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경제학ㆍ댄 애리얼리(지은이)ㆍ장석훈(옮긴이)
바쁘면 이것만
1. 충동구매의 범인, 비교와 돈의 상대성
· 20만원 정장을 살 때 만원보다, 2만원 짜리 펜을 살 때 만원의 가치를 더 낮게 평가한다.
· 인간은 상대적 관점에서 돈을 비교한다.
2. 손해는 없다고 믿음을 주는 공짜 효과
·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해를 두려워한다.
· 공짜는 손해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하고, 비이성적 판단을 유발한다.
3. 이성적 실천
· 절대적 관점에서 돈을 비교해야 한다.
· 공짜는 일단 피하는 것이 좋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밀턴 프리드먼
딱히 필요도 없는 물건을 충동구매하는 이유는 뭘까?
천 원짜리 아스피린을 먹으면 여전히 머리가 아프고, 만 원짜리 아스피린을 먹으면 씻은 듯이 낫는 것은 왜일까?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말한다.
우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이성적이지 않다
기존 경제학에서 볼 때, 모든 인간이 이성적이라는 가정에는 우리가 모든 선택사항을 다 따져보고 그 가운데 최선인 것을 고른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린 비이성적인 행동을 같은 방식으로 거듭 반복한다. 특히 돈을 쓸 때 말이다.
충동구매의 범인, 비교와 돈의 상대성
오늘 사야 할 물건이 두 가지 있다. 새 펜과 회사에 입고 갈 정장 한 벌.
먼저 문구점에서 2만 원짜리 펜을 하나 사자. 그런데 펜을 집어든 순간, 15분 거리의 할인매장에서 이 펜을 만 원에 팔던 게 생각났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만 원을 아끼려고 15분 거리를 걸어갈 것인가? 대부분은 만 원을 아끼려고 15분 거리를 걸어간다.
두 번째는 정장 구매. 디피된 신상품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가격은 20만 원. 계산을 하기 전에 혹시나해서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보니, 똑같은 정장을 15분 거리 다른 매장에서 19만 원에 판매 중이다.
이번에도 15분을 걸을 것인가? 아니, 대부분은 지금 있는 매장에서 20만 원에 정장을 산다.
같은 만 원인데도, 펜과 정장의 선택이 달랐다.
2만 원짜리 펜을 살 때의 만 원과, 20만 원짜리 정장을 살 때의 만 원. 이 만 원은 어떻게 해도 똑같은 만 원이다. 2만 원에서 만 원을 아끼는 것이든, 20만 원에서 만 원을 아끼는 것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것이 바로 돈의 상대성이다. 우린 상대성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지금 당장 비교할 수 있는 대상끼리 비교한다.
돈의 상대성은 우리를 자주 충동구매로 이끈다. 1+1, 50% 할인이라는 미끼에 쓰지도 않을 물건을 산 적이 손가락으로 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때문에 우린 돈을 쓸 때 늘 상대성에 의문을 품는 습관을 기르고, 비교를 멈춰야 한다. 2천 만 원짜리 새 차를 살 때를 떠올려보자. 비교를 시작하는 순간, 어느새 당신은 1억 원짜리 외제차를 보고 있을 것이다. '이 가격이면 조금 보태서 저 차가 낫지'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손해는 없다고 믿음을 주는 공짜 효과
판촉용으로 받은 수많은 에코백, 화장품 세트를 사면 주는 파우치, 보험사 직원이 준 달력, 추가 비용이 없다고 뷔페에서 과식해 속이 불편한 경우.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자주 겪는 공짜의 유혹이다.
공짜로 뭔가를 얻으면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한 일이다. 살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도 공짜라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물건을 집어든다.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공짜란 도대체 뭘까? 왜 우린 공짜에 열광할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해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공짜의 매력은 이 두려움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공짜 제품을 얻는 순간, 손해의 가시적인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대부분의 거래에는 상한선과 하한선이 있지만 공짜는 하한선을 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짜가 아닌 제품에는 늘 잘못된 결정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린 공짜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공짜 때문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공짜가 주는 착각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공짜로 받는 것과 20만 원짜리 상품권을 7만원에 살 수 있는 기회.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당연히 공짜 상품권이지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공짜 효과에 휘둘린 것이다. 20만 원짜리 상품권을 7만원에 사면 13만 원이 이익이다. 10만 원짜리 공짜 상품권보다도 3만 원 더 이득인 것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눈치챌 수 있었겠지만 공짜는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지금 집 안을 둘러보면, 공짜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때문에 산 물건이 한가득일 것이다. 일정 금액 이상 사서 받은 에코백, 로션 하나 사러 갔다가 화장품 세트를 사고 받은 파우치, 1+1에 혹해 산 신지도 않는 알록달록한 양말, 무료배송 금액을 채우려고 산 언제 어떻게 쓸지도 모를 잡동사니들까지.
'0'은 가격의 한 형태가 아니다. 공짜는 감정을 뒤흔들고, 비이성적인 흥분을 유발하는 뜨거운 버튼일 뿐이다.
공짜에 마음이 흔들릴 땐 다시 생각해야 한다. 돈과 내 시간에 대해서 말이다. 무료배송을 받으려고 배송비 3천 원보다 더 비싼 물건을 추가하는 게 진짜 이득일지. 시식용 아이스크림을 맛보려고 30분 이상 줄을 서는 게 정말 이득일지를 말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공짜의 매력 앞에서 이성을 유지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눈앞에 공짜라는 글씨가 들어왔다면, 최선의 선택은 당장 그 자리를 뜨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성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공짜가 제일 비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