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 유현준
건축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가
루브르 박물관을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리 피라미드를 기억할 것입니다. <다빈치 코드>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이 공간은 루브르의 상징이나 다름없죠. 그런데 어떻게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에 고대 이집트를 연상케 하는 피라미드가 지어졌을까요?
공간은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대중과 친숙한 건축가 유현준이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유리 피라미드와 같은 건축물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줍니다.
Part 1. 현대 건축가들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에는 30개의 건축물과 20명의 건축가가 등장하는데, 그 중 다섯 번이나 언급되는 사람이 ‘르 코르뷔지에’이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어떤 건축가였을까?
1) 빌라 사보아(프랑스, 1931년)
프랑스 파리 외곽에 위치한 빌라 사보아는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그는 “건축도 기계가 될 수 있다"는 명제 아래 기계처럼 공장에서 생산된 철근과 콘크리트로 빌라 사보아를 지었다. 철근 콘크리트는 지금이야 흔한 재료이지만, 20세기 초에는 새로운 시도였다. 무거운 돌로 벽을 쌓아 건물을 지탱하는 벽체 중심의 서양 전통 건축이 철근 콘크리트로 세운 기둥 중심의 현대 건축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러나 르 코르뷔지에의 천재성은 그를 따라한 수많은 건축가가 철근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기 시작하며,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건물이 들어서게 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국제주의 양식’이라고 하는 이런 획일화를 먼저 탈피한 장본인도 르 코르뷔지에였다.
2) 롱샹 성당(프랑스, 1955년)
“건축은 기계다”라고 주창했던 르 코르뷔지에도 말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도 자연을 닮은 디자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일흔 가까운 나이였을 때 완공된 롱샹 성당은 빌라 사보아와 달리 직선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건축물이다. 롱샹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그대로의 기하학적 규칙인 비대칭 공간이다. 실내에 적용된 투시도 기법은 제단이 실제보다 가깝게 느껴지게 하기도 했다. 인간과 신의 관계가 친밀한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콘크리트벽을 뚫어서 만든 창문도 몹시 아름다운 빛을 들이는데, 이를 두고 유현준은 “빛을 담기 위해 자유롭게 춤추는 콘크리트”라고 표현했다.
Part 2. 건축계의 또 다른 거장들
르 코르뷔지에만 위대한 건축가였던 것은 아니다. 그와 상반된 성향의 건축가, 혹은 그를 자신의 방식대로 계승한 건축가 등 또 다른 거장들을 만나본다.
1) 빛의 교회(일본, 1989년) – 안도 다다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안도 다다오’는 권투 선수 출신으로 정규 건축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시아의 대표 건축가다. 안도는 르 코르뷔지에를 존경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노출 콘크리트, 경사로 같은 그의 특징이 르 코르뷔지에게서 받은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친구의 부탁으로 세운 ‘빛의 교회’는 넉넉하지 않은 건축비 안에서도 그의 역량이 여지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그는 동양 전통 양식과 서양 전통 양식을 융합하는 동시에 그 둘을 깨부수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동양 특유의 ‘담장’이 교회 건물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가 관통해 나가는 것. 십자가와 창문을 하나로 합쳐 십자가 형태의 창문을 만든 것 등이 그러하다.
2)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미국, 1959년)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주변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땅에서 자라난 듯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가다. 상반된 건축 철학을 지녔던 르 코르뷔지에와 20세기 전반 건축계의 양대산맥을 이루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꼭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이색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독특한 모양새는 미술관이라는 용도에 더 집중하기 위한 결과물이었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전시실에서 전시실로 옮겨 다니며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반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나선형으로 이어진 하나의 벽에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 동선이 하나라 미로 같은 전시실을 헤맬 일이 없다. 오롯이 작품에만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건축가의 배려이다.
3) 소크 생물학 연구소(미국, 1965년) - 루이스 칸
‘루이스 칸’은 침실, 사무실, 연구실, 전시실처럼 그 건물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공간(주인 공간)과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 같은 보조적인 기능의 공간(하인 공간)을 분리하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 '리처드 의학연구소'는 수많은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소크 생물학 연구소에서 칸은 연구 공간과 설비 공간을 다른 층으로 분리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건물이 제 기능을 유지하며, '주인 공간'인 연구실은 운동장처럼 기둥 하나 없이 넓은 공간으로 펼쳐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구성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Part 3. 혁신적인 구조와 기술의 건물들
훌륭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세상에 없던 구조를 고안해 첨단 기술로 구현해야 한다. 디자인부터 구조, 기술까지 도대체 어떻게 지었을까 의문이 드는 혁신적인 건물들을 소개한다.
1)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스페인, 1997년)
‘프랭크 게리’는 예술적인 형태의 디자인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건축가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애착을 보이던 물고기 모양으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었다. 물고기의 역동적인 곡선을 표현하기 위해 ‘타이타늄’이라는 첨단 재료를 사용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를 정교하게 모델링하여 재단했다. 그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을 첨단 재료와 IT 기술로 실현하는 건축가로 독보적인 자리에 올랐다.
2) HSBC 빌딩(홍콩, 1985년)
건축물의 구조체와 기계 설비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 주는 스타일을 ‘하이테크 건축’이라고 한다. 단위 면적당 건축 공사비로 따졌을 때 가장 비싼 건축 방식이다. 1985년, 하이테크 건축 양식으로 HSBC 빌딩을 지으려 할 때, 홍콩의 유명한 풍수지리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홍콩 경제의 맥을 끊어 홍콩 경제가 안 좋아질 것이라는 경고였다. 이에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건물을 공중에 띄우기로 결정한다. HSBC 빌딩은 현수교나 사장교를 지을 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지어졌다. 사장교처럼 두 개의 주탑을 놓고 그 구조에 다섯층씩 묶어서 매단 다음, 그런 구조를 다시 다섯 개 쌓아 전체 빌딩을 구성했다. 그리하여 건물 아래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 즉 풍수지리사가 말한 홍콩 경제의 맥이 흘러 바다로 흘러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3) 독일 국회의사당(독일, 1999년(재건축))

노먼 포스터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리모델링하며 이번에는 민주주의적 사고를 건물에 도입한다. 왕이나 교회 권력의 상징이었던 돔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고, 전망대인 그 안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들을 발 아래 두고 지켜볼 수 있게 했다. ‘권력자의 돔’이 ‘권력자를 감시하는 돔’으로 바뀐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돔의 경사로에 적용된 하이테크 디테일은 같은 건축가라도 엄두를 내기 힘든 기술적 노하우가 집약되었다고 한다.
Part 4. 이런 집에 살면 어떨까?
훌륭한 건축가는 사람이 사는 집도 훌륭하게 잘 만들었다. 하루만이라도 묵어보고 싶은 특별한 주택 두 군데를 소개한다.
1) 낙수장(미국, 1936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은 마치 한 그루 나무처럼 폭포 위에 세워진 집이다.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주변 풍경과 하나처럼 어우러진 라이트 건축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외관뿐만 아니라 실내 곳곳에서 건축가의 디테일이 나무처럼 조화롭게 적용되어 있다. 유현준은 주택 설계가 건축가에게 가장 어려운 주제라고 말한다. 건물에 거하는 사람들의 모든 생활을 상상하고 그에 대처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트는 낙수장으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거주자가 편하게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을 완성했다.
2) 더글러스 하우스(미국, 1973년)

오로지 흰색으로만 건물을 짓는 건축가가 있다. ‘리처드 마이어’다. 그는 같은 흰색이라도 재료나 빛의 각도, 세기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흰색은 모든 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고집과는 별개로 그는 자연 풍경, 빛, 통풍이 잘 어우러진 편안한 공간으로 집을 설계한다.마이어의 대표작인 ‘더글러스 하우스’는 그 형태나 색이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흰색은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돋보이게 해주고, 엄격한 줄맞춤 등 정교한 디테일은 거주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마이어는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이다.
3. 핵심 메시지‘공간의 시’를 찾아가는 여정
유현준 건축가는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소개된 건축물을 직접 찾아가 두 눈으로 보라고 권한다. 실제 건축물을 마주했을 때 전해 받는 느낌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저마다 해석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처럼 말이다. 독자는 ‘공간의 시’를 찾으며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는 1%의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정에서 이 책은 건축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하는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 유현준
건축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가
루브르 박물관을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리 피라미드를 기억할 것입니다. <다빈치 코드>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이 공간은 루브르의 상징이나 다름없죠. 그런데 어떻게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에 고대 이집트를 연상케 하는 피라미드가 지어졌을까요?
공간은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대중과 친숙한 건축가 유현준이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유리 피라미드와 같은 건축물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줍니다.
Part 1. 현대 건축가들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에는 30개의 건축물과 20명의 건축가가 등장하는데, 그 중 다섯 번이나 언급되는 사람이 ‘르 코르뷔지에’이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어떤 건축가였을까?
1) 빌라 사보아(프랑스, 1931년)
프랑스 파리 외곽에 위치한 빌라 사보아는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그는 “건축도 기계가 될 수 있다"는 명제 아래 기계처럼 공장에서 생산된 철근과 콘크리트로 빌라 사보아를 지었다. 철근 콘크리트는 지금이야 흔한 재료이지만, 20세기 초에는 새로운 시도였다. 무거운 돌로 벽을 쌓아 건물을 지탱하는 벽체 중심의 서양 전통 건축이 철근 콘크리트로 세운 기둥 중심의 현대 건축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러나 르 코르뷔지에의 천재성은 그를 따라한 수많은 건축가가 철근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기 시작하며,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건물이 들어서게 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국제주의 양식’이라고 하는 이런 획일화를 먼저 탈피한 장본인도 르 코르뷔지에였다.
2) 롱샹 성당(프랑스, 1955년)
“건축은 기계다”라고 주창했던 르 코르뷔지에도 말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도 자연을 닮은 디자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일흔 가까운 나이였을 때 완공된 롱샹 성당은 빌라 사보아와 달리 직선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건축물이다. 롱샹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그대로의 기하학적 규칙인 비대칭 공간이다. 실내에 적용된 투시도 기법은 제단이 실제보다 가깝게 느껴지게 하기도 했다. 인간과 신의 관계가 친밀한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콘크리트벽을 뚫어서 만든 창문도 몹시 아름다운 빛을 들이는데, 이를 두고 유현준은 “빛을 담기 위해 자유롭게 춤추는 콘크리트”라고 표현했다.
Part 2. 건축계의 또 다른 거장들
르 코르뷔지에만 위대한 건축가였던 것은 아니다. 그와 상반된 성향의 건축가, 혹은 그를 자신의 방식대로 계승한 건축가 등 또 다른 거장들을 만나본다.
1) 빛의 교회(일본, 1989년) – 안도 다다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안도 다다오’는 권투 선수 출신으로 정규 건축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시아의 대표 건축가다. 안도는 르 코르뷔지에를 존경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노출 콘크리트, 경사로 같은 그의 특징이 르 코르뷔지에게서 받은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친구의 부탁으로 세운 ‘빛의 교회’는 넉넉하지 않은 건축비 안에서도 그의 역량이 여지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그는 동양 전통 양식과 서양 전통 양식을 융합하는 동시에 그 둘을 깨부수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동양 특유의 ‘담장’이 교회 건물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가 관통해 나가는 것. 십자가와 창문을 하나로 합쳐 십자가 형태의 창문을 만든 것 등이 그러하다.
2)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미국, 1959년)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주변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땅에서 자라난 듯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가다. 상반된 건축 철학을 지녔던 르 코르뷔지에와 20세기 전반 건축계의 양대산맥을 이루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꼭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이색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독특한 모양새는 미술관이라는 용도에 더 집중하기 위한 결과물이었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전시실에서 전시실로 옮겨 다니며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반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나선형으로 이어진 하나의 벽에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 동선이 하나라 미로 같은 전시실을 헤맬 일이 없다. 오롯이 작품에만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건축가의 배려이다.
3) 소크 생물학 연구소(미국, 1965년) - 루이스 칸
‘루이스 칸’은 침실, 사무실, 연구실, 전시실처럼 그 건물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공간(주인 공간)과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 같은 보조적인 기능의 공간(하인 공간)을 분리하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 '리처드 의학연구소'는 수많은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소크 생물학 연구소에서 칸은 연구 공간과 설비 공간을 다른 층으로 분리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건물이 제 기능을 유지하며, '주인 공간'인 연구실은 운동장처럼 기둥 하나 없이 넓은 공간으로 펼쳐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구성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Part 3. 혁신적인 구조와 기술의 건물들
훌륭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세상에 없던 구조를 고안해 첨단 기술로 구현해야 한다. 디자인부터 구조, 기술까지 도대체 어떻게 지었을까 의문이 드는 혁신적인 건물들을 소개한다.
1)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스페인, 1997년)
‘프랭크 게리’는 예술적인 형태의 디자인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건축가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애착을 보이던 물고기 모양으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었다. 물고기의 역동적인 곡선을 표현하기 위해 ‘타이타늄’이라는 첨단 재료를 사용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를 정교하게 모델링하여 재단했다. 그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을 첨단 재료와 IT 기술로 실현하는 건축가로 독보적인 자리에 올랐다.
2) HSBC 빌딩(홍콩, 1985년)
건축물의 구조체와 기계 설비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 주는 스타일을 ‘하이테크 건축’이라고 한다. 단위 면적당 건축 공사비로 따졌을 때 가장 비싼 건축 방식이다. 1985년, 하이테크 건축 양식으로 HSBC 빌딩을 지으려 할 때, 홍콩의 유명한 풍수지리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홍콩 경제의 맥을 끊어 홍콩 경제가 안 좋아질 것이라는 경고였다. 이에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건물을 공중에 띄우기로 결정한다. HSBC 빌딩은 현수교나 사장교를 지을 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지어졌다. 사장교처럼 두 개의 주탑을 놓고 그 구조에 다섯층씩 묶어서 매단 다음, 그런 구조를 다시 다섯 개 쌓아 전체 빌딩을 구성했다. 그리하여 건물 아래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 즉 풍수지리사가 말한 홍콩 경제의 맥이 흘러 바다로 흘러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3) 독일 국회의사당(독일, 1999년(재건축))
노먼 포스터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리모델링하며 이번에는 민주주의적 사고를 건물에 도입한다. 왕이나 교회 권력의 상징이었던 돔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고, 전망대인 그 안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들을 발 아래 두고 지켜볼 수 있게 했다. ‘권력자의 돔’이 ‘권력자를 감시하는 돔’으로 바뀐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돔의 경사로에 적용된 하이테크 디테일은 같은 건축가라도 엄두를 내기 힘든 기술적 노하우가 집약되었다고 한다.
Part 4. 이런 집에 살면 어떨까?
훌륭한 건축가는 사람이 사는 집도 훌륭하게 잘 만들었다. 하루만이라도 묵어보고 싶은 특별한 주택 두 군데를 소개한다.
1) 낙수장(미국, 1936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은 마치 한 그루 나무처럼 폭포 위에 세워진 집이다.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주변 풍경과 하나처럼 어우러진 라이트 건축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외관뿐만 아니라 실내 곳곳에서 건축가의 디테일이 나무처럼 조화롭게 적용되어 있다. 유현준은 주택 설계가 건축가에게 가장 어려운 주제라고 말한다. 건물에 거하는 사람들의 모든 생활을 상상하고 그에 대처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트는 낙수장으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거주자가 편하게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을 완성했다.
2) 더글러스 하우스(미국, 1973년)
오로지 흰색으로만 건물을 짓는 건축가가 있다. ‘리처드 마이어’다. 그는 같은 흰색이라도 재료나 빛의 각도, 세기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흰색은 모든 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고집과는 별개로 그는 자연 풍경, 빛, 통풍이 잘 어우러진 편안한 공간으로 집을 설계한다.마이어의 대표작인 ‘더글러스 하우스’는 그 형태나 색이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흰색은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돋보이게 해주고, 엄격한 줄맞춤 등 정교한 디테일은 거주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마이어는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이다.
3. 핵심 메시지‘공간의 시’를 찾아가는 여정
유현준 건축가는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소개된 건축물을 직접 찾아가 두 눈으로 보라고 권한다. 실제 건축물을 마주했을 때 전해 받는 느낌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저마다 해석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처럼 말이다. 독자는 ‘공간의 시’를 찾으며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는 1%의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정에서 이 책은 건축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하는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