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잘 쓰는 법 | 벌린 클링켄보그
짧게 잘 쓰는 법


여러분의 권위가 설득해야 할 첫번째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자신을 설득하기를 포기하지 마세요. 

짧게 잘 쓰는 법 / 벌린 클링켄보그 / p.172



정도성  서사 라이브러리

 책 제목은 '짧게 잘 쓰는 법'인데, 읽다 보면 사실상 잘 사는 법에 가깝습니다. 글을 쓰기 위한 선택들이 삶의 선택과 유사하기 때문이죠. 원래는 콘텐츠 제목을 '짧게 잘 사는 법'으로 하려 했으나, 어감이 이상하게 느껴져 책 제목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이 글은 서사레터로 발행되었던 내용을 보강한 것입니다.


내 삶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해본다면?

"짧게 쓰면 접속어가 필요 없습니다. 또한 의미가 뚜렷해져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짧게 잘 쓰는 법 / 벌린 클링켄보그 / p.21


 이 문장을 읽고 '요즘 내 삶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치 높은 과속방지턱을 만난 듯 막히더군요. 글은 내 삶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삶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을 때, 내 삶을 표현하는 문장은 길어지고 중언부언하게 됩니다. 혹은 명확한 방향성이 있음에도 그 궤도에서 이탈했을 때도 중언부언할 수 있습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그동안 나름 삶의 방향성이 뚜렷하다고 느꼈지만, '요즘의 나'를 표현하려 하니 짧은 문장으로 명확하게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요즘 잘 살고 있을까?'를 묻고 싶다면, 한 문장으로 요즘의 나를 써보세요.


익숙함과 능숙함

"저절로 나오는 문장은 대부분 습관입니다.

 그저 저절로 나왔다는 사실 때문에
저절로 나온 문장을 영감의 결과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영감이라는 관념으로 인해
저절로 쓰이는 문장을 고쳐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수정만이 간직할 만한 문장인지 아닌지를 알려줍니다. "
짧게 잘 쓰는 법 / 벌린 클링켄보그 / p.67

 이 문장을 듣고 떠오른 영상이 있습니다. 작곡가 정재형 님과 김형석 님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입니다. 정재형 님이 곡 작업 중 김형석 님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묻자, 김형석 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 나이쯤 되면 이제 네가 말하는 게 정답인 거야."

 정재형 님의 나이를 찾아보니 54세였습니다. 1995년에 데뷔했으니, 거의 30년을 한 분야에서 활동한 셈입니다. 한 분야에서 30년 넘게 최선을 다해온 사람의 말이기에 그 무게가 남다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마인드를 너무 일찍 가졌습니다. 고작 10년이 넘었을 때부터 저런 생각을 했죠. 김형석 씨와 정재형 씨의 대화를 듣다가 괜히 민망해졌습니다.

저는 익숙함을 능숙함으로 착각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익숙함'과 '능숙함'은 다릅니다. 능숙해지려면 익숙함에 '능력'이 더해져야 하는데, 저는 겨우 익숙해진 상태에서 마치 30년을 일한 정재형 님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려 했습니다. 반복적인 상황이나 일을 처리할 때 순간적으로 반응하며 일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익숙함을 능숙함으로 혼동하고, 기계적인 반응을 영감으로 착각했습니다.


필요 없지만, 습관적으로 하는 일

"작성 중인 문장에 어떤 단어를 넣었다고 해서 그 단어의 필요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눈에 띄든 아니든 문장에 없어도 되는 단어를 찾아보세요."
짧게 잘 쓰는 법 / 벌린 클링켄보그 / p.24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들 중에서 꼭 필요 없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심코 단어를 넣듯이, 과거부터 해왔으니까 익숙하게 해내는 일들입니다. 실제로 나에게는 별다른 가치가 없지만, 그저 과거부터 해왔던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겠죠. 대표적으로 SNS가 있습니다. 무심코 습관적으로 SNS를 열고, 팔로워가 늘었는지, '좋아요'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곤 합니다. 필요성을 따져보면 그렇게까지 가치가 있지 않습니다. SNS 외에도 필요 없지만, 습관적으로 하는 일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메일로 충분한 내용을 괜히 전화를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습관에는 음식 2개 시키기가 있습니다. 하나만 먹어도 되는 것을 자꾸 2개씩 시킬 때가 많습니다. 


나를 설득하기

여러분의 권위가 설득해야 할 첫번째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자신을 설득하기를 포기하지 마세요.
짧게 잘 쓰는 법 / 벌린 클링켄보그 / p.172

  타인을 설득하는 것은 능숙하지만, 나를 설득하는 것은 서툴 때가 많습니다.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내 감정은 애써 무시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좀 참지, 불편하지만 원래 그랬으니까. 바쁘니까 일단 이렇게 해볼까. 다른 선택을 하기 힘드니까, 일단 이렇게 하자."


가장 집요하게 설득해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 나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나’이며, 행동하는 과정에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나’입니다. 내가 확신할 수 없다면, 아니 확신조차도 아닙니다. 내가 납득하기 힘든 선택을 해야 할 때에는, 오히려 선택을 미루고 잠시 기다리는 것이 낫습니다.


여러분의 글을 신뢰하고

여러분의 편에서

여러분의 말에 관심을 가지고 귀기울이게 되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짧게 잘 쓰는 법 / 벌린 클링켄보그 / p.165

 나를 신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나’를 다그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았습니다. 내 말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자신을 설득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목표나 해야 할 일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나’를 설득하고 확신에 이르다 보면,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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