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의 잘 익은 언어
서사 레터 37호의 주제였던 ' 잘 익은 언어'를 다듬은 글입니다.
정도성 서사 라이브러리 대표

흑백 요리사를 과몰입하며 봤습니다. 처음에는 최현석을 응원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에드워드 리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팀 대항전에서 '물고기'를 외친 순간부터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Top 2를 위한 경연부터는 진심으로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50대의 나이에도 잘하는 것으로 성취하려고 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에 계속 도전하는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나이를 들어가면서 삶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살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꺼지지 않는 모습에,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감탄했던 순간은 Top 2 무대 심사를 위해 나갈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에드워드 리가 Top 2로 가는 미션을 수행했을 때, 그의 독백이 나옵니다.

출처 :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심사위원에게 가는 길은 길었어요. 가끔은 잠깐 돌아가서 뭔가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끝까지 걸어야 하죠. 해봅시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고,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제가 그 상황에 있었더라면, 그저 나아가야 하는데 갈팡질팡하고 자신감 없는 내가 쭈구리 같다고 한탄했을 것 같습니다. '이 나이에, 평생을 해왔던 요리를 하는데, 아직도 자신이 없고 떨리네'라고 자책했을 수도 있죠.
에드워드 리가 멋있었던 것은, 갈팡질팡하며 확신 없이 주저하는 '나'를 비난하지 않아서였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았죠. '주저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끝까지 가는 사람이야'라는 말로 '주저하는 나'를 '주저해도 앞으로 나아가는 나'로 만들어줍니다. 그 장면을 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내 삶에 애정을 담은 언어들은 내 삶을 붙잡아주는 닻이 되는구나.'라고요.
쭈구리 같은 삶도 잘 익은 언어를 만나면 빛날 수 있습니다. 실패한 미션도 나의 언어에 따라 치열하게 도전한 미션이 될 수 있고요. 일상의 언어가 삶의 색깔을 다르게 만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삶에 애정을 담은 언어들을 부지런히 수집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런데, 주말에 오카 마리의 '기억, 서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오카 마리는 '서사의 한계와 가능성을 연구하는 일본의 학자'입니다. 그 책에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사건이 우리가 가진 말의 윤곽에 꿰맞추어져 잘려나갈 때,
우리는 말로 이야기된 사건이 사건 자체보다 어딘가 축소되어버린 듯하고 어딘가 어긋난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는가?
우리가 가진 언어의 윤곽 속에 완전히 담기지 않은 채 넘쳐흐르는 사건의 조각이 잘려나간 부분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언어는 우리의 경험을 온전히 담을 수 없음을 지적합니다. 불완전한 언어가 우리의 경험을 제한하고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기억, 서사'를 읽으면서, 나의 일상의 언어로 내 경험을 수시로 정의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행동인지 잠깐 고민했습니다. 오카 마리의 의견처럼, 내 언어가 내 경험의 윤곽들을 잘라내고 있는 건가라는 의심도 했습니다. 오카 마리의 말이 맞는 것 같더군요. 그녀의 말처럼, 언어는 내 삶을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내 삶에 애정을 담은 언어로 조금은 왜곡해도 괜찮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이건 내 삶의 윤곽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삶을 정렬시키는 노력이라고요.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나를 위해 내가 이 정도 응원은 해줘야 하죠.
에드워드 리처럼, 주저하는 나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소중히 여길 수 있다면, 나의 언어도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삶에 애정을 담은 언어를 선택하며, 나만의 이야기 아니 나만의 서사를 계속 써나가고 싶습니다.
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의 잘 익은 언어
서사 레터 37호의 주제였던 ' 잘 익은 언어'를 다듬은 글입니다.
정도성 서사 라이브러리 대표
흑백 요리사를 과몰입하며 봤습니다. 처음에는 최현석을 응원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에드워드 리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팀 대항전에서 '물고기'를 외친 순간부터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Top 2를 위한 경연부터는 진심으로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50대의 나이에도 잘하는 것으로 성취하려고 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에 계속 도전하는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나이를 들어가면서 삶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살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꺼지지 않는 모습에,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감탄했던 순간은 Top 2 무대 심사를 위해 나갈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에드워드 리가 Top 2로 가는 미션을 수행했을 때, 그의 독백이 나옵니다.
출처 :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심사위원에게 가는 길은 길었어요. 가끔은 잠깐 돌아가서 뭔가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끝까지 걸어야 하죠. 해봅시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고,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제가 그 상황에 있었더라면, 그저 나아가야 하는데 갈팡질팡하고 자신감 없는 내가 쭈구리 같다고 한탄했을 것 같습니다. '이 나이에, 평생을 해왔던 요리를 하는데, 아직도 자신이 없고 떨리네'라고 자책했을 수도 있죠.
에드워드 리가 멋있었던 것은, 갈팡질팡하며 확신 없이 주저하는 '나'를 비난하지 않아서였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았죠. '주저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끝까지 가는 사람이야'라는 말로 '주저하는 나'를 '주저해도 앞으로 나아가는 나'로 만들어줍니다. 그 장면을 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내 삶에 애정을 담은 언어들은 내 삶을 붙잡아주는 닻이 되는구나.'라고요.
쭈구리 같은 삶도 잘 익은 언어를 만나면 빛날 수 있습니다. 실패한 미션도 나의 언어에 따라 치열하게 도전한 미션이 될 수 있고요. 일상의 언어가 삶의 색깔을 다르게 만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삶에 애정을 담은 언어들을 부지런히 수집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런데, 주말에 오카 마리의 '기억, 서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오카 마리는 '서사의 한계와 가능성을 연구하는 일본의 학자'입니다. 그 책에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경험을 온전히 담을 수 없음을 지적합니다. 불완전한 언어가 우리의 경험을 제한하고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기억, 서사'를 읽으면서, 나의 일상의 언어로 내 경험을 수시로 정의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행동인지 잠깐 고민했습니다. 오카 마리의 의견처럼, 내 언어가 내 경험의 윤곽들을 잘라내고 있는 건가라는 의심도 했습니다. 오카 마리의 말이 맞는 것 같더군요. 그녀의 말처럼, 언어는 내 삶을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내 삶에 애정을 담은 언어로 조금은 왜곡해도 괜찮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이건 내 삶의 윤곽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삶을 정렬시키는 노력이라고요.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나를 위해 내가 이 정도 응원은 해줘야 하죠.
에드워드 리처럼, 주저하는 나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소중히 여길 수 있다면, 나의 언어도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삶에 애정을 담은 언어를 선택하며, 나만의 이야기 아니 나만의 서사를 계속 써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