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진짜'로 말을 시작하지 않는 방법
어른의 대화법·임정민
'아니, 근데, 진짜'로 말을 시작하지 않는 방법
어른의 대화법·임정민
저자 소개
책 소개
바쁘면 이것만
친절한 말들은 짧고 말하기 쉽지만 그 울림은 진정으로 끝이 없다.
마더 테레사
한동안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던 이 유머글을 아시나요? 바로 ‘한국인의 4대 문장 시작요소’입니다.
이 네 개의 단어 중 하나로 물꼬를 트는 흔한 한국인이었던 저 역시 ‘맞아맞아' 하며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글은 엄청난 속도로 공유되며 수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죠. 그만큼 많이들 쓰고 있는 단어라는 뜻인데요. 단어의 성격을 잘 살펴보면 사실 이는 부정적인 언어 습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 습관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바버라 프레드릭슨(north carolina university Barbara L. Fredrickson)과 마셜 로사다(Marcial F. Losada) 연구팀은 60개 기업의 회의 녹취록을 분석했는데 성공하는 조직은 긍정적인 발언이 부정적인 발언에 비해 3배정도 높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은 긍정적인 발언이 부정적인 발언 대비 6배 높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하나의 연구로는, 워싱턴 주립대학교의 심리학과 존 가트맨 교수가 진행한 연구인데요. 그는 3, 000쌍 이상의 부부를 연구하며 부부의 대화를 단 3분만 지켜봐도 이혼할 부부인지 아닌지 94%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제스처가 바로 그 신호였죠.
이처럼 언어 습관은 우리 삶과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말을 쏟아내곤 합니다. 그렇게 뱉어낸 말엔 가혹한 대가가 뒤따르죠. 말로 베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 소중한 관계를 망가뜨리곤 합니다. 흔히들 그 이유에 대해 서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다름’ 그 자체라기보다 다름을 대하는 소통 방식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걸까요?
인간의 세 가지 자아상태 - PAC
이를 잘 설명해줄 이론이 있습니다. 진실한 관계를 맺고 상호 의사소통이 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보는 ‘교류분석’ 이론인데요. 1957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에릭 번이 창안한 이론으로, 인간의 교류나 행동에 관한 내용 체계입니다. 심리치료나 교육, 산업 현장에서 폭 넓게 응용되고 있죠.
교류분석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세 가지 자아 상태로 구분합니다. 부모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부모자아(P)와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어른자아(A), 어린시절에 했던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자아(C)입니다.

우선, 부모자아는 주 양육자인 부모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생기는 자아입니다. 부모자아상태가 되면, 어린 시절 부모가 내게 했던 말과 행동이 나타납니다. 어릴 때 들은 훈계로 누군가를 비판하기도 하고, 포용해 주기도 하죠. 이 상태는 권위적이고 비판적이며 보호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어른자아는 객관적인 정보에 입각해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려 합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말하죠. 어른자아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자아는 유아기 시절의 생각과 행동이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아이자아라고 해서 아이같은 행동을 한다는 건 아닙니다. 어린 시절에 했던 것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상태인 것이죠. 본능적이고 직관적이며 순응적입니다.
상황에 따라 뒤바뀌는 자아상태 - 교류패턴
의사소통은 이 세 개의 자아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자아, 어른자아, 아이자아 중 하나의 자아로 상대와 대화하고, 상대 역시 세 개의 자아 중 하나의 자아상태가 되어 이야기합니다. 어떤 자아상태냐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죠.
자아상태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마주한 상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러한 모습을 ‘교류패턴'이라고 하는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흔히 경험해봤을 법한 대화를 가져와봤습니다.
"아니, 지금 몇 년 차인데 이런 실수를 해! 요즘 정신을 어디에 두고 일하는 거야?"
업무상 중요한 실수를 저지른 K씨를 상사는 심하게 꾸짖는다. 잔뜩 화가 난 상태로 호통을 치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노려보는데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네, 맞습니다. 아, 그러세요? 그럼 제가 확인하고 전화드리겠습니다."
사무실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상사의 휴대폰 전화벨이 울린다.
"야~이게 얼마 만이냐? 동문회 때 소식 듣고 한번 보고 싶었는데, 반갑다! 애는 잘 크지? 하하하!"
부하 직원을 꾸짖을 때는 부모자아(P)였다가 갑자기 걸려온 거래처 직원에게는 어른자아(A), 동창을 대할 때는 아이자아(C)로 변합니다. 세 개의 자아가 오가는 패턴이죠.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인간의 행복, 불행은 언제나 마음 상태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언가 대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때, 내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며 순간순간 변하는 자아상태를 알아차려 보세요. 어떤 자아상태인지 인지하고, 자신과 상대의 자아상태를 잘 다룰 수 있도록 ‘ 대응'한다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훈련이 필요한 언어 습관 세 가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하죠. 내가 먼저 좋은 말을 건네면, 그에 상응하는 말이 따라옵니다. 이를 위해선 연습이 필요한데요. 훈련이 필요한 언어 습관 세 가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반응'이 아닌 ‘대응'입니다. 반응과 대응의 차이를 아시나요? <어른의 대화법>에 따르면 ‘반응'은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을, ‘대응'은 의식적이고 선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약속 시간보다 한참 늦게 나타난 친구에게, ‘반응'하는 사람은 버럭 화를 내고 비아냥거립니다. 반면에 ‘대응'하는 사람은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고 다독이죠. 상대는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응한 사람에게 신뢰감을 갖게 됩니다. 반응이냐, 대응이냐. 그 선택에 따라 대화의 양상은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두 번째는 ‘같은 말도 듣기 좋게’입니다. 똑같은 말도 듣기 좋게 한다면, 대화의 결이 한층 부드러워지겠죠. 언제나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에겐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내가 보기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고 말하며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며 공감할 줄 알고, 같은 상황에서도 좋은 측면을 봄으로써 긍정적인 언어로 표현한다는 겁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좋은 칭찬을 한 번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두 달을 살 수 있다”라고 말했죠.
세 번째 대화법은 원활한 의사소통뿐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인데요. 동기를 유발하고 행동을 강화시키는 인정 자극, ‘스트로크(Stroke)'입니다.
스트로크는 언어적, 비언어적, 긍정적, 부정적, 조건적, 무조건적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 부정적 스트로크는 언어적, 비언어적, 조건적, 무조건적 스트로크와 동시에 이뤄지는데요.
예를 들어 긍정 스트로크는,
칭찬, 격려, 위로와 같은 언어적 스트로크와 포옹, 다독이는 행동과 같은 비언어적 스트로크, 대기업 입사 사실을 듣고 축하의 말을 건네는 조건적 스트로크와 ‘네가 있어서 행복하다'라는 무조건적 스트로크가 있습니다.
반대로 부정 스트로크는
꾸중, 비난, 질책과 같은 언어적 스트로크와 삿대질, 꼬집기와 같은 비언어적 스트로크, 시험기간에 공부하지 않는 행위를 지적하는 조건적 스트로크, ‘너 같은 건 필요없다'라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무조건적 스트로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성공한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긍정 스트로크를 많이 한다고 하죠. 업무 성과와 인간관계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선생님이 찍어주던 ‘참 잘했어요' 스탬프를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숙제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스트로크는 한 사람의 자존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본인에게도, 상대에게도 긍정 스트로크를 많이 해주세요. 틀림없이 좋은 변화가 느껴질 겁니다.
하버드대학 정신과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80년 동안 다양한 계층의 소년 724명을 선발해 인터뷰하고 부모의 직업, 가정생활, 사회생활, 건강, 사회적 성취, 친구 관계 등 삶의 전반을 추적해 2015년 발표했는데요.
오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돈도, 성공도, 성취도, 명예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인간관계'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