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의 대화 | 요한 페터 에커만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얻는 이득은 가지각색일 것이다.
그러나 제일 큰 이득은 우리가 자신의 내면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다양한 세상을 한층 더 분명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점이리라. 괴테의 작품은 나에게 이와 같은 영향을 주었다.
또한 나는 그의 작품을 통해 이 세상의 구체적인 대상과 인간의 여러 성격을 더 잘 관찰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나는 점차로 통일의 개념, 즉 개인인 자기 자신과 가장 내면적인 조화를 이루는 개념을 얻기에 이르렀고 이와 함께 내가 가졌던 자연현상과 예술현상에 대한 위대한 다양성의 수수께끼가 점점 풀려가게 되었다. p.24
괴테에게 논문을 보낸 것이 인연이 돼, 그의 제자이자 조수로 괴테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킨 요한 페터 에커만.
두 작가가 세상을 바라본 시각은 어땠을까요?
1823년 10월 29일 수요일.
“그러나 특수한 것을 파악해서 묘사하는 것이야말로 예술 본래의 모습이야. 게다가 일반적인 것에 한한 한 누구나 그것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특수한 것은 아무도 모방할 수 없어. 왜 그럴까? 그것은 체험 없이는 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네. 또 특수한 것은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모든 성격을 설사 그것이 아무리 특수한 것일지라도 보편성을 가지고 있고, 모든 묘사될 수 있는 것은 돌멩이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 왜냐하면 만물은 되풀이되고, 단지 한번만 존재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야. 개성적인 묘사라는 단계에 이르러 비로소 독자적인 문체, 소위 우리가 말하는 구성(構成)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이지.” p.63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어떠한 순간이라도 무한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네.
왜냐하면 그 하나하나가 영원한 전체의 표시이기 때문이지.” p.67
1823년 11월 16일 일요일.
“이 세상에는 막대한 금전을 한 장의 카드에 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는 현재라는 순간에 모든 것을 건 셈이었네.
그리고 그 현재의 가치를 과장없이 가능한 한 최고로 높이려고 노력했지.
이것이 이 시가 다른 것들과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네.” p.76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마왕> 등 소설, 희곡, 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불후의 명작을 집필한 괴테.
그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까요?
1824년 2월 28일 토요일.
“틀에 박혀버린 매너리즘은 언제나 일을 끝내는 데에만 신경을 쓰게 하고 일 자체에 대한 기쁨은 누릴 수 없게 만들어 버리지. 순수하고 진실된 위대한 작가가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은 제작과정에 있어. 재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이런 경지까지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 그들은 제작과정 중에도 오로지 작품을 완성시켜 얻게 되는 이익만을 눈앞에 떠올리지. 그러나 이러한 세속적인 목적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결코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는 없는 법이라네.” p.104
“인간의 다방면에 걸친 능력을” 하고 괴테는 말을 계속했다.
“동시에 성장시키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며, 또 그것이 최고의 목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지당한 일일세.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태어나지는 못했어. 사람은 누구나 각자가 독자적인 인간존재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전 인류를 포괄하는 개념에 도달하도록 노력을 해야 하지.” p.155
1825년 5월 12일 목요일.
“사람들은 곧잘 독창성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곤 하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곧 이 세상은 우리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이것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네. 장소는 달라도 이것은 언제나 마찬가지야! 우리가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력과 정신력, 그리고 의지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 만약 내가 위대한 선구자와 동시대인들에게 힘입은 바 큰 것을 일일이 열거할 수 있다면, 남는 것은 아주 적을 것이야. 그러나 우리가 이때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어느 외부의 중요한 인물의 영향을 받는 것이 우리 생애의 어떠한 시기였던가 하는 점일세.” “어디에서나” 괴테는 말을 계속했다. “우리는 오직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울 수 있지.”,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도 체험 그대로 쓰지 않았다.” p.160
그가 남긴 말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생동안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괴테.
그의 삶으로 들어가봅시다.
1827년 2월 1일 목요일 저녁.
“우리는 오직”하고 괴테는 말했다. “조용히 올바른 길을 계속 걸어가고, 남은 남대로 그들의 길을 가게 하면 되는 것이지. 이것이 최선이야.” p.243
1827년 4월 11일 수요일.
“자네가 앞으로 일생동안 지켜나갔으면 하는 것을 말해 주지. 이 자연 속에는 우리에게 도달 가능한 것과 도달이 불가능한 것이 있어. 그러니 이 두 가지를 잘 식별하여 충분히 생각하고 그것을 존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일세. 어떤 경우에도 이것을 분별할 수만 있다면 자기 몸을 구할 수 있네. 그렇기는 하지만 어느 점에서 일이 끝나고 어느 점에서 시작하는 것인가를 알아낸다는 것은 언제나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 이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전혀 진리로 다가가지 못하고, 일생 동안을 도달할 수 없는 것 때문에 괴로워할 것이야. 그러나 이것을 아는 현명한 사람은 도달 가능한 것에서 몸을 떼지 않고 그 범위 내에서 모든 방면으로 진출하여 자기의 생각을 확립하여 가는 거지. 이렇게 하면서 이 길을 걸어가면 오히려 도달 불가능한 것에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야. 물론 이런 경우에도 우리는 결국 많은 사물에 단지 어느 정도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배후에는 언제나 미해결의 문제가 남아 있으며 이것을 탐지해낸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p.247
1829년 4월 12일 일요일.
일생 중의 어떤 시기든 그 전후의 연대와 비교해 볼 때에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이야. 그렇지, 40대의 나는 두셋 사항에 있어서는 나무랄 데 없이 투철했네. 지금보다 훨씬 현명했고 여러 가지 점에 있어서 훨씬 나았지. 그렇긴 하지만 80세대인 지금도 그 당시와는 바꿀 수 없는 그런 좋은 점이 있다네.”내가 말했다. “당신의 말을 듣고 보니 머릿속에 ‘식물의 변태’가 떠오릅니다. 이제 사람은 누구나 개화기에서 푸른 잎사귀의 시기로 또 열매를 맺는 시기에서 개화기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네의 그 비유는”하고 괴테는 말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완전하게 표현하고 있네. 톱니이빨 모양을 한 잎사귀를 한번 생각해 보세.”하고 그는 웃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것이 자유롭고 무럭무럭 뻗어 나가는 상태에서 음울하고 거북한 작은 잎사귀로 돌아가고 싶겠는가? 사실 최고 연령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어느 식물이 만발과 결실의 시기를 지나 그 이상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지만 계속 원기 왕성하게 성장해 가고 있다고 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 p.367
1832년 2월 17일 금요일.
예컨대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자기의 힘으로 얻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힘으로 얻었는가, 자기의 힘을 작용시켰는가,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힘을 빌려 작용시켰는가를 묻는다는 것은 완전히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네. 가장 중요한 것은 위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이것을 실현시킬 기량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가이지. 이 밖의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야. p.762
“75세가 되니 이따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차분해져.
왜냐하면 우리의 정신은 절대로 소멸해 버리지 않기 때문이야. 그것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계속 활동하지.
눈으로 보는 저물어 가는 태양과 같은 거야. 태양은 절대 가라앉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쉬지 않고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지.” p.118
“더 많은 빛을.”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유언
괴테와의 대화 | 요한 페터 에커만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얻는 이득은 가지각색일 것이다.
그러나 제일 큰 이득은 우리가 자신의 내면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다양한 세상을 한층 더 분명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점이리라. 괴테의 작품은 나에게 이와 같은 영향을 주었다.
괴테에게 논문을 보낸 것이 인연이 돼, 그의 제자이자 조수로 괴테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킨 요한 페터 에커만.
두 작가가 세상을 바라본 시각은 어땠을까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마왕> 등 소설, 희곡, 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불후의 명작을 집필한 괴테.
그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까요?
1824년 2월 28일 토요일.
“틀에 박혀버린 매너리즘은 언제나 일을 끝내는 데에만 신경을 쓰게 하고 일 자체에 대한 기쁨은 누릴 수 없게 만들어 버리지. 순수하고 진실된 위대한 작가가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은 제작과정에 있어. 재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이런 경지까지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 그들은 제작과정 중에도 오로지 작품을 완성시켜 얻게 되는 이익만을 눈앞에 떠올리지. 그러나 이러한 세속적인 목적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결코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는 없는 법이라네.” p.104
“인간의 다방면에 걸친 능력을” 하고 괴테는 말을 계속했다.
“동시에 성장시키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며, 또 그것이 최고의 목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지당한 일일세.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태어나지는 못했어. 사람은 누구나 각자가 독자적인 인간존재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전 인류를 포괄하는 개념에 도달하도록 노력을 해야 하지.” p.155
1825년 5월 12일 목요일.
“사람들은 곧잘 독창성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곤 하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곧 이 세상은 우리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이것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네. 장소는 달라도 이것은 언제나 마찬가지야! 우리가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력과 정신력, 그리고 의지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 만약 내가 위대한 선구자와 동시대인들에게 힘입은 바 큰 것을 일일이 열거할 수 있다면, 남는 것은 아주 적을 것이야. 그러나 우리가 이때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어느 외부의 중요한 인물의 영향을 받는 것이 우리 생애의 어떠한 시기였던가 하는 점일세.” “어디에서나” 괴테는 말을 계속했다. “우리는 오직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울 수 있지.”,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도 체험 그대로 쓰지 않았다.” p.160
그가 남긴 말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생동안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괴테.
그의 삶으로 들어가봅시다.
1827년 2월 1일 목요일 저녁.
“우리는 오직”하고 괴테는 말했다. “조용히 올바른 길을 계속 걸어가고, 남은 남대로 그들의 길을 가게 하면 되는 것이지. 이것이 최선이야.” p.243
1827년 4월 11일 수요일.
“자네가 앞으로 일생동안 지켜나갔으면 하는 것을 말해 주지. 이 자연 속에는 우리에게 도달 가능한 것과 도달이 불가능한 것이 있어. 그러니 이 두 가지를 잘 식별하여 충분히 생각하고 그것을 존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일세. 어떤 경우에도 이것을 분별할 수만 있다면 자기 몸을 구할 수 있네. 그렇기는 하지만 어느 점에서 일이 끝나고 어느 점에서 시작하는 것인가를 알아낸다는 것은 언제나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 이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전혀 진리로 다가가지 못하고, 일생 동안을 도달할 수 없는 것 때문에 괴로워할 것이야. 그러나 이것을 아는 현명한 사람은 도달 가능한 것에서 몸을 떼지 않고 그 범위 내에서 모든 방면으로 진출하여 자기의 생각을 확립하여 가는 거지. 이렇게 하면서 이 길을 걸어가면 오히려 도달 불가능한 것에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야. 물론 이런 경우에도 우리는 결국 많은 사물에 단지 어느 정도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배후에는 언제나 미해결의 문제가 남아 있으며 이것을 탐지해낸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p.247
1829년 4월 12일 일요일.
일생 중의 어떤 시기든 그 전후의 연대와 비교해 볼 때에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이야. 그렇지, 40대의 나는 두셋 사항에 있어서는 나무랄 데 없이 투철했네. 지금보다 훨씬 현명했고 여러 가지 점에 있어서 훨씬 나았지. 그렇긴 하지만 80세대인 지금도 그 당시와는 바꿀 수 없는 그런 좋은 점이 있다네.”내가 말했다. “당신의 말을 듣고 보니 머릿속에 ‘식물의 변태’가 떠오릅니다. 이제 사람은 누구나 개화기에서 푸른 잎사귀의 시기로 또 열매를 맺는 시기에서 개화기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네의 그 비유는”하고 괴테는 말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완전하게 표현하고 있네. 톱니이빨 모양을 한 잎사귀를 한번 생각해 보세.”하고 그는 웃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것이 자유롭고 무럭무럭 뻗어 나가는 상태에서 음울하고 거북한 작은 잎사귀로 돌아가고 싶겠는가? 사실 최고 연령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어느 식물이 만발과 결실의 시기를 지나 그 이상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지만 계속 원기 왕성하게 성장해 가고 있다고 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 p.367
1832년 2월 17일 금요일.
예컨대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자기의 힘으로 얻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힘으로 얻었는가, 자기의 힘을 작용시켰는가,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힘을 빌려 작용시켰는가를 묻는다는 것은 완전히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네. 가장 중요한 것은 위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이것을 실현시킬 기량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가이지. 이 밖의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야. p.762
“더 많은 빛을.”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