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기욤 피트롱

그린 IT라는 환상



우리의 행위는 이곳에서든 여기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든 똑같은 물리적 일관성을 갖게 된다. 요컨대, 탈물질화라는 미명하에 디지털은 사실 우리가 시도하는 모든 것을 두 번씩 물질화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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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용 에디터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가 얼마나 세상을 가볍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볼까요. QR 코드만 있으면 플라스틱 카드들로 가득한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묵직한 종이 서류들이 디지털 파일로 대체되었고, 수천 개의 음반과 책, 영화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부 스트리밍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 물건을 줄였다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를 줄였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마치 일상의 디지털화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죠. 최근 몇 년간 ‘스마트 그린’, ‘디지털 그린’처럼 최신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적 정책과 사업이 유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는 디지털이 갖고 있는 이러한 신화를 깨부숩니다. 환경 문제의 해결책으로 떠오른 디지털 기술은 오히려 더 큰 규모의 환경 오염을 불러오고 있다고 말하죠. 우리가 사용하는 가벼운 디지털 기기부터, 무심코 누른 좋아요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지 그 민낯을 보여줍니다.


사진: 뉴욕 타임즈 © 2025 The New York Times Company


‘좋아요'의 머나 먼 여정

오늘도 당신은 출근길에 확인한 SNS 피드에 습관적으로 ‘좋아요'를 눌렀을 것입니다. 클릭 한 번 했을 뿐이지만 놀랍게도 좋아요는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합니다.


사진: 케이블 © 2025 The New York Times Company


여러분의 ‘좋아요'는 먼저 인터넷 모뎀과 안테나를 타고 건물의 공유기를 따라갑니다. 길거리 인도 아래에 있는 구리 관에 전달되죠. 그리고 고속도로, 철도에 설치된 전선을 타고 통신 회사에 닿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해저 케이블을 따라 바다를 가로질러 데이터 센터에 도달하죠. 데이터 센터에 도달한 좋아요는, 지금까지 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누군가의 스마트 폰에 전달됩니다. 바로 옆에 있는 친구라도 말이죠.


사진: 케이블을 감는 탱크, © 2025 The New York Times Company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의 99퍼센트가 지하 혹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현재가 무선의 세계인 것처럼 착각하지만, 데이터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유형의 전달 매체가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실제로 바다 아래 깔린 케이블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대략 지구 30바퀴를 돌 수 있다고 하죠.


확연히 눈에 보이는 공장의 매연,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달리 디지털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 때문에 마치 환경에 무해한 산업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가 만드는 짙은 먹구름

‘클라우드'라는 이름의 데이터센터 또한 지구 파괴의 주범 중 하나입니다. 오늘 주문한 배달 음식 내역, 무심코 보게 된 전세계의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들, 일과 중에 쓴 메일과 잡담뿐인 SNS 메시지들까지 전부 데이터 센터에 저장됩니다.

데이터 센터는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의 건물이나 공장, 창고와 다를 바 없어 쉽게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세계의 도심부터 외곽까지 세계 곳곳에 세워져 있죠. 파리 도심에는 예전 제조업 건물들을 개조한 데이터센터들이 여럿 들어섰으며, 뉴욕의 24층짜리 전보국 건물은 이미 데이터 창고로 탈바꿈되었습니다. 런던의 한 대학 캠퍼스 하나에만도 20여 개의 디지털 공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오늘날 세워진 데이터센터의 개수를 합치면 수백만 개가 넘습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셀카 한 장을 찍어도, 디지털 세계 안에서 수많은 형태로 복제됩니다. 그리고 ‘좋아요’와 마찬가지로 수천 킬로미터의 여행을 떠나 어딘가에 저장되죠. 이러한 과정이 만들어진 데에는 소비자의 흔적들을 쫓아 ‘데이터'로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편의, 정교한 취향의 알고리즘, 더 나아가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죠. 그리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50가지 그림자

디지털 데이터는 물론이고, 디지털 활동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기인 스마트폰 또한 막대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각각 1그램이 채 안 되는 다양한 재료들을 매일 들고 다니면서 그것들의 존재도, 정확한 용도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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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가벼워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가령 1960년대 원형 다이얼판 구형 전화기를 만들 때는 알루미늄, 아연 등 10가지 남짓의 재료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금, 리튬, 마그네슘, 규소, 브로민 등 다 합해서 50가지가 넘는 원자재가 필요합니다. 

  


이 많은 자원들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하나의 물건에 욱여넣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나노화된 자원들은 색깔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활용되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을 이루는 수십 가지의 불소화가스 기체들은 반도체, 집적회로 생산을 비롯하여 평면 화면 제작에도 사용됩니다. 이것은 이산화탄소보다 기온을 올리는 힘이 2,000배는 더 크며, 대기 중에 열을 잡아두는 힘도 1만 7,000배나 세다고 합니다. 불소화가스 중 하나인 SF₆은 1킬로그램은 24명이 런던에서 뉴욕을 비행할 때만큼이나 지구의 온도를 올린다고 하니 그 위력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죠. 


자원을 집약시켜 만든 스마트폰은 특정 구성 부품 중 하나만 고장났을 때, 부품 일부만 교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결국 부품 하나만 고장나도 스마트폰 전체를 버리게 되는 셈이지요. 기기가 발전할수록, 교체 시기는 빨라지고 구형 스마트폰은 폐기물이 됩니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

최근에는 데이터 과다 소비를 멈춰야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길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확인한 메일은 지우고, 굳이 높은 화질로 영상을 감상하지 않는 등의 방법 등으로요. 그러나 개인의 실천은 정부, 기업의 변화와 함께해야 합니다. 저자는 접속량 할당제, 인프라를 통한 속도 제한 같은 기술적 억제 등의 방법을 정책화하면 디지털 오염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기술의 관계 설정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모든 것을 해결해줄 메시아로 추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앞서 확인했듯, 그러한 믿음은 오히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외면하게 만들죠. 저자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생각한다면, 디지털 또한 물리적 도구처럼 인간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므로 이 기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우리가 하는 만큼만 친환경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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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처럼, 디지털 기술은 막을 수 없는 변화가 아닌 책임져야 하는 힘입니다. 인류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희망하는지, 우리 스스로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