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결국 삶의 목적을 잃게 되는 한 소년의 이야기
등장인물
- 한스 기벤라트: 똑똑하고 재능이 있는 친구인데 얼굴까지 잘생겼어요. 주 시험에 합격해 신학교에 입학해요. 야망도 있지만 여린 사람이라 성장기에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요.
- 헤르만 하일러: 신학교에서 한스의 친구. 좋은 집안의 아들로 시를 잘 써요. 감상적이고 자유분방한 기질이 있는데 반항심도 강해 여러 문제를 일으킨 뒤 퇴학을 당해요.
- 요제프 기벤라트: 한스의 아버지. 계산적인 사람으로,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아들의 성공에 큰 희망을 걸어요.
- 플라이크: 구둣방 주인이자 신앙 깊은 기독교 신자예요. 마을의 목사를 못마땅하게 여겨요. 한스에게 한없이 따뜻해요. 충고와 격려도 아끼지 않아요.
- 교장 선생님: 신학교 입학 전에 다닌 학교의 교장 선생님. 우등생인 한스에게 큰 기대를 갖고 공부를 지나치게 강조해요.
- 엠마: 플라이크의 조카인데 밝고 예쁜 여자예요. 한스가 달아오르도록 만드는 상대이지만 한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짧은 불장난 같이 여겨요.
Part. 1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천재 소년🙎
한스, 사람들에게 천재로 인정받다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에 한스 기벤라트라는 똑똑하고 재능 있는 소년이 살고 있다. 그 마을에서는 그런 수재나 천재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교장 선생님도, 선생님들도, 마을 사람들도, 목사도, 학교 친구들도 모두 그가 뛰어난 존재라는 걸 인정했다. 특히 한스의 아버지 요제프는 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면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미래는, 신학교를 거쳐 수도원에 들어가 목사나 교수가 되는 길뿐이다. 한스도 신학교 입학을 위한 주 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밤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무리해서 공부를 한다.
한스, 시험을 앞두고 불안감을 드러내다
시험 하루 전 날, 어른들의 충고와 격려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스는 강물을 보며 예전에 그곳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했던 때를 떠올린다. 시험 준비 때문에 포기한 즐거움이다. 시험에서 떨어질까 불안한 마음에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은 한스는 집으로 돌아가 정원에 버려진 채로 있는 낡은 헛간을 도끼로 산산조각 내버린다. 지난 가을, 토끼를 기르는 일도 시험 준비 때문에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스가 공부에 열심인 건, 어른들의 강요 때문만이 아니라 스스로가 선택한 일이기도 하다.
“아울러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싶은 욕심 때문에 끈질기게 매달리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한편 한스는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포기한 대가로 이 방에서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자부심과 승리감에 휩싸여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꿈 같은 시간들을 보냈다. 자신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뛰어나서,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어 언젠가는 높은 자리에서 친구들을 내려다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행복감에 젖기도 했다.” p.19
한스, 주 시험에 합격하다
드디어 한스는 118명 중 36명만이 합격의 영광을 누릴 주 시험을 치른다. 같은 시각 고향 마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스를 생각하며 시험을 잘 보도록 기도한다. 한스는 며칠에 걸쳐 여러 과목의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을 본다. 한스가 느끼기에 쉬운 시험도 있고 망쳤다고 생각한 시험도 있었는데, 그는 결국 주 시험에 2등으로 합격했다는 결과를 받게 된다.
출처: Iliff, School of Theology
Part.2 신학교 생활
한스, 시험이 끝나도 공부에 매진하다
신학교에 합격한 한스에게 이젠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 마음껏 낚시를 하며 자연을 누린다. 자유와 합격의 자부심과 기쁨! 그런데 마음 한 켠엔 시험에서 1등을 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언짢음도 있다. 어느 날 한스가 잡은 물고기를 들고 마을 목사의 집에 간다. 목사는 입학 전에 신학교에서 중요하게 배울 신약 성서의 그리스어를 미리 배워두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한스는 신학교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앞서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한스는 남보다 앞서고 싶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다.” p.51
이웃 구둣방 플라이크 아저씨는 목사를 못마땅해하기 때문에 한스가 목사에게 성서를 배운다는 것과 시험이 끝나도 공부한다는 것을 탐탁치 않아한다. 하지만 한스는 며칠 동안 새로운 학문에 빠져들게 된다. 곧 교장 선생님도, 수학 선생님도 한스에게 입학 후에 배울 히브리어와 호머, 그리고 수학을 미리 가르쳐주기로 한다. 이제 한스는 낚시할 때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한스는 주 시험으로 인한 불안감과 승리감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야망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성공에 대한 조급한 욕망 때문에 맥박이 빨라지고 흥분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두통과 함께 열이 나면서 공부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p.56
한스, 신학교에 입학하다
입학식을 앞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학교로 모인다. 학생들이 배정받은 방의 이름은 ‘포룸’, ‘헬라스’, ‘아테네’, ‘수퍼루터’, ‘아크로폴리스’, ‘게르마니아’. 한스는 아홉 명의 학생들과 함께 ‘헬라스’ 방에 배정된다. 한스는 거기서 감상적이고 자유분방한 헤르만 하일러, 교활한 구두쇠에 음악 재능이 괴짜인 에밀 루치우스 등 독특한 친구들도 만난다. 한스는 조용히 학업에 집중하는 학생이었으나 우정의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을 억제할 수 없어 하일러와 친해지게 된다.
연극 'Unterm Rad'
Part.3 한스: 성공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다
존경심과 괴로움이 뒤섞인 우정
하일러와 한스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타입의 사람이다. 자유분방한 소년과 고지식한 소년, 시인과 성실한 소년의 이질적 만남인 것이다. 또 하일러에게 있어 우정은 오락이며 변덕스러운 즐거움을 주는 것이지만 한스에게 우정은 자랑스러운 보물이면서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기도 하다. 하일러는 매일 한스에게 와서 책을 뺏고 함께 놀기를 원한다. 한스는 그를 좋아하지만 이젠 그가 오는 게 두렵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자습시간엔 더 열심히 공부한다.
한스, 우정을 저버리다
어느 날 하일러가 루치우스와 싸우고 교장 선생님에게 근신령 처분을 받는다. 한스는 하일러의 편을 드는 것이 친구의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도 나쁜 평가를 받게 될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한스는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부끄러워한다. 하일러는 모두가 자기를 피해도 한스만은 그러지 않을 거라 믿었기 때문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한스는 친구와의 우정과 학생으로서의 본분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의 목표는 남보다 앞서는 것이었으며, 좋은 성적을 올리고 성공한 인물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결코 감상적이거나 위험한 목표가 아니었다. 한스는 두려움에 떨면서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어 하일러에게 달려갈 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려워졌다. 한스는 이미 확실한 배신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p.94
하일러, 한스의 사과를 받아주다
‘헬라스’ 방 친구들 중에 작고 얌전한 소년 힌딩거가 있다. 그런데 1월의 어느 날, 힌딩거는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 친구들과 연못에 갔다가 얼음이 깨져서 물에 빠져 죽고 만다. 늘 조용했던 아이여서 그가 없어진 사실을 몰라서 늦게 시체로 발견 된다. 한스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자신의 이기적인 삶이 허무하다고 느낀다. 들것에 실려가는 시체가 하일러인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힌딩거의 장례가 끝나고 한스는 하일러를 찾아간다. 지난 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하일러와 우정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하일러는 한스의 진심을 받아주고, 그 후 둘 사이에는 특별한 행복감과 일체감이 더해진다.
한스, 야망을 버리고 우정을 택하다
그런데 한스는 하일러와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학교와 멀어진다. 모범생이었던 한스가 문제 학생이 되자 선생님들이 걱정하기 시작한다. 교장 선생님이 한스를 불러 하일러와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래야지, 기운이 빠져서는 안 돼. 그렇게 되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고 말 거야.” p.112
이에 한스는 친구를 버릴 수 없다고 답한다. 한스는 공부가 힘겨워진 게 우정 때문인 걸 알았지만 손해를 보거나 방해받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놓쳐 온 것들을 채우고 있다고 여긴다.
“한스는 예전의 메마르고 의무적인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따뜻한 삶을 누리면서 사랑에 빠진 연인의 기분을 느꼈다. 의미를 잃은 공부는 지겨웠다. 한스는 끊임없이 절망적인 한숨을 쉬었다.” p. 114
한스는 멍한 상태로 힘없이 돌아다니는 일이 잦아지고 신경 쇠약 증상을 보인다. 그래서 두통약과 함께 매일 산책하라는 처방을 받는데, 교장 선생님은 하일러와 함께 산책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일러, 퇴학을 당하다
수도원의 골칫거리인 하일러가 금지령을 무시하고 매일 한스와 함께 산책을 했다는 사실을 교장선생님이 알게 되고, 그를 교장실로 부른다. 하일러는 한스와의 교제를 막을 권리가 없다며 대든다. 다음 날 오후 하일러가 없어진다. 하일러는 야외에서 두 번의 밤을 보내고 다음날 저녁 경찰에게 붙잡힌다. 그는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당당하고 무례하다. 결국 하일러는 퇴학 처분을 받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 하일러의 도망을 한스는 알고 있었을 거라는 의심과 함께 선생님들이 한스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거두어 버린다. 그리고 학생들도 한스를 따돌린다.
Part.4 한스: 결국 신학교를 자퇴하다
악화되는 한스의 신경 쇠약
한스의 성적은 곤두박질친다. 선생님들은 경멸의 눈초리로 한스를 무시하고 벌을 준다. 비드리히 선생님 외에는 불안과 절망에 싸여 허우적거리는 한스의 영혼을 아무도 보지 못한다.
“아무도 학교와 아버지, 몇몇 선생님들의 탐욕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소년의 영혼을 무참히 짓밟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왜 한스는 예민한 소년기에 밤늦도록 공부에 매달려야만 했을까? 무엇이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았는가? 왜 낚시질과 산책을 못하게 했는가? 왜 그에게 하찮은 명예심과 공허한 이상을 심어 주었는가? 어째서 시험이 끝난 뒤의 휴식을 방해했는가? 마침내 지칠 대로 지친 노새는 길가에 쓰러지고 말았다.” p. 133
한스는 선생님 꾸중을 듣고는 겁에 질려 떨면서 울기도 하고, 수학 시간 칠판 앞에서 현기증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신경쇠약이 심해진다. 그렇게 한스는 학교를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에게 사람들은 조금도 관심이 없다. 라틴어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마을 목사는 한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한스는 그들의 관심 밖이다. 이제 그는 씨를 뿌릴 만한 가치 있는 좋은 밭이 아닌 것이다. 한스는 죽음의 유혹을 느낀다. 죽으려고 장소와 방법, 편지들까지 준비해둔다. 죽을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한스는 죽음을 앞두고 자연 속을 헤매다가 어린 시절의 열정과 추억을 떠올린다.
“줄기가 잘린 나무는 뿌리 가까이에서 새순이 싹튼다. 상처 입은 영혼은 이와 같이 봄 같은 그 시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새순이 상처를 치유하는 새 희망처럼 자란다고 해도, 다시 제대로 된 나무가 되지는 못한다.” p.143
한스는 집 근처의 깔끔하고 우아한 ‘게르버 거리’와 가난과 범죄, 질병이 넘쳐나는 ‘매의 거리’를 찾아가본다. 절망으로 가득 찬 현실로부터 어린 시절의 행복 속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세계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순수한 어린 시절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와 있다. 한스는 이젠 더 이상 어린아이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
한스, 엠마에게 푹 빠지다
가을이 깊어 가니 마을에선 요즘 과일즙 짜기에 한창이다. 한스의 혼란스러웠던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그는 더 이상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다. 흥분과 불안 상태에서도 벗어난 대신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한스는 플라이크 아저씨가 과일즙을 짜는 곳에 갔다가 과일즙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사과 향기와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 난다. 그곳에서 플라이크 아저씨의 조카 딸 엠마를 만나는데, 그녀는 명랑한 성격에 몸매도 예쁘다. 한스는 엠마와 둘이 과일즙을 짜다가 그녀에게 홀린 듯 시선을 빼앗긴다.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끊어져 버린 듯했다. 그러고는 끝없이 푸른 바닷가를 따라 새롭고 매혹적인 세계가 펼쳐졌다. 그는 불안함 속의 달콤한 고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고통과 기쁨 중 어느 것이 더 큰지도 가늠하지 못했다. 한스의 기쁨은 순수한 사랑의 힘과 생동감 넘치는 생명을 예감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의 고통은 아침의 평화가 깨지고, 그의 영혼이 어린 시절로부터 완전히 떠났음을 의미했다. 침몰의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그의 조각배는 새로운 폭풍과 위험한 암초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이끌어 주는 사람 하나 없이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길을 찾아야 했다.“ p.163
집으로 돌아온 한스는 저녁 식사 후에, 오늘 안으로 엠마를 한 번 더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플라이크 아저씨 집 앞에 이르러서 어둠 속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엠마가 안에서 한스를 보고 밖으로 나오고, 한스에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그녀는 한스에게 내일 밤에 또 오라고 말하고, 한스는 그날 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한다.

Part.5 갑작스런 죽음
엠마, 한스의 기억에 더 강렬히 새겨지다
늦잠을 잔 한스는 점심때쯤 기계공이 된 친구 아우구스트를 찾아간다. 기계공이 되는 게 어떻겠냐는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습공이 되어 일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한스는 엠마를 만날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차있다. 그날 밤 엠마는 이번엔 입을 맞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스의 손을 끌어당겨 자기의 몸을 만지게 한다. 한스가 그만 돌아가겠다고 하자 엠마는 웃으며 그를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한스는 그녀의 맥박과 뜨거운 호흡을 느끼면서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한스, 기계공이 되다
한스는 엠마가 아침에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엠마는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한스는 너무 일찍 사랑의 비밀을 알아 버렸다. 사랑은 달콤함으로 포장되어 있으나 쓰디쓴 맛을 낸다는 것을 말이다.” p.180
한스는 기계 수습공으로 일을 시작하고, 작업복을 입은 스스로를 너무 낮설고 우스꽝스럽다고 느낀다.
“그 옷을 입고 학교와 교장 선생님의 집, 수학 선생님 집과 플라이크 아저씨의 가게, 그리고 마을 목사의 집 앞을 지나갈 때는 비참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공부에 쏟은 땀과 눈물, 공부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즐거움들, 자부심과 야망, 꿈과 희망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제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 학교 친구들보다 뒤늦게 수습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p.181
슐러 씨는 한스에게 친절히 일을 가르쳐주지만, 한스는 육체적으로 금방 지치고 힘들어한다. 다음 날엔 상태가 더욱 심해지는데, 손의 물집은 더욱 부풀어 오르고 통증도 커진다. 그래서 한스는 일요일인 내일은 하루 종일 집에서 쉬고 싶지만 아우구스트가 동료들과 함께 놀자고 해서 가기로 한다.
한스의 불행
일요일, 한스 일행은 고급 술집에 가고, 한스는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신다. 술집 탁자에 앉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어 유쾌한 일요일을 보내는 것도 제법 괜찮다고 생각한다. 술에 취한 한스는 몸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계속 술을 마신다. 그는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거리로 나선 다음 사과나무 아래 풀밭에 드러눕는다. 한 시간쯤 뒤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언덕을 내려간다. 집에서는 한스의 아버지가 아들이 돌아오기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오지 않자 그를 혼내려고 기다리지만, 아버지도 결국 잠이 든다. 그 시각, 한스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한스가 물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스의 시체는 한낮에 발견돼 집으로 옮겨진다.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플라이크 아저씨는 학교 선생님들이 한스의 불행을 거들었다고 말한다.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결국 삶의 목적을 잃게 되는 한 소년의 이야기
등장인물
Part. 1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천재 소년🙎
한스, 사람들에게 천재로 인정받다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에 한스 기벤라트라는 똑똑하고 재능 있는 소년이 살고 있다. 그 마을에서는 그런 수재나 천재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교장 선생님도, 선생님들도, 마을 사람들도, 목사도, 학교 친구들도 모두 그가 뛰어난 존재라는 걸 인정했다. 특히 한스의 아버지 요제프는 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면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미래는, 신학교를 거쳐 수도원에 들어가 목사나 교수가 되는 길뿐이다. 한스도 신학교 입학을 위한 주 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밤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무리해서 공부를 한다.
한스, 시험을 앞두고 불안감을 드러내다
시험 하루 전 날, 어른들의 충고와 격려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스는 강물을 보며 예전에 그곳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했던 때를 떠올린다. 시험 준비 때문에 포기한 즐거움이다. 시험에서 떨어질까 불안한 마음에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은 한스는 집으로 돌아가 정원에 버려진 채로 있는 낡은 헛간을 도끼로 산산조각 내버린다. 지난 가을, 토끼를 기르는 일도 시험 준비 때문에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스가 공부에 열심인 건, 어른들의 강요 때문만이 아니라 스스로가 선택한 일이기도 하다.
한스, 주 시험에 합격하다
드디어 한스는 118명 중 36명만이 합격의 영광을 누릴 주 시험을 치른다. 같은 시각 고향 마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스를 생각하며 시험을 잘 보도록 기도한다. 한스는 며칠에 걸쳐 여러 과목의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을 본다. 한스가 느끼기에 쉬운 시험도 있고 망쳤다고 생각한 시험도 있었는데, 그는 결국 주 시험에 2등으로 합격했다는 결과를 받게 된다.
Part.2 신학교 생활
한스, 시험이 끝나도 공부에 매진하다
신학교에 합격한 한스에게 이젠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 마음껏 낚시를 하며 자연을 누린다. 자유와 합격의 자부심과 기쁨! 그런데 마음 한 켠엔 시험에서 1등을 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언짢음도 있다. 어느 날 한스가 잡은 물고기를 들고 마을 목사의 집에 간다. 목사는 입학 전에 신학교에서 중요하게 배울 신약 성서의 그리스어를 미리 배워두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한스는 신학교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앞서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이웃 구둣방 플라이크 아저씨는 목사를 못마땅해하기 때문에 한스가 목사에게 성서를 배운다는 것과 시험이 끝나도 공부한다는 것을 탐탁치 않아한다. 하지만 한스는 며칠 동안 새로운 학문에 빠져들게 된다. 곧 교장 선생님도, 수학 선생님도 한스에게 입학 후에 배울 히브리어와 호머, 그리고 수학을 미리 가르쳐주기로 한다. 이제 한스는 낚시할 때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한스, 신학교에 입학하다
입학식을 앞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학교로 모인다. 학생들이 배정받은 방의 이름은 ‘포룸’, ‘헬라스’, ‘아테네’, ‘수퍼루터’, ‘아크로폴리스’, ‘게르마니아’. 한스는 아홉 명의 학생들과 함께 ‘헬라스’ 방에 배정된다. 한스는 거기서 감상적이고 자유분방한 헤르만 하일러, 교활한 구두쇠에 음악 재능이 괴짜인 에밀 루치우스 등 독특한 친구들도 만난다. 한스는 조용히 학업에 집중하는 학생이었으나 우정의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을 억제할 수 없어 하일러와 친해지게 된다.
연극 'Unterm Rad'
Part.3 한스: 성공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다
존경심과 괴로움이 뒤섞인 우정
하일러와 한스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타입의 사람이다. 자유분방한 소년과 고지식한 소년, 시인과 성실한 소년의 이질적 만남인 것이다. 또 하일러에게 있어 우정은 오락이며 변덕스러운 즐거움을 주는 것이지만 한스에게 우정은 자랑스러운 보물이면서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기도 하다. 하일러는 매일 한스에게 와서 책을 뺏고 함께 놀기를 원한다. 한스는 그를 좋아하지만 이젠 그가 오는 게 두렵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자습시간엔 더 열심히 공부한다.
한스, 우정을 저버리다
어느 날 하일러가 루치우스와 싸우고 교장 선생님에게 근신령 처분을 받는다. 한스는 하일러의 편을 드는 것이 친구의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도 나쁜 평가를 받게 될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한스는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부끄러워한다. 하일러는 모두가 자기를 피해도 한스만은 그러지 않을 거라 믿었기 때문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하일러, 한스의 사과를 받아주다
‘헬라스’ 방 친구들 중에 작고 얌전한 소년 힌딩거가 있다. 그런데 1월의 어느 날, 힌딩거는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 친구들과 연못에 갔다가 얼음이 깨져서 물에 빠져 죽고 만다. 늘 조용했던 아이여서 그가 없어진 사실을 몰라서 늦게 시체로 발견 된다. 한스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자신의 이기적인 삶이 허무하다고 느낀다. 들것에 실려가는 시체가 하일러인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힌딩거의 장례가 끝나고 한스는 하일러를 찾아간다. 지난 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하일러와 우정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하일러는 한스의 진심을 받아주고, 그 후 둘 사이에는 특별한 행복감과 일체감이 더해진다.
한스, 야망을 버리고 우정을 택하다
그런데 한스는 하일러와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학교와 멀어진다. 모범생이었던 한스가 문제 학생이 되자 선생님들이 걱정하기 시작한다. 교장 선생님이 한스를 불러 하일러와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에 한스는 친구를 버릴 수 없다고 답한다. 한스는 공부가 힘겨워진 게 우정 때문인 걸 알았지만 손해를 보거나 방해받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놓쳐 온 것들을 채우고 있다고 여긴다.
한스는 멍한 상태로 힘없이 돌아다니는 일이 잦아지고 신경 쇠약 증상을 보인다. 그래서 두통약과 함께 매일 산책하라는 처방을 받는데, 교장 선생님은 하일러와 함께 산책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일러, 퇴학을 당하다
수도원의 골칫거리인 하일러가 금지령을 무시하고 매일 한스와 함께 산책을 했다는 사실을 교장선생님이 알게 되고, 그를 교장실로 부른다. 하일러는 한스와의 교제를 막을 권리가 없다며 대든다. 다음 날 오후 하일러가 없어진다. 하일러는 야외에서 두 번의 밤을 보내고 다음날 저녁 경찰에게 붙잡힌다. 그는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당당하고 무례하다. 결국 하일러는 퇴학 처분을 받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 하일러의 도망을 한스는 알고 있었을 거라는 의심과 함께 선생님들이 한스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거두어 버린다. 그리고 학생들도 한스를 따돌린다.
Part.4 한스: 결국 신학교를 자퇴하다
악화되는 한스의 신경 쇠약
한스의 성적은 곤두박질친다. 선생님들은 경멸의 눈초리로 한스를 무시하고 벌을 준다. 비드리히 선생님 외에는 불안과 절망에 싸여 허우적거리는 한스의 영혼을 아무도 보지 못한다.
한스는 선생님 꾸중을 듣고는 겁에 질려 떨면서 울기도 하고, 수학 시간 칠판 앞에서 현기증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신경쇠약이 심해진다. 그렇게 한스는 학교를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에게 사람들은 조금도 관심이 없다. 라틴어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마을 목사는 한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한스는 그들의 관심 밖이다. 이제 그는 씨를 뿌릴 만한 가치 있는 좋은 밭이 아닌 것이다. 한스는 죽음의 유혹을 느낀다. 죽으려고 장소와 방법, 편지들까지 준비해둔다. 죽을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한스는 죽음을 앞두고 자연 속을 헤매다가 어린 시절의 열정과 추억을 떠올린다.
한스는 집 근처의 깔끔하고 우아한 ‘게르버 거리’와 가난과 범죄, 질병이 넘쳐나는 ‘매의 거리’를 찾아가본다. 절망으로 가득 찬 현실로부터 어린 시절의 행복 속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세계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순수한 어린 시절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와 있다. 한스는 이젠 더 이상 어린아이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
한스, 엠마에게 푹 빠지다
가을이 깊어 가니 마을에선 요즘 과일즙 짜기에 한창이다. 한스의 혼란스러웠던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그는 더 이상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다. 흥분과 불안 상태에서도 벗어난 대신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한스는 플라이크 아저씨가 과일즙을 짜는 곳에 갔다가 과일즙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사과 향기와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 난다. 그곳에서 플라이크 아저씨의 조카 딸 엠마를 만나는데, 그녀는 명랑한 성격에 몸매도 예쁘다. 한스는 엠마와 둘이 과일즙을 짜다가 그녀에게 홀린 듯 시선을 빼앗긴다.
집으로 돌아온 한스는 저녁 식사 후에, 오늘 안으로 엠마를 한 번 더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플라이크 아저씨 집 앞에 이르러서 어둠 속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엠마가 안에서 한스를 보고 밖으로 나오고, 한스에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그녀는 한스에게 내일 밤에 또 오라고 말하고, 한스는 그날 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한다.
Part.5 갑작스런 죽음
엠마, 한스의 기억에 더 강렬히 새겨지다
늦잠을 잔 한스는 점심때쯤 기계공이 된 친구 아우구스트를 찾아간다. 기계공이 되는 게 어떻겠냐는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습공이 되어 일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한스는 엠마를 만날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차있다. 그날 밤 엠마는 이번엔 입을 맞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스의 손을 끌어당겨 자기의 몸을 만지게 한다. 한스가 그만 돌아가겠다고 하자 엠마는 웃으며 그를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한스는 그녀의 맥박과 뜨거운 호흡을 느끼면서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한스, 기계공이 되다
한스는 엠마가 아침에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엠마는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한스는 기계 수습공으로 일을 시작하고, 작업복을 입은 스스로를 너무 낮설고 우스꽝스럽다고 느낀다.
슐러 씨는 한스에게 친절히 일을 가르쳐주지만, 한스는 육체적으로 금방 지치고 힘들어한다. 다음 날엔 상태가 더욱 심해지는데, 손의 물집은 더욱 부풀어 오르고 통증도 커진다. 그래서 한스는 일요일인 내일은 하루 종일 집에서 쉬고 싶지만 아우구스트가 동료들과 함께 놀자고 해서 가기로 한다.
한스의 불행
일요일, 한스 일행은 고급 술집에 가고, 한스는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신다. 술집 탁자에 앉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어 유쾌한 일요일을 보내는 것도 제법 괜찮다고 생각한다. 술에 취한 한스는 몸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계속 술을 마신다. 그는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거리로 나선 다음 사과나무 아래 풀밭에 드러눕는다. 한 시간쯤 뒤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언덕을 내려간다. 집에서는 한스의 아버지가 아들이 돌아오기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오지 않자 그를 혼내려고 기다리지만, 아버지도 결국 잠이 든다. 그 시각, 한스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한스가 물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스의 시체는 한낮에 발견돼 집으로 옮겨진다.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플라이크 아저씨는 학교 선생님들이 한스의 불행을 거들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