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로 알아보는 내가 우울한 이유

우울할 땐 뇌 과학·앨릭스 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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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로 알아보는 내가 우울한 이유

우울할 땐 뇌 과학·앨릭스 코브

최근 2주 동안 다음 증상 중 다섯 가지 이상을 거의 매일 겪었다면, 당신은 현재 주요우울장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정신 건강 전문가만이 내릴 수 있습니다.

 

1. 슬프거나 공허하거나 항상 짜증이 난 상태 등 우울한 기분 

2. 모든 또는 거의 모든 활동에 흥미나 즐거움 감소 

3. 상당한(그리고 의도하지 않은)체중의 감소 또는 증가, 식욕의 감퇴 또는 상승

4. 불면증 또는 수면욕구 증가

5.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초조해하거나 느려진 행동

6. 피로 혹은 기력 상실 

7.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의식

8. 생각하거나 집중하거나 결정 내리기가 어려움

9.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반복됨

 

살면서 위 증상들 중 단 하나라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우울감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금 즐거운 삶을 살아가지만, 우울증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죠.

 

 

위 증상 중 몇 가지 증상을 겪고 있거나 겪은 경험이 있다면, 지금부터 책 <우울할 땐 뇌과학>을 통해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아봅시다. 

 


1. 나의 뇌 회로는 의사소통을 잘하고 있을까? 

 

우울증은 이성, 즉 생각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과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 사이의 의사소통이 잘못된 결과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생각하는' 전전두피질은 '느끼는' 변연계를 조절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데, 전전두피질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전두피질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로토닌이나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필요한데, 이러한 신경전달물질계의 활동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면 우울증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밖에 나가서 햇볕을 쬐거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나가서 햇볕을 쬐자. 밝은 햇빛은 세로토닌 생성을 돕는다. 게다가 밤에 푹 자게 도와주는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그러니 실내에만 틀어박혀 생활한다면 한낮에 적어도 몇 분은 바깥에 나가도록 노력하자. 산책을 하거나 햇살 아래서 음악을 듣거나 그냥 일광욕을 해도 좋다. 

36p


매일 아침, 유독 피로를 호소하며 오랜 시간 침대에서 빠져나오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게으르고 꾸물거리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으나 피로는 우울증의 흔한 증상입니다.

 


이불 밖으로 나와 새로운 활동을 하려면 역시 전전두피질이 온전히 기능해야 하는데, 전전두피질에 이상이 생기면 주도권은 선조체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선조체란 녀석은 전전두피질과 달리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나쁜 습관인 줄 알면서도 그 습관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뇌 깊은 곳에 자리한 오래된 처리 중추인 선조체가 습관을 통제하기 때문이죠. 선조체의 활동이 감소한 상태에서는 충동의 자극을 받지 않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때때로 침대에서 빠져나오기가 지독히 어려운 이유입니다. 

 


2. 우리의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영원히 이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걸까요? 다행히도 책의 저자 앨릭스 코브는 '뇌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두뇌 회로를 바꿀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수 아이유 씨는 우울감이 찾아오면 택배 상자를 뜯거나 설거지를 함으로써 우울감을 얼른 털어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기분 5분 안에 내가 바꿀 수 있어!’라고 믿는 거죠. 실제로 그녀처럼 아주 작더라도 생산적인 일을 시작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정말로 해야 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우울감을 느낀다고 해서 자신을 너무 나무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걱정과 불안의 감정을 느끼도록 진화해왔습니다. 걱정은 머리에 처음 떠오른 답을 성급히 취하기보다 문제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불안은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저 역시 중학생 때부터 ‘우울감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음’이라는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지만 우울이라는 감정에 혼재된 걱정과 불안은, 글쓰기로 생각을 표현하거나 침착하게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우울을 꼭 나쁜 것으로만 인지할 것이 아니라 우울 회로에 너무 자주 또 오래 갇혀있는 것을 경계하고,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우울할 때 쓸 수 있는 특효약 


당장 우울해 죽겠는 사람한테 나가서 운동을 하라고 하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으로서는 허무맹랑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울증이 야기하는 거의 모든 문제를 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운동을 하면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같은 신경성장인자가 증가하여 뇌가 튼튼해지고 우울증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에 대항할 힘을 길러주기 때문입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팀은 불면증을 앓는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한 그룹은 일주일에 나흘 운동을 하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요리 수업이나 박물관 방문 같은 운동 외의 취미 활동을 하게 했죠.

 

결과적으로 운동을 한 그룹의 불면증이 호전되었습니다. 운동을 함으로써 삶 전반에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고 기분까지 상쾌해졌죠. 더 빨리, 더 오래 잠을 잘 수 있으니 삶의 질 또한 향상되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만나거나 대화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도서관이나 카페처럼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을 호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저도 큰 효과를 본 방법인데요. 집에서 혼자 글을 쓰다가 기분이 다운되거나 답답해지면 카페에 나가서 글을 씁니다. 그러면 기분이 활기차지고 리프레시 되어 글을 쓰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이 책이 우울증을 단숨에 해결하는 단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런 해법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작은 해법 수십 가지는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들을 더하면 부분의 총합보다 더 큰 해법이 된다. 여러 가지 해법 중 단 하나만 잘 활용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17p

 

몇 년 전, 취업을 준비할 때 극심한 우울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잘 될 거라고 스스로 다독여봐도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았죠. 그때 제가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은, 집 가까이에 있는 '산' 덕분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산에 올랐고 너무 힘이 드는 날엔 산 입구까지만 올라갔습니다.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책을 읽고 나니, 산에 오르며 햇볕을 쬐는 행동이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었던 나름의 방법이자 몸부림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당시에 이 책을 접했더라면 우울증을 더 잘 이해하고, 보다 쉽게 이겨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만약 지금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면 <우울할 땐 뇌과학>을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이해는 인정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며,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인생은 상승나선을 타게 되는 셈이니까요.