가족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30도가 넘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데, 검소하게 생활한다고 미니 선풍기만을 틀어놓게 하고, 겨울에는 보일러를 틀지 않고 꽁꽁 싸맨 채 추운 밤을 보내는 가족과 자신을 생각해보자. 그렇게 쾌적한 생활을 모두 반납한 채로 하루 이틀, 1년이 아니라 20년간 계속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과연 그것이, '경제적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경제적 자유'라는 표현은 일의 가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경제적 자유’라는 키워드에서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돈을 받고 일하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일을 ‘햄스터 쳇바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20년 동안이나 즐겁지 않은 일을 하며 탈출만을 꿈꾸는 것, 과연 합리적일까?


불만족스러운 시간을 몇십 년간 견딘다는 것은 시간을 돈으로 바꾸고, 또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도 돈을 시간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경제 활동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경제적 자유’와 함께 검소한 생활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단순히 충분한 돈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순진한 착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든 일을 멈추고 나온다는 ‘은퇴’라는 표현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일 중독자가 되어 죽을 때까지 돈만 버는 일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돈이 모였다고 모든 일을 놓아버리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성취감을 얻을까?


돈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자 매개다.


<돈을 생각하다>는 돈에 대한 인식을 다시 세우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 돈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돈은 그 자체로는 고유한 가치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간을 돈으로 바꾸거나 시간을 아껴 기회를 잡는 데 돈을 사용한다.


이처럼 돈이 기능하는 이유는 돈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사회 전체적인 합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돈은 우리를 주변 세상과 연결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게 만들어 주는 매개다. 목표가 아닌 수단이다.


돈이 중요한 이유에 대한 고민은 외면한 채로 그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이 허황된 높은 수익률에 휘둘리는 이유일 것이다. 돈으로 행복을 산다는 것은 돈 때문에 불행을 겪지 않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써먹을 포인트


  • 요즘 흔하게 쓰이는 '경제적 자유'라는 표현은 되려 돈을 받고 일하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일을 '햄스터 쳇바퀴'라고 느끼게 됐죠.
  • 저자는 오히려 ‘경제적 자유’와 함께 검소한 생활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단순히 충분한 돈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순진한 착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합니다.
  • 그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에 허황된 높은 수익률에 휘둘리고, 조기 은퇴 후 얻게 될 자유를 담보로 현재의 생활 수준을 하락시키고 있진 않으신가요? 돈은 우리를 세상과 연결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게 만들어주는 매개입니다. 목표가 아닌 수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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